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명태균’ ‘尹석방’…삼중고 몰아친 오세훈, 대권에 ‘빨간불’?
①‘명태균 리스크’ 수사 압박 ②‘토허제 번복’ 패착 ③‘탄핵 찬반’ 딜레마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헌정사 첫 '4선 서울시장' 타이틀을 앞세워 다가올 조기대선 행보에 박차를 가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 가지 암초'를 마주했다. 사법적으로는 탄핵 정국 이전부터 오 시장의 발목을 잡아온 '①명태균 리스크'를 겨냥해 검찰이 수사 속도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 정책적으로 시정 운영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를 풀었다 묶었다하는 오락가락 행정으로 '②부동산 실책'을 빚으며 대선을 앞두고 신뢰 이미지에 결정적 치명상을 입었다. 전략적으로도 '③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탄핵 찬성·반대 스탠스가 애매해졌다. 세 악재 모두 '중도층' 민심과 직결된 만큼 오 시장의 대권 행보에는 가시밭길이 이어질 전망이다.
오 시장은 최근 책 출간을 비롯해 대권 행보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대선 지지율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월2주차부터 한 달간 다섯 차례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추이를 분석해도 오 시장의 지지율은 꾸준히 5% 박스권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중도보수' 포지션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비교해도 근소한 차로 계속 열세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본진인 '서울권'에서조차 한 번도 두 자릿수 지지율을 넘은 적이 없다.
특히 오 시장의 강점인 '중도층' 지지율에선 더욱 속 쓰린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경우 오 시장의 중도층 지지율은 2월2주차(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만 해도 12.1%에 달했다. 하지만 해당 수치는 한 달 만인 3월2주차(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 5.1%로 '반 토막' 났다. 갤럽 조사에서도 오 시장의 중도층 지지율은 3%에 갇혀있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월 던진 '중도보수' 기조가 오 시장의 표심 영역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세부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檢 압수수색' '토허제 사과'까지…바람 잘날 없는 吳
이 같은 상황에서 오 시장은 연일 '악재'까지 직면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일단 오 시장은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여권 대선주자들 중 처음으로 강제수사 대상이 됐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3월20일 오 시장 공관과 서울시청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가 오 시장과 관련한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하고 오 시장의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가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오 시장 측근들을 소환조사한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오 시장에게 직접 칼날을 겨눴다. 혹여 대통령 탄핵 선고 후 조기대선이 열리면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 수사 진행이 어려운 만큼 검찰은 당분간 오 시장을 향한 수사에 전방위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선 검찰이 압수수색 후 곧바로 오 시장에 소환조사를 통보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물론 오 시장 측에선 그간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결백하다"며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로 '도덕성'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또 대선의 향방을 가를 '부동산 표심'도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토허제'를 놓고 오 시장이 오판을 저지르면서다. 토허제는 '갭투자' 등 투기 우려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기초자치단체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 제도다. 그런데 서울시가 '잠·삼·대·청(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 지정됐던 토허제를 해제한 지 34일만에 해당 결정을 뒤집고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로 토허제를 '확대 지정'하기로 한 것이다. 강남 3구 중 일부 뿐 아니라 서초‧용산구 아파트로 규제가 오히려 확대됐다.
오 시장은 3월19일 정부와의 합동브리핑에서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아파트를 대상으로 3월24일부터 9월30일까지 6개월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번복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 2월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올해 시정 화두로 '규제 철폐'를 외치던 오 시장이 '추가 규제'를 하는 자기모순적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당내 대권 경쟁자들도 오 시장을 향해 질타를 쏟아내며 견제구를 날리는 모습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바보 같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보수 정권이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라고 직격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서 오 시장을 향해 "위헌적 행정조치"를 했다고 쏘아붙였다. 송파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박정훈 의원은 "서울시정 역사에 최악의 '오락가락 시정'으로 기록되지 않겠는가.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탄핵 입장도 '3번' 번복…"이재명보다 일관성 부족"
'탄핵 찬반' 스탠스와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도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당초 오 시장은 12‧3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6일만 해도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탄핵 반대 입장이었다. 이후 당내 가결 여론이 높아지자 엿새 만인 12월12일 "탄핵 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이어진 탄핵 정국에서도 오 시장은 계엄에 대해 선을 긋거나 윤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로 면회도 가지 않는 등 대통령과의 적정 거리를 유지해왔다. 또 '3년 임기 단축'을 비롯한 개헌론 메시지도 꾸준히 냈다.
하지만 3월8일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 오 시장은 탄핵에 대한 입장을 다시금 번복했다. 그는 대통령 석방 직후인 3월10일 "(헌재가) 실체적·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3월17일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본인을) 탄핵 찬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재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는 데 대해 "당초보다 각하나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기각 쪽 두 분, 각하 쪽 한 분 정도 계시지 않겠나"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무려 '3번'에 걸쳐 탄핵 입장을 번복하는 모습에 당내에서도 "간 보고 있나" "실망스럽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중도 스탠스에 가까운 한 국민의힘 전략파트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원래 중도보수와 강성 지지층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은 오 시장밖에 없다는 평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후 '토허제'와 '탄핵 입장'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신뢰성, 일관성, 전문성 어느 것 하나 잡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보다 일관성이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토도 나온다"며 "14년 전 '무상급식 국민투표' 자충수 때보다 지금이 본인에겐 더욱 위기일 것"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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