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광여고 컨테이너 치웠지만…얼씬거리는 ‘비리사학 황제’ 그림자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2025. 3. 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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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대광·서진여고 컨테이너 사태에 소환된 ‘설립자’ 이홍하 의중은
임시 이사회·토지 소유주 간 ‘법인 정상화’ 전제 합의…갈등 재발 우려 잠복
4월 홍복학원 정상화추진위 구성…광주시교육청 “법인 정상화 지원할 것”

(시사저널=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광주 대광여고·서진여고 학생들의 등·하굣길을 가로 막아 논란이 됐던 통학로 컨테이너가 4개월 만에 철거됐다. 통학로 땅의 소유주인 민간 부동산개발업체와 학교법인 홍복학원이 광주시교육청의 중재로 '학교법인 정상화' 추진에 합의하면서다. 일단 대광여고와 서진여고 입구 통학로에 위치한 사유지를 둘러싼 학교 법인과 토지 소유자 간 마찰이 해소된 셈이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모양새다. 합의의 전제조건인 임시 이사회 체제인 법인 정상화가 삐걱거릴 경우 언제든지 갈등이 재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의 기저에는 학교 설립자이자 이른바 '비리사학 황제' 이홍하의 그림자가 얼씬거리고 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내쫒다(死公明走生仲達)." 이 말은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때 자주 사용하는 고사성어다. 대광여고·서진여고 컨테이너 사태를 두고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이 말처럼 두 학교 운영에서 손절당했지만 막후의 설립자 이홍하(86)씨가 상황 전개에 따라 '학생들의 안전'을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 수도 있는 형국이다. 

19일 광주 주월동 대광·서진여고의 통학로를 막고 있던 콘테이너가 철거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학교법인 정상화 약속에…토지소유주, 4개월 만에 철거 수용

20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광주 남구 주월동  대광·서진여고 통학로에 설치됐던 컨테이너가 철거돼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 문제가 해결됐다. 통학로 부지의 실소유주인 A민간개발업체가 컨테이너를 설치한 지 4개월만이다. 홍복학원은 지난 18일 A업체와 임시이사회 체제인 법인의 정상화 추진을 약속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1월 대광·서진여고 통학로 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A업체가 소유권 행사를 위해 학생들 등하굣길인 왕복 2차선 도로 중 한 차선에 컨테이너를 설치하면서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은 대광여고와 서진여고의 통학로 일부가 포함된 부지가 학교법인 홍복학원 소유에서 A업체로 넘어가면서 비롯됐다. 

해당 부지는 홍복학원의 설립자인 이홍하 전 이사장이 교비 횡령 등 비리로 구속된 후 세금 체납 문제로 경매로 넘어갔고, 2016년 광주지역 A업체가 낙찰 받았다. 매각된 부지에 대광여고와 서진여고의 통학로 일부와 담벼락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A업체는 부지를 반환받기 위해 2017년 토지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승소했다. 그 과정에서 A업체는 법인 정상화를 통해 해당 통학로 땅과 홍복학원 법인의 소유지인 폐건물 서진병원 앞 부지를 맞교환하자는 민사 조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학교법인이 정상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토지 교환 의결이 이뤄지지 않아 갈등이 지속됐다. 

홍복학원 측은 '임시이사회 체제인 상황에서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임시이사회 체제하에서 관선이사가 처분 권한을 가지지 못해,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결정을 미루면서 업체의 소유권 행사가 제한됐다. 이에 A업체는 대광여고 정문 앞 통학로 한 쪽 차선에 컨테이너를 설치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은 그동안 불편함을 겪어 왔다. 

심지어 등굣길 학생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았지만 양 측 간의 갈등은 새 학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마냥 지켜볼 수만 없었던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12일 이정선 시교육감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고, 18일에는 교육청·홍복학원 임시이사회·토지 실소유주가 모여 컨테이너 철거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홍복학원 임시이사회는 4월 중 학교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상화를 적극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토지 실소유주도 컨테이너 철거에 동의했다. 홍복학원 임시이사회는 법무 대리인을 선임해 절차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며, 정상화 전담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겼던 광주시교육청은 마치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반겼다. 

이정선 교육감은 이날 SNS를 통해 "가슴이 뻥 뚫린 듯하다"라면서 "아직 완전한 해결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지만, 드디어 통학로에 설치된 위험한 컨테이너를 치웠다. 학교 정상화를 위해 가속도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의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학교법인과 협력해 안정적인 운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선 광주교육감이 14일 오전 대광여고·서진여고 통학로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며 안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아직 '불씨' 남았다…설립자 측, '법인 정상화' 발목 잡나

하지만 아직 불씨가 남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비록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했던 컨테이너는 철거됐지만, 학교법인 정상화가 지연되면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통학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홍복학원의 법인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보조금 4600만원을 편성해 홍복학원 정상화를 위한 변호사 선임과 임시이사회 선임 비용 등 간접 지원을 펴기로 했다.

하지만 갈등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법인 정상화가 관건이다. 홍복학원은 임시이사 체제로 전환한 뒤 법인 채무로 인해 수년째 학교법인 재산 운영 결정 권한을 지닌 정이사 체제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홍복학원은 2015년부터 임시이사 체제로 전환해 관선 인사가 파견됐다. 현재 산하 대광여고와 서진여고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교부채가 42억원이 넘는 등 학교 운영에 어려움 큰 상태다. 이홍하 표 고등학교 중 관선이사가 파견되지 않은 학교는 나주 남평읍 광남고등학교 단 1곳뿐이다. 

시교육청 안팎에선 학교 정상화를 위해서는 설립자가 학교 채무를 납부하고 다시 찾아가는 것(학교 정상화계획 제출), 재정기여자 모집, 공립화, 해산 등 4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종전 이사(설립자) 측에 학교 정상화 계획안 제출 요구와 재정기여자(새 주인) 모집 등이 현실적 방안으로 떠올랐다. 공립화는 대법원 판례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이사 측은 시교육청의 법인 정상화 계획안 제출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홍복학원 측은 법인 정상화를 위한 대안으로 재정기여자 모집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설립자 측과 학교법인 간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오전 광주 주월동 대광여고·서진여고 통학로를 막고 있는 컨테이너. 컨테이너 왼쪽편이 대광여고 정문이고, 위로 30미터 가량 올라가면 서진여고다 ⓒ시사저널 정성환

하지만 이 또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법인 정상화 열쇠는 종전 이사 측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이에 대한 냉랭한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종전 이사 측은 광주시교육청이 구두 및 5~6차례에 걸친 우편 발송 등을 통해 지난 7일까지 정상화 계획안 제출을 요구했으나 이날까지 회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설립자 이홍하 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황에서도 "학교 공립화를 비롯한 체제 변경 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그는 2016년 6월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 중인 서진여고에 보낸 옥중 편지에는 "임시이사 체제에 따라 파견된 자들이 관리자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설립자가 엄연히 생존해 있는데 동의 없이 체제를 변경하려 한다"고 적혀 있었다. 

광주시교육청은 홍복학원 정상화를 위해서 설립자와 종전 이사 측의 명확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사회 측에서 학교법인 정상화를 위해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합의가 이뤄져 컨테이너가 철거됐다"면서 "이번 컨테이너 사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홍복학원의 정상화가 가장 중요한 만큼 이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법인 정상화를 위해 홍복학원 설립자·종전이사 측의 채무 관계 해소가 필요하고,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외부 재정기여자 영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이번 컨테이너 사태의 중심에는 현존하는 홍복학원 실력자 이씨가 서 있는 양상이다. 학교법인과 소유주 간 갈등을 넘어 궁극적인 홍복학원 정상화 여부는 그의 의중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돌려 막기식' 문어발 사학 설립 이홍하는 누구?

사학재벌 이홍하 씨는 고등학교 생물교사로 재직하면서 부업으로 광주 지산동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며 얻은 수익금으로 1977년 학교법인 '홍복학원'을 세웠다. 나이 39세에 사학 설립자가 된 것이다. 이후 광주 옥천여상(1977년)을 시작으로 나주 광남고(1985년), 광주 대광여고(1986년) 등 고등학교 3개를 설립했다. 학교 하나를 세워 등록금이 들어오면 그 돈으로 다른 학교를 짓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을 동원했다.

1991년부터는 서남대를 비롯해 10년간 대학교 6개를 설립했다. 광주예술대(1993년), 광양보건대(1994년), 한려대(1995년), 신경대(2005년), 서울제일대학원대학(2011년) 등이다. 광주 녹십자병원을 인수한 뒤 서남대 부속병원으로 만들고 광주남광병원을 인수하는 등 병원사업에도 손을 댔다.

그러나 문어발식 학교 설립과 병원 인수는 학교법인의 재정 부실로 이어졌다. 이씨는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공사대금 등을 가장해 대학 4곳의 교비 898억원을 횡령했다. 자신이 설립해 운영한 건설회사의 자금 105억원을 합치면 횡령액은 총 1003억원에 달했다. 대법원은 2016년 5월 이 씨에 대해 징역 9년에 벌금 90억원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는 1998년에도 교비 409억원을 횡령해 대학 설립과 병원 인수, 자녀 유학비용 등으로 쓴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집행유예로 풀려났었다. 이씨를 병보석으로 풀어준 게 정당하냐는 법적 공방이 오갔고 검찰은 즉각 병보석 결정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고, 3월 20일 2심 재판부에서 병보석을 취소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23년 10월 25일 새벽 5시 광주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했다. 벌금 90억원 중 54억원은 납부했고, 나머지는 노역으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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