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의 후폭풍으로 기업들마다 나름대로의 대책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 기업은 임금체계를 점검해 볼 것이고 그 개편방안도 짜 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문제되는 것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이슈이다. 최근 대법원에서 이와 관련된 판결이 선고되어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한다.
지방에 있는 대학을 운영하는 A학교법인은 매 학년도마다 기간제 교원 보수표를 마련하여 기본급과 각종 수당의 항목과 액수를 정하고 그에 따라 보수를 지급해 왔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수도권 집중현상에 따라 지방대학들의 재정사정은 급격하게 악화되었고 A법인도 이를 피할 재간은 없었다. A법인은 기간제 교수에게 상여수당으로 연간 기본급의 300%(7월, 12월 제외하고 매달 30%씩)를 지급하다가 2012학년도에 기본급의 100%(3월과 9월에 50%씩)만 지급하는 것으로 보수규정을 변경하였고, 이듬해에는 보수표에서 상여수당 항목을 삭제하고 아예 상여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A법인은 위와 같은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필요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B교수는 기간제 교원으로 재직하다가 정년퇴임한 후 A법인을 상대로 위와 같이 기간제 교원의 상여수당을 삭감한 2012년과 2013년의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며, 변경 전의 취업규칙에 따라 산정한 상여수당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A법인은 "공무원 보수에 준하여 기본급을 정해왔는데 2012년 공무원 보수가 대폭 인상되었고, 이에 종전 기본급 344만원을 454만원으로 월 110만원이나 대폭 인상하면서 대신 상여수당을 연간 300%에서 100%로 삭감하였다"며 "기본급 인상과 상여수당 삭감은 대가관계에 있으므로, 기본급과 수당을 합한 보수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항소심은 ‘기본급은 호봉별로 지급되는 임금이고, 수당은 직무의 책임성 및 난이성에 의하여 지급되는 부가급여이므로, 기본급과 수당이 서로 연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A법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취업규칙 변경 당시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 인상과 상여수당 감액이 함께 이루어졌고,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구성하는 기본급과 상여수당은 하나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비교 가능한 것에 해당하므로, 대가관계나 연계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고 보면서 항소심과 다르게 판단하였다. 그리고 상여수당은 기간제 교원들 모두에게 같은 비율을 적용하여 산정하는 것이므로 직무의 책임성이나 난이성 등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함으로써 항소심의 잘못을 명확히 짚어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25. 2. 20. 선고 2024다293092 판결). A법인은 기본급 인상분으로 연간 1320만원(110만원X12개월)을 인상하여 지급하였는데 상여수당 삭감액은 기본급의 200%인 908만원에 불과하므로,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도 대법원의 판단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물적’ 판단기준, ‘인적’ 판단기준, ‘시적’ 판단기준이 문제된다. 그중에서 물적 판단기준의 문제는 이 사건처럼 근로조건의 일부 항목에 대하여는 불리하게, 일부 항목은 유리하게 변경할 경우 전체적으로 판단을 할 것인지, 아니면 항목별로 판단을 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종합적 고려설’을 채택하였다(대법원 2001. 4. 24. 선고 99다9370 판결).
대가관계나 연계성은 어느 경우에 인정이 될까? 가령 퇴직금 지급률의 인하와 함께 평균임금에 산입되는 급여가 확대되는 경우와 같이 하나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가 유기적 관련성을 가지는 때에는 당연히 연계성이 인정될 것이다. 예컨대 직무수당을 폐지하고 학자금수당을 신설하는 경우처럼 동종의 근로조건 사이에서도 연계성이 긍정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장의 안전보건 시설을 개선하는 동시에 위험수당을 삭감하는 경우에는 근로조건의 성격을 달리 하므로, 대가관계나 연계성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여러 요소를 종합 고려하더라도 취업규칙의 변경이 불이익한 것이고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취업규칙 중 유, 불리한 각 항목에 따라 각각 그것이 유·무효로 되는 것일까? 대법원은 퇴직금 사건에서 그 대가성이나 연계관계에 있는 항목 모두가 무효로 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18072 판결). 한편, 이와 구별하여 보아야 할 판례로, 변경된 취업규칙 중 일부가 종전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였고 이에 대하여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지 못하여 그 변경의 효력이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없이 변경된 다른 부분의 경우 종전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도 있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37513 판결).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문제는 상당히 빈번하게 소송의 쟁점이 되는데 의외로 해당 규정이 취업규칙에 해당하는지부터 명확하지 않은 사안들이 많고, 불이익의 판단기준,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 범위 등 숨어 있는 복병이 많이 등장한다. 기업이든 근로자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복잡한 법리를 세심하게 살펴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이유다. 임금체계 개편을 모색하는 기업에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원의 선례를 면밀히 검토하여야 하고, 자칫 불이익 변경 여부 판단을 그르쳐 추가적인 손실을 야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