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광주 관문에 이런 곳이…송정역 옛 유흥가 어떻게?

KBS 지역국 2025. 3. 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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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KTX가 개통한 2004년 이후 광주의 관문이 된 곳, 광주송정역입니다.

이용객이 해마다 5백만 명이 넘을 만큼 유동 인구가 집중되다 보니, 주변 상권도 점점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낙후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 곳도 있습니다.

송정역과 불과 50m 거리에 있는 골목길입니다.

유동 인구가 많고 주변에는 1913 송정역 시장도 있어 활기찬데요,

하지만 이곳만은 으슥한 분위기입니다.

과거에 유흥가가 있었다가,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방치되고 있는 건데요.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송정리 1003번지'로 불렸던 옛 유흥가.

이제는 인적이 끊겼지만 여전히 업소 건물들은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버려진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유리창에 붙은 고지서는 색이 다 바래 알아볼 수 없습니다.

건물 안팎에 감도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몇 걸음만 나가도 보이는 식당과 상점, 1913 송정역시장과는 딴판입니다.

취재진이 4~5시간 가량 현장에 머물 동안 이곳을 지나는 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광주를 찾은 이들은 눈살을 찌푸립니다.

[손요셉/대학생/목포시 : "여기 송정역 시장이 바로 앞에 있는데 송정역에 내려서 시장 가는 길에 이런 것들이 방치돼 있다 보니까 보는 시선이 되게 안 좋고…."]

치안과 안전도 걱정입니다.

[김찬영/1913송정역시장 상인회장 : "예전에는 유흥가였다가 유흥가가 다 없어지면서 불빛이 없고 그리고 혼자 다니기에는 남자인 저도 상당히 좀 꺼려집니다."]

[인근 마을 주민/음성변조 : "노후화되다 보니까 아무래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 이런 부분이 좀 작업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합니다."]

말 그대로 '흉물'이 된 공간이 광주의 관문에 방치되는 상황.

이런 지적이 제기된 지도 최소 10년 가까이 됐습니다.

해결해 보려는 노력이 없던 건 아닙니다.

2016년 1월, 광주 광산구는 국토부 공모에 당선돼 송정역 인근 구도심 재생에 1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1003번지 거리 역시 문화·예술을 테마로 탈바꿈하는 방안이 추진됐습니다.

주변 상인들도 지지했지만 결국 사업지에 포함되지는 못했습니다.

옛 유흥가를 개발하기 위한 세밀한 계획이 없었고, 토지주 설득 노력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광주 광산구 관계자/음성변조 : "상가 번영회쪽이나 주민을 통해서 의견을 수렴하다 보니 (유흥가가) 폐점되어 있는 상태라 (토지주) 그분들이 아마 (당시) 참여는 없었을 것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주도해 송정역 일대 56만 제곱미터에 산업·주거시설을 조성한다는 '광주송정역 KTX투자선도지구 사업' 역시 일대를 정비할 좋은 기회였습니다.

실제 1003번지 주변 일부 땅은 복합 상업시설에 포함됐지만, 유흥업소 상가 7곳은 제외됐습니다.

높아진 땅값 때문에 토지 매입이 더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산구의 입장은 '자발적 활성화'를 기대한다는 겁니다.

[광주 광산구 관계자/음성변조 : "투자선도지구에서도 아마 추가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은 있겠지만 저희들이 요청해서 들은 이야기는 아마 일반 상업지역에 대한 그 가치 때문에 아마 그 토지주분들께서 자체적으로, 자생적으로 더 활성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방치된 거리가 스스로 살아날 거라는 예상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최지현/광주시의원 : "도시 경관이나 또 안전 문제를 지금 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자치구나 광주시가 이 공간을 새롭게 거듭나도록 해야 되는 책임과 또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유지인 만큼 매입과 설득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지만, 다른 사례도 존재합니다.

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9개의 업소가 몰려 있던 유흥가입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흉물'로 인식되던 곳인데,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40년 전부터 유흥업소 여러 곳이 자리잡아 주변 민원이 잇따랐던 학동삼거리.

광주 동구가 2021년 업소를 철거하고 대신 인도와 쉼터를 만든 겁니다.

담당 공무원들은 인근이 무등산국립공원 진출입로인 만큼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2년 동안 매입 설득을 이어갔습니다.

[김경남/당시 동구 담당 팀장 : "(이곳에 대한) 발전 계획이라든가 향후 토지 이용 방향이라든가 동구에 대한 비전 계획을 보여드리면서 설득해 나가는 작업들을 한 2년간 하다 보니까 주민들이 이해가 되고, 그 다음에 거기에 있는 토지 소유자라든가 이 사람들하고 공감대 형성이 돼서…."]

경기도 수원역 근처에서 60년 동안 운영되던 성매매 집결지도 2021년부터 상가와 예술 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거리에 대해 수원시가 전면 재건축과 보상이 이뤄지는 사업 계획을 세웠고, 업주들이 받아들인 겁니다.

여러 번 기회를 놓친 광주송정역 옛 유흥가 정비, 성공 사례를 참고해 이제라도 새로운 계획이 필요해 보입니다.

광주시는 올해를 '광주 방문의 해'로 정했습니다.

그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도록 유도하겠다는 건데요.

오랫동안 미뤄진 도시의 첫인상 정비 작업, 이제는 속도를 내야 할 때입니다.

찾아가는K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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