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율 급감, ‘젊은 부부 돌변’.. 28년 만에 터진 ‘대반전’의 진실은?

제주방송 김지훈 2025. 3. 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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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율 28년 만에 최저치.. 예능·가치관 변화가 ‘결혼 풍속도’를 뒤집었다?


지난해 이혼 건수가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나 젊은 부부들의 이혼 급감이 두드러지며, 혼인 초기 파경 사례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년 연속 감소세를 보인 이혼 통계, 단순히 혼인 감소 탓일까? 아니면 결혼관의 변화가 불러온 사회적 전환일까?

이혼 예능의 인기, 팬데믹 이후 관계 가치관의 재평가, ‘한 번 더 견디는 인내심’까지… 얽히고설킨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이 ‘이혼 감소’라는 대반전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혼 건수는 9만 1,151건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1996년(7만 9,895건) 이후 28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5년 연속 이혼 감소세를 보이며 2019년 11만 건을 넘었던 수치가 2024년 9만 건대 초반까지 줄었습니다.
특히 40살 이하 젊은 연령층에서 이혼 감소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남성의 경우 20대 초반(-13.7%), 20대 후반(-9.0%), 30대 초반(-9.3%)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고 여성도 19살 이하(-6.3%), 20대 초반(-4.6%), 20대 후반(-13.3%)에서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혼인 지속기간이 4년 이하인 경우 이혼은 1만 5,200건으로 8.4% 급감했습니다. 결혼 초기에 흔히 발생하던 갈등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됩니다.

■ 시도별 혼인·이혼 현황은?

이혼율 감소세 속에서도 지역별 상황은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대전은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 5.6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세종(4.8건), 경기(4.6건) 순으로 높았습니다.

반면, 부산과 경남은 각각 3.5건으로 전국에서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역별 결혼 문화와 경제적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 그렇다면 제주는?

제주에서는 지난해 이혼 건수가 10.4% 증가하며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 지역의 조이혼율만 해도 2.5건으로 전국 평균(1.8건)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다만, 혼인 건수는 지난해 2,744건으로 전년 대비 5% 늘어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 이혼 감소, 단순히 혼인 감소 탓?

이혼 건수가 줄어든 배경을 두고 ‘혼인 감소 영향’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해 혼인 건수는 22만 2,000건으로 전년 대비 14.8% 급증했습니다. 혼인 자체가 줄었다면 이혼이 자연히 감소하는 흐름이 예상되지만, 혼인은 늘고 이혼은 오히려 감소한 점에서 ‘사회적 변화’가 작용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 회복을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에 대해 “해야 한다”거나 “긍정적이다”라는 응답 비율은 2022년 50%에서 2024년 52.5%로 상승했습니다.

결혼을 다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한 번 더 고민하고, 한 번 더 견디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처럼 가치관의 변화와 가족에 대한 재평가 등 흐름이 이혼 감소의 숨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 이혼 예능의 반전 효과?

이와 관련해, 최근 인기를 얻은 이혼 관련 예능 프로그램 등의 이혼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눈길을 끕니다.

앞서 이달초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에서 결혼 생활이 더 길어지는 비결은 수많은 이혼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 방영된 이혼 관련 예능이 “부부의 다양한 갈등과 화해 과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결혼 생활에 대한 공감과 위안을 주었다”란 평가를 내놨습니다.

실제 해당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이 “우리도 저렇게 극복할 수 있다”거나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을 보이며 결혼 생활을 재평가하는 흐름이 감지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변화하는 결혼관과 세대 인식

젊은 세대의 결혼관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가족’과 ‘관계’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며 안정적인 생활에 대한 선호가 커졌습니다.
‘한 번 더 생각하는’ 신중한 결혼과, 결혼 후에도 상대방과의 갈등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혼인 초기의 급격한 파경이 줄어든 점이 이러한 변화를 방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가정 내 역할 변화와 맞벌이 부부의 성장

또 맞벌이 부부의 증가 또한 이혼 감소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신혼부부 중 맞벌이 비율이 2023년 57.1%에서 2024년 59.2%로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경제적 책임을 함께 지며 상호 이해와 소통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 이혼 감소가 불러온 새로운 고민

이혼 감소가 긍정적 신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혼을 통해 불안정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경제적 이유로 ‘참는 결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40대 이상 중장년층 이혼이 오히려 증가한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해 혼인 지속기간 1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이 5.8% 늘어나며, 긴 결혼 생활 끝에 파경을 맞는 사례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혼 감소는 그저 혼인 감소의 연장선만이 아닌, 결혼과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에서 비롯된 흐름으로 볼 수 있다”라면서, “시대가 흐르며 결혼 문화 역시 ‘한 번 더 고민하고, 한 번 더 견디는’ 새로운 흐름으로 변화하는 모습”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그 속에 감춰진 불안정성과 새로운 갈등 요소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라며, “이혼율 감소라는 통계 속에 자리한 복잡한 사회적 변화상을 간과하지 말고,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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