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앓던 치와와에 조혈모세포 이식…새 역사 쓴 수의사[펫피플]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한송아 기자 2025. 3. 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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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정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동물암센터장
이정민 원장이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고 회복한 강아지를 안고 있다(고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작디작은 치와와 강아지가 혈액암에 걸렸다. 기존 항암이나 면역 치료 등으로는 한계에 부딪힌 상황. 동물병원 의료진은 고민에 빠졌다. 반려동물 보호자와 상담 끝에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도하기로 했다.

결과는 '국내 최초 반려동물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 수의계에 새 역사를 썼다. 이식을 주도한 수의사는 고려동물메디컬센터 동물암센터장인 이정민 원장. 그는 어떻게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게 됐을까.

조혈모세포 이식 후 회복한 강아지의 모습(고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20일 24시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에 따르면 치와와 종의 타미(수컷, 7세)는 2년 전 식욕 부진, 기력 저하 등 증상을 보여 병원에 내원했다. 검사 결과 다발성 림프종. 이는 개에서 가장 흔하게 진단되는 혈액암이다. 다제 항암화학요법, 즉 항암치료를 받아 수명을 연장하지만 진단 이후 2년 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경우가 많다.

치료 후 건강을 회복한 타미는 항암치료 종료 6개월 만에 다시 기력 저하를 이유로 내원했고, 림프종 재발이 확인됐다.

이정민 원장은 "의료진, 보호자와 상의 끝에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방법으로 치료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혈모세포란 주로 체내 골수에서 생성되는 세포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생산한다. 골수뿐 아니라 말초혈액과 제대혈에도 존재한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은 림포마가 재발한 환자군이나 고위험군 환자의 관해(상태 호전)시, 고위험군의 초기 치료시 적용이 추천된다. 이식을 위해서는 먼저 고용량의 항암치료 및 전신방사선 치료로 종양세포를 최대한 제거한다. 이후 미리 채취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골수 기능의 회복을 돕는 치료법이다.

이 원장은 "타미는 재발이 확인된 후 다시 항암을 진행하며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준비를 시작했다"면서 "완전 관해가 확인된 이후 고용량의 화학 항암 주사를 주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의 세심한 보살핌에 타미는 잘 회복했고, 전신방사선 치료 진행 전 중심정맥을 통해 이식에 필요한 말초 조혈모세포 채취를 진행했다"며 "고려동물메디컬센터 부설 연구소의 유세포 분석팀에서 진행한 검사를 통해 CD 34 양성세포 수도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타미에게 이식할 충분한 조혈모세포 수가 있는지 확인한 이 원장은 전신방사선 치료를 진행했다. 치료가 끝나고 2주간 멸균 격리병동에 입원한 타미는 현재 건강을 회복했다.

골수이식을 받고 있는 강아지(고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이 원장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한 채집을 진행하는데 있어 체외순환에 대한 충분한 의료진의 경험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미의 몸무게는 3.2㎏에 불과했다. 조혈모세포 채집시 체외 순환하는 볼륨은 약 300ml에 달했다. 작은 몸에서 채집할 때 저혈압, 서맥성 부정맥 등 부작용이 발생했지만 의료진의 신속한 대응 덕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원장은 "이번 조혈모세포 채집 과정에서 투석 및 치료적 혈장교환술과 같은 체외순환 기반 치료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의 전문성이 큰 도움이 됐다"며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시 화학항암 주사 및 전신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격리입원시설을 갖춰 환자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미의 조혈모세포 이식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전문 인력이었다. 수의내과학 박사인 이정민 원장과 함께 송근호 충남대학교 교수, 허지웅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교수, 황태성 경상대학교 교수, 최문영 에스동물암센터 센터장 등이 이식 성공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펼쳤다.

이 원장은 "타미의 성공적인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 정말 많은 수의사들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했다"며 "특히 조혈모세포 이식 후 생착까지의 환자 관리에 대해 조혈모세포이식의 선구자인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Steven E Suter 교수의 이식 후 세부적인 관리 조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을 계기로 중증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강아지, 고양이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반려동물의 건강한 삶은 결국 사람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만큼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정민 원장.

그는 "반려동물이 암을 이겨내고 회복하길 바라는 보호자분들의 마음처럼 환자(환견, 환묘)가 암을 극복하길 바라는 의료진의 마음 역시 간절하다"며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넘어 동종조혈모세포 이식, NK세포치료와 CAR-T등 면역세포치료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재발·불응성 암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겠다"면서 살며시 미소지었다.[해피펫]

반려동물 보호자와 상담을 하고 있는 이정민 원장(고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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