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팽창의 힘’ 암흑에너지 약해지나…“현대 천문학 전환점 될 수도”

DESI 연구진, 첫 해 데이터 공개

미국 애리조나주 키트피크(Kitt Peak) 천문대에 위치한 DESI(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한국천문연구원

국제 연구진이 우주의 팽창을 가속하는 힘으로 알려진 암흑에너지가 약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존 물리학 이론과 어긋나는 결과로,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현대 천문학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전 세계 70개 이상 기관에 소속된 연구자 약 900명이 참여하는 암흑에너지 분광 장비(DESI) 국제 연구진은 암흑에너지가 지난 45억 년 동안 약화됐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19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DESI는 미국 애리조나주 키트 피크 국립천문대에 설치된 시설로, 5000개의 광섬유 장치를 이용해 우주에 있는 수많은 은하를 빠르게 스캔해 암흑에너지의 변화를 연구한다.

암흑에너지는 1998년 처음 발견됐다. 당시까지 과학자들은 우주가 138억년 전 빅뱅(big bang·대폭발)으로 탄생한 뒤 팽창했지만 중력의 영향으로 점차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과 호주의 연구진은 오히려 우주의 팽창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관측했다. 뭔지 모르지만 우주를 밀어내는 힘이 있다고 보고 암흑에너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대 물리학은 스스로 빛을 내는 수많은 별을 다 합쳐도 우주 전체의 5%밖에 안 된다고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중력이 있지만 빛을 내지 않는 존재, 즉 암흑물질이 우주의 27%를 차지한다고 본다. 나머지 68%는 중력 대신 밀어내는 척력을 가진 암흑에너지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암흑에너지가 일정한 힘을 유지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DESI 연구진이 암흑 에너지의 힘이 시간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이터를 처음 포착했다. 현재 암흑에너지의 에너지 밀도가 45억 년 전보다 약 10%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많은 과학자가 단순한 데이터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으나, 1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그 변화의 신호는 뚜렷해지고 있다.

세샤드리 나다투르 영국 포츠머스대 교수는 “이제는 증거가 더욱 강력해졌다”며 “데이터 오류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추가적인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얻은 결과에 확신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서린 헤이먼스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많은 과학자가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고 학계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암흑에너지의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을 찾고 있으나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퍼 라하브 런던대 교수는 “아직 아무도 (그 원인을) 모른다”며 “만약 이번 연구 결과가 맞다면 암흑에너지가 변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이번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라고 말했다.

정동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이날 미국 공영라디오방송인 NPR에 “이번 연구 결과가 결정적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암흑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하비-에버리 망원경 암흑에너지 실험으로 DESI보다 더 초기 우주의 암흑에너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만약 암흑에너지가 실제로 시간에 따라 변한다면, 암흑에너지의 기원을 완전히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현재와 미래의 데이터를 통해 암흑에너지의 특성을 더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DESI 연구진은 앞으로 2년 동안 5000만 개의 은하와 천체를 분석하며 이번 연구 결과가 확실한지 검증할 계획이다. 또 유럽우주국(ESA)이 2023년에 발사한 유클리드(Euclid) 망원경으로 DESI보다 더 먼 우주를 관측해 암흑에너지를 연구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DESI(2025), https://data.desi.lbl.gov/doc/pa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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