이스라엘, 가자지구 지상전 재개…주민들 또 기약 없는 피란길
18일 새벽 공습 이후 유엔 직원 포함 최소 592명 사망
북부 주민들 귀향 어려워져…하마스는 협상 복귀 촉구
휴전 두 달여 만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은 이스라엘이 결국 지상작전까지 재개했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통로인 넷자림 회랑을 비롯해 가자지구 남부와 중부 일대를 통제하고 지상작전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넷자림 회랑은 지난 1월 어렵사리 성사된 휴전 합의에 따라 42일간의 1단계 휴전 기간 이스라엘군이 철군했던 곳이다. 이 기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인구 밀집 지역부터 넷자림 회랑, 필라델피 회랑 등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가자지구와 이집트 접경 필라델피 회랑에선 합의를 위반해 철군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지상전 재개 소식을 알리며 “전투 지역에서 주민 대피령을 다시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부와 남부에는 대피를 명령하는 전단이 살포됐다.
이로써 약 두 달에 걸친 짧은 휴전 기간 폐허가 된 집으로 돌아온 가자지구 주민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피란길에 오를 처지에 놓였다. 이스라엘군은 넷자림 회랑 재장악이 가자지구 남부와 북부 사이에 ‘완충지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넷자림 회랑 통제로 남쪽으로 피란을 왔던 북부 주민 수십만명이 북부로 귀향하는 게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안전을 위해 (가자 남북을 잇는) 살라알딘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게 금지된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넷자림 회랑 재진입은 “휴전 합의의 또 다른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하마스는 협상의 문을 닫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의 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작전을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카츠 장관은 이날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며 하마스를 축출하고 인질들을 돌려보내라고 압박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보내는 영상 성명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은 훨씬 더 힘들 것이고, 여러분은 그 대가를 전부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전쟁 재개로 사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지난 18일 새벽 공습이 시작된 후 최소 59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구호 활동을 하던 유엔 직원들도 희생됐다. 이날 유엔은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구호 작업을 벌이던 불가리아 국적 직원 1명이 폭발물에 의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자국군의 작전 때문이 아니라고 책임을 부인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비판에도 이번 전쟁 내내 병원과 학교, 유엔 구호시설 및 구호 활동가, 의료진, 취재진에 대한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2023년 10월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유엔 직원은 최소 280명에 이른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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