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위헌’ 판단 3주, 최상목은 여전히 ‘불복 중’…거세지는 법조계 비판
마은혁 임명에 아직도 ‘모르쇠’만
“사상 초유…굉장히 위험한 신호”
헌법재판소가 20일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일을 정하지 못하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비판도 커진다. 헌재의 결정이 늦어지는 데는 재판관 8인의 합의가 어려워서라는 분석도 있기에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뤄 ‘9인 완전체’를 구성하지 않고 혼란을 방기한 최 대행의 책임도 막중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대행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행위가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단이 나온 지 꼭 3주가 된 이날까지도 ‘방치’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헌재의 어떤 결정에도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해주실 것을 국민께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는데, 정작 본인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 수호의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최 대행이 헌재의 판단을 무시하며 버티고 있지만 마 후보자 임명을 강제할 방법은 딱히 없다. 헌재는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 거부가 국회의 헌법기관 구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최 대행에게 임명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 명시적으로 ‘강제할 권한’이 포함되는 게 아니라는 이유로 최 대행은 무제한 연기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이 앞장서서 헌법을 뒤흔들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이어진다. 헌법 전문가인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에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도 ‘강제 조항이 아니라서 못한다’는 식으로 버티는 건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헌재 결정에 불복해도 된다는, 굉장히 위험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18일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정식 재판관으로 임명할 때까지 임시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서를 헌재에 내기도 했다. 신청서에는 최 대행의 마 후보자 불임명이 “헌재 결정의 기속력을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헌재의 결정에 모든 국가기관이 따라야 하는 법 원칙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 소장은 “헌재의 결정엔 기본적으로 강제 조항이 없다. 이는 삼권 분립 국가 체제에서 입법부나 행정부 권한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무 조항이 없더라도 헌재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건 당연한데 그러지 않아서 지금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그러면 결국 정치의 영역에서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인데, 양극단으로 치닫고만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야당은 최 대행 탄핵소추를 계속 고심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오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 대행에게 ‘몸조심 하라’고 하는 등 발언 수위를 높이자 대통령실은 최 대행에 대한 경호 수준을 강화한다며 응수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고지는 이날도 나오지 않으면서 결국 다음주로 넘어가게 됐다. 최종 변론 이후 계속 선고가 늦어지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연일 헌재에 탄원서를 내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헌재에 제출된 탄원서는 200만건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학자 100여명이 참여한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은 그동안 정립된 헌재와 대법원 판례들을 종합할 때 직무수행상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이 너무 명백하다”면서 “즉각 파면해 헌정을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고 파면을 촉구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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