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종원 '빽다방' 배달시켰다가…거대 영수증에 깜짝

이민형 2025. 3. 2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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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다방' 영수증 길이 화제
전 메뉴 원산지 정보 제공
'의무無' 재료까지 포함돼
"일반적이지 않은 영수증"
본사 형사 입건 영향인 듯
빽다방(왼쪽)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의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의 배달 영수증 길이가 사람 팔뚝보다 더 길어졌다. 이번 주부터 배달 주문 고객에게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는 재료까지 포함해 전 메뉴의 원산지 정보를 제공하라고 가맹점주들에게 지침을 내리면서다. 과거 한 뼘 수준이었던 빽다방 영수증 길이는 이제 수십 cm까지 길어졌다.

최근 더본코리아 산하 여러 제품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이 대량으로 적발된 것을 인식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과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 불필요하게 '전 메뉴' 원산지 기재

기자가 직접 빽다방 여러 지점에서 배달을 시켜보았다. 배달된 영수증은 팔이 긴 편인 기자 팔뚝 길이의 2배를 넘었다. /사진=이민형 기자

20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더본코리아는 최근 빽다방 가맹점 측에 배달 음식 영수증에 취급하는 모든 재료에 대한 원산지를 표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서울 영등포구 인근에서 만난 빽다방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원산지를 영수증에 넣으라고 지침이 내려왔다. 심지어 위탁 판매하는 다른 브랜드 제품 원산지까지 넣으라고 하더라"라며 "그래서 부득이하게 영수증이 길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점 점주 B씨도 "갑자기 지침이 내려와 이번 주부터 영수증에 전 메뉴 원산지를 다 넣게 됐다"며 "그냥 백종원 대표님 논란 때문에 이렇게 하나보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기자가 이날 여러 빽다방 지점에서 직접 배달 주문을 넣어본 결과, 모두 전 메뉴 원산지가 기입된 영수증이 함께 배달됐다. 직접 길이를 측정해보니 영수증 길이는 65cm에 달했다. 기자 팔뚝 길이의 2배가 훌쩍 넘었다.

기자가 직접 빽다방 여러 지점에서 배달을 시켜보니 65cm 길이의 영수증이 함께 도착했다. /영상=이민형 기자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고객이 매장에서 취식할 경우 원산지 표시는 매장 내부에만 하면 된다. 하지만 배달 주문 시에는 영수증이나 제품에 부착된 스티커 등을 통해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매장은 배달 주문 고객에게 주문 메뉴에 대한 원산지 정보만 제공한다. 하지만 빽다방은 고객이 주문한 제품의 원산지 정보뿐만 아니라 빽다방에서 판매하는 전 제품의 원산지 정보를 함께 제공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한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모든 메뉴의 원산지 정보를 다 제공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 "소비자와 기 싸움한다는 오해 받을 수도"

빽다방이 과거 제공했던 짧은 영수증 모습(왼쪽)과 이번 주부터 새롭게 제공하는 긴 영수증 모습(오른쪽). /사진=이민형 기자

이번 조치를 두고 소비자들은 "종이가 아깝다"라는 비판과 "원산지 다 표시해도 불만이냐" 등 의견으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과거 빽다방은 한 뼘 정도 길이의 짧은 영수증을 제공해왔다. 원산지 표시 의무가 있는 재료의 원산지 정보만 제공했기 때문이다.

빽다방과 같은 휴게음식업의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은 총 29개다. 농산물의 경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9개 품목, 수산물의 경우 넙치, 조피볼락, 참돔 등 20개 품목이 있다. 

하지만 빽다방이 고객들에게 제공한 영수증에는 '식물성 크림[팜핵경화유(말레이시아산)], 버터(뉴질랜드산/우유), 초콜릿 소스[초콜릿 베이스(코코아 분말/네덜란드산)]' 등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는 재료의 원산지까지 포함돼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도 "식물성 크림이나 버터, 초콜릿 등은 원산지 표시 의무가 있는 품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최근 더본코리아의 원산지 표시 위반 논란 영향으로 이러한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백 대표가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는 생각에 이러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자칫하면 '소비자와 기 싸움한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완제품의 경우 대부분 매장에서 가열(제조)하여 고객분들께 제공하고 있으나, 간혹 완제품 그대로를 원하시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가공품 원산지 표시기준에 따라 포장지에 제품 한글 표시사항이 있더라도 안내를 해드려야 하기에, 완제품에 대한 원산지 표기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사에서 배달 플랫폼에 원산지 표시사항을 적용하고 있으며, 적용 이후 매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메뉴를 삭제하는 등 매장별 수정사항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더본코리아가 간장과 된장, 농림가공품의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기했다고 보고 원산지 표시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관리원은 이달 들어 4일부터 열흘 동안 배달앱과 온라인 플랫폼 등 통신판매 원산지 표시를 정기 단속한 결과 위반 업체 106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중국산 메주된장과 외국산 콩으로 제조한 된장을 팔면서 네이버쇼핑에 국내산으로 표시한 더본코리아의 백석된장도 포함됐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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