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남았다면 얻지 못했을 기회들, 정말 감사했다” 벤자민이 떠올린 한국에서의 3년 [MK인터뷰]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5. 3. 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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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변한 거 같다. 두 가지 구종을 새롭게 연마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프링캠프 훈련장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만난 웨스 벤자민(31)은 앞서 구단을 통해 밝힌 “나는 다른 투수가 됐다”는 말에 대한 배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커브와 체인지업에 변화를 줬다. 커브는 예전만큼 회전하지는 않지만 약간 더 강하게 던지고 있다. 체인지업은 그립을 바꿨다. kt 시절 동료 보 슐서에게 배웠다.”

벤자민은 앞서 3년간 kt의 외국인 투수로 뛰었다. 사진= MK스포츠 DB
KBO리그 kt 위즈에서 지난 3년간 뛰었던 그다. 최소한 팀 동료에게서 체인지업 그립은 배웠으니 헛된 시간들은 아니었을 터. 그렇다면, 체인지업 그립 이외에 그는 한국에서 어떤 것을 배웠을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한국에서 보낸 지난 3시즌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3년간 74경기에서 31승 18패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한 그는 “한국 타자들은 인내심이 엄청나다. 여기에 컨택 능력도 좋다. 그렇기에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한국에서 상대한 타자들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이어 “이런 타자들을 상대로 헛스윙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공이라면 이곳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 타자들은 파워를 앞세워서 공을 맞히는 것보다는 홈런이나 장타를 나릴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는 이곳 타자들의 경향을 다시 익히는 것이다. 약간의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었는데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겠다”며 한국에서의 경험이 미국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벤자민은 한국에서 보낸 3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사진= MK스포츠 DB
그는 한국에서 뛰며 인상적이었던 모습 중 하나로 선수들의 다양한 나이대를 꼽았다. “40대 선수들과 10대 선수들이 한 팀에서 뛰었다. 그러면서 젊은 선수들이 나이 든 선수들에게 배우고 적응해가는 모습들을 보는 것은 내게 있어 재밌는 경험이었다”며 느낀 점에 대해 말했다.

kt에서 윌리엄 쿠에바스, 멜 로하스 주니어 등과 함께 뛰었던 그는 “이 선수들은 먼저 길을 만들어가면서 한국에서 내가 적응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줬다.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워야 할 것들을 알려줬다”며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른 투수들도 그에게 도움을 줬다. “케이시 켈리를 비롯한 여러 다른 선수들이 한국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를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같은 팀의 고영표는 언제나 투수들을 이끌면서 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이었다. 이들이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재밌었다. 그들의 미래가 정말 기대된다”며 말을 이었다.

벤자민은 kt에서 투수 출신인 이강철 감독과 함께했다. 그는 “투수로서 감독이 투수 출신인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투수들이 겪는 일을 이해하고, 어떻게 상황을 해결해야하는지 알고 있고, 결정적으로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투수코치, 벤치코치에 한 명의 코치를 더 두는 것과 같다”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벤자민의 모습. 사진= MK스포츠 DB
한국에서 상대한 타자중에 특별히 힘든 타자가 있었을까? 그는 미소와 함께 “특정 선수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대신 “모든 팀에 좋은타자들이 한 명씩은 다 있었다. 매 시즌 이유가 어땠든 좋은 타자들은 꼭 나왔다. 이들 중 이곳에 오고싶은 선수들이 있다면 모두 응원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ABS에 관한 생각도 전했다. “정말 즐겼다”며 말을 이은 그는 “어디에 던져야 할지, 스트라이크존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도움이 됐다. 가끔 너무 코너웍을 신경쓰고 너무 잘 던지려고 할 때는 문제가 되기도 했다”며 ABS에 관한 생각을 전했다.

미국에서는 다른 형태의 ABS를 상대한다. 트리플A에서는 한국처럼 투구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닌, 포수나 타자, 투수가 이의를 제기하는 공에 대해서만 판독을 진행한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둘 다 멋지지만, 인간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며 두 시스템의 차이에 대한 생각을 전한 그는 “빅리그에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려울 거 같다. 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저 나는 룰이 정해지면 여기에 따를 것이다. 모두가 솔직해질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반대하지 않겠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요소도 포함되는 것을 원한다. 심판들도 정말 열심히 훈련하셨기에 이것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ABS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벤자민은 kt 선수 시절 필드밖에서도 주목받았다. 홈구장 근처 아동복지시설을 찾아 기부금을 전달하는 등 외인 선수로서 쉽지않은 일들을 했다.

지난 2022년 화이트삭스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로 합류한 벤자민의 모습. 그가 그 해 한국행 제의를 수락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투수가 됐을까? 사진=ⓒAFPBBNews = News1
그는 “예전에 함께한 동료들에게 배웠던 것이다. 더 언급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야구에 보답하는 것이고, 내게 기회를 준 지역 사회에 보답하는 것이며 그 덕분에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을 조금씩 더 가깝게 해주면서 한 지역을 위해 뛰는 야구 선수로서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봉사 활동에 관해 말했다.

수원에서 3년의 시간을 보낸 그는 “나와 우리 가족들은 영원히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한국에서 보낸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지난 2022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마이너리그 투수였던 그는 낯선 나라에서 온 영입 제안을 놓고 잠시 고민하다 한국행을 택했다.

그 순간을 언제나 기억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그냥 화이트삭스에 남아서 뛸지, 한국에 가서 내 자신을 새롭게 만들지에 대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3년간 나는 한국에서 연습에 필요한 많은 이닝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기회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보장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이는 내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하며 오늘날의 나를 만드는데 있어 엄청난 가치가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그 3년간 나와 관련됐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자신을 도왔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피오리아(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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