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부동산 정책…또 실수요자들 발 묶이나

정윤성 기자 2025. 3. 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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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 잡히면 특단의 조치”…비규제지역 실수요자까지 ‘폭격’ 우려
부동산 대책 실패하면 규제에 규제 더해…과거 사례에 불안감↑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정부가 강남 3구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한 달 만에 없던 일로 하는 광범위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잇따른 규제 해제와 번복에 혼란이 커지자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풍선효과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해 강력한 추가 조치까지 예고하면서 당장 집을 구하려는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 19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아파트 2200개 단지, 약 40만 가구 규모다. 서울시가 지난달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전격 해제하겠다고 발표한 지 35일 만이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목적 매매만 허용해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이번 대책은 앞선 규제 해제를 번복한 데 더해 용산구까지 규제 구역을 확장하는 고강도 조치다. 부동산 시장 불안을 조기에 가라앉히겠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지만, 시장 혼란은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갭투자가 아니더라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던 매수자들은 토허제가 다시 풀리기 전까지 매매가 어렵게 됐다. 규제 구역 안에서 이사를 가려던 수요자들의 경우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잔금을 치르기 어려울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 집을 구하려던 수요자들에게도 불똥이 튈 조짐이다. 마포·성동·강동 등 인근 비규제 지역의 가격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게다가 정부는 이번 조치에도 집값 과열 양상이 가라앉지 않으면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만 포함된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더 넓히는 등 특단의 조치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나타날 경우 추가 규제까지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주택담보대출과 정책자금 대출 등 가계대출 문턱까지 이번 규제 조치의 일환으로 덩달아 높아졌다. 비규제 지역에서 내 집 마련을 알아보려던 수요자들도 당분간 정책 불확실성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주택 구매 수요는 토허 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한강변 등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등포(여의도)·마포·광진·강동·동작·서대문구 일대 등으로 갭투자 주택 구매가 우회하는 풍선 효과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주요 자치구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 ⓒ시사저널

부동산 대책 '헛다리'마다 실수요자 피해

과거에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과 가계대출 정책 실패를 추가 규제로 잡으려다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본 사례는 지난해에도 벌어졌다.

지난해 정부는 당초 7월로 예정됐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을 9월로 두 달 미뤘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기존보다 더 강화된 한도로 적용되는 대출 규제로,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시행된 규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규제 시행을 미룬 것이었지만, 이 결정으로 대출과 아파트 매입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8월 둘째 주에 0.32% 뛰었다.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가계대출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돈줄을 죄어 부동산 시장을 완화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와 함께 은행권의 금리 인상 등 각종 대출 규제가 더해지면서 집값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는 결국 누그러졌다. 하지만 대출 제한과 금리 인상에 가로막힌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 계획을 미뤄야 했다.

지난 정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는 담보인정비율(LTV), DSR 관리 등 대출 제한과 실수요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하는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와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수원·용인·성남 등 수도권 남부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당시 정부는 수원과 안양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2.20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규제 수위를 높였다. 실수요 입주가 많은 지역이 규제 지역으로 묶이자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면서 실수요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가 불가피했다.

정부는 이번 규제 기간 동안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유동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부동산 대책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기회에 잠실과 강남 지역에 국한돼 있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오를 수 있는 여타 지역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며 " 6개월로 기간을 한정해서 예의주시하려고 하고, 시장 상황이 안정이 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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