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함 제로 & 벤치 자원 뒷받침’ 전희철 감독 계획대로 이뤄진 SK의 역전승
서울 SK는 19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프로농구 수원 KT와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 78-77, 극적인 역전승을 따냈다. 정규리그 우승팀 SK는 2연승을 기록, 시즌 38승(9패)째를 수확했다.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SK는 전반전까지 15%(2/13)의 낮은 팀 3점슛 성공률에 그치는 빈공에 시달리며 46-31로 끌려갔다. 하지만 후반전 자밀 워니(24점 12리바운드)를 필두로 달라진 집중력을 발휘, KT를 완전히 무너뜨리며 짜릿한 역전승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180도 달라진 경기력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전희철 감독의 구체적인 계획이 뒷받침된 아름다운 결과였다.
물론 전반전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 허훈에게만 16점을 내주고 KT에 50%(8/16)의 높은 확률로 3점슛을 내주는 완전치 못한 수비력을 가져간 것. 전희철 감독의 경계심에는 이유가 있음이 제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는 잠시였다. 3쿼터부터 SK는 숨 쉴 틈 없는 수비 로테이션을 가동, KT의 손쉬운 공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KT는 무너진 코트 밸런스로 인하여 후반전 야투 성공률 31%(11/35)에 그치는, 전반전과 다른 저조한 공격을 펼쳤다.
수비의 개선은 공격의 부활로도 이어졌다. 전반전 무득점에 그친 김선형은 후반전에만 12점을 집중했고, 팀 역시 전반전과 달리 높은 57%(4/7)의 3점슛 성공률을 자랑했다. 야투 성공률은 66%(19/29)에 달했다. 단 20분 사이에 달라진 경기력, 여기에는 전희철 감독이 하프타임 미팅에서 전한 당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화룡점정은 따로 있었다. 주전들의 체력 안배와 벤치 자원의 뒷받침이 바로 그것.
사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SK는 이전보다 100%의 힘을 쏟지 않아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날은 오재현과 최부경이 각각 허리와 무릎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렇기에 전희철 감독은 평소와는 다른 선수 기용을 가져갈 것을 밝혔다. 대신, 그 속에는 벤치 자원의 분발을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었다.
“주전 선수들은 시간 조절을 할 것이다. (안)영준이와 (자밀)워니는 평소보다 5~7분 정도 출전 시간을 줄일 것이다. 그에 따라 (김)형빈이와 (김)태훈이 같은 벤치 자원들의 활약이 늘어날지 지켜봐야 한다. 특히 (아이재아)힉스의 공격도 계속하여 조정해볼 것이다. 힉스를 위한 패턴이 생기면 우리가 경기를 풀어가기 쉬워진다.” 전희철 감독의 말이었다.
실제로 이날 SK는 김선형과 워니의 출전 시간을 30분 미만으로 조절했다. 30분 이상을 출전한 선수는 안영준 1명뿐이었다. 게다가 승부처인 4쿼터에는 워니 보다 아이재아 힉스의 출전 시간(6분 13초)이 더 길었다.
그러자 벤치 자원들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힉스는 4쿼터 호쾌한 덩크슛과 적극적인 골밑 어택을 바탕으로 워니의 휴식시간을 완벽히 보장, SK의 4쿼터 역전승 밑거름 역할을 제대로 했다. 힉스에 의한 추가 패턴을 원한 전희철 감독의 바람이 제대로 일어난 것.
벤치 자원의 활약을 바란 전희철 감독의 기대가 완전히 충족된 하루. 경기 후 전희철 감독은 “솔직히 큰 기대를 안 했는데 고메즈(델 리아노)는 물론 (김)형빈이까지 벤치 자원들이 너무 잘해줬다. 특히 힉스는 몸이 많이 올라왔기에 남은 경기에서 테스트를 더 해볼 계획이다”라며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정규리그 우승 확정에도 잃지 않은 집중력과 응집력. SK는 왜 자신들이 정규리그 우승팀인지를 다시금 증명했다. 그 바탕에는 전희철 감독의 철저한 구상이 있었다.
SK가 잔여 경기에서도 이 같은 응집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 오는 21일 SK와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경기를 지켜볼 이유가 늘어난 셈이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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