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문의전화 뚝"… 초상집 된 압구정·반포·잠실 공인중개업소

권준영 2025. 3. 2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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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다시 묶인 뒤 매수 문의는 뚝 끊겼어요" "돈을 날리더라도 계약을 파기할 수 없냐는 문의도 있어요."

잠실새내역 인근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갑자기 토허구역으로 다시 묶이자 호가를 낮춘 급매물을 내놓는 매도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반대로 매수인의 경우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대부분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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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구역 재지정 후폭풍… "졸속행정" 일제히 한목소리
호가 낮춘 급매물 늘고… 매수인들은 '관망세'로 돌아서
업계 일각 "24일까지 막판 매수세 몰릴 것" 예측 빗나가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인근 공인중개업소들 모습. 찾는 사람이 없어 썰렁하다. [디지털타임스 권준영 기자]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반포동 인근 공인중개업소들 모습. [디지털타임스 권준영 기자]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반포동 인근 공인중개업소들 모습. [디지털타임스 권준영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업소들 모습. [디지털타임스 권준영 기자]

초상집 된 압구정·반포·잠실 공인중개업소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다시 묶인 뒤 매수 문의는 뚝 끊겼어요" "돈을 날리더라도 계약을 파기할 수 없냐는 문의도 있어요."

20일 현장을 찾은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약 35일 만에 토허구역 해제를 번복하면서 강남 3구 지역 부동산 업계는 그야말로 혼돈 상태에 빠졌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시장에 파급력이 큰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졸속 정책'이라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대장아파트인 압구정 현대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에서는 적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얼마전까지도 문의전화가 잇따랐던 상황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오는 24일까지 '막판 매수세'가 몰릴 것이라는 업계 일각의 예측도 빗나갔다. 많은 수요자들이 일단 관망하는 모습이다. 토허구역 해제 직전 최고가에 팔린 한 아파트 매물은 매수인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파기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압구정 신현대 앞 상가에 여러 개의 공인중개업소들이 즐비해있지만, 방문하는 수요자들을 찾기 힘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갈아타기 수요가 적지 않았는데, (이 지역이) 토허구역으로 다시 묶인다는 정부 정책이 발표된 이후 문의전화가 뚝 끊겼다"며 "손님 중 계약금을 물어주더라도 거래를 끊으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강과 가까운 압구정 현대는 신사동 가로수길, 청담동 거리, 압구정 로데오거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와도 인접해 있어 입지조건이 우수하다. 오래된 단지이다 보니 재건축 호재도 있어 높은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압구정 현대는 토허구역 해제 이후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고, 결국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까지 집값 상승세가 번졌다.

반포동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반포센트럴자이', '래미안원베일리' 인근 공인중개업소들 분위기도 비슷했다. 반포는 원래 토허구역이 아니었으나 이번에 새로 지정된다.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 압구정동이 토허구역에서 풀린 영향으로 매물을 찾던 손님들이 많았다. 정책이 번복된 어제 이후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며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 인근 중개업소들 역시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대거 나온 상황이었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토허구역 해제 이후 호가가 32억원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19일 오후 3억원가량 낮아진 29억~29억5000만원 매물이 3개 나왔다고 한다. '잠실 엘스'도 호가를 1억~2억원가량 낮춘 급매물이 나왔다.

잠실새내역 인근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갑자기 토허구역으로 다시 묶이자 호가를 낮춘 급매물을 내놓는 매도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반대로 매수인의 경우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대부분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D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허구역 해제 이후 집값이 오르긴 했지만, 실제로 거래가 성사된 매물은 많지 않았다"면서 "부동산 시장은 정부 및 지자체의 주택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값도 큰 폭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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