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사태에 증시 '패닉'…'중간가 호가' 뭐길래 [돈앤톡]

신민경 2025. 3. 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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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먹통 중심에 선 '중간가 호가'
지정가·시장가 대비 가격·체결 유리해
거래소별 중간가 개념 다르고
증권사별 SOR 적용 여부 달라 유의 필요
/사진=허문찬 한국경제신문 기자

지난 18일 사상 초유의 유가증권시장 전(全) 종목 매매 거래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국거래소 시스템 오류 원인으로 지목된 '중간가 호가' 방식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다. 중간가 호가는 이달 들어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 모두 새로 도입한 주문유형이다.

중간가 호가는 투자자로선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주식을 매매할 수 있고 체결 가능성도 한층 높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제도다. 다만 거래소·넥스트레이드의 중간가 개념이 서로 다른 데다, 증권사별로 중간가 주문 방식에 차이가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코스피 멈춘 이유는 '거래소 시스템 미비'

20일 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11시37분부터 11시44분까지 7분 동안 유가증권시장 소속 종목들의 거래가 전부 멈췄다. 이후 전 종목의 거래가 정상화했지만, 단 한 종목 '동양철관'은 거래 중단 상태가 지속되다가 오후 3시가 돼서야 재개됐다.

당일 저녁 거래소는 논의 끝에 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전산장애의 배경으로 중간가 호가 도입을 지목했다. 거래소는 "최근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 출범과 함께 거래소가 도입한 '중간가 호가'가 기존 자전거래방지 로직과 충돌했다"고 설명했다.

자전거래방지 조건은 특정인이 가격 왜곡·거래량 부풀리기 등의 목적으로 같은 가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때문에 만일 같은 ID에서 동일 가격의 매수·매도 주문이 발생할 경우, 거래소는 이를 '자전거래'로 보고 한쪽의 호가가 효력 정지되게끔 해놨다.

하지만 거래소의 새 제도 '중간가'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꼬였다. 현재 주가가 2000원 미만인 종목은 1원 단위 호가 체계를 따른다. 최우선 매수 호가와와 최우선 매도 호가를 합해 2로 나눈 값이 중간가인데, 이때 소수점이 나오면 거래소는 소수점 이하를 버려서 중간가로 처리한다. 예를 들어 최우선 매수 호가가 1027원, 최우선 매도 호가가 1028원일 경우 중간가 호가는 1027.5원인데, 거래소는 소수점을 버려 1027원으로 매기는 셈이다.

서울 여의도 넥스트레이드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때문에 1원 호가단위에선 최우선 매수호가와 중간가가 같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동양철관(거래 중단 직전 주당 주가 1028원)도 이런 경우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소수점 아래를 버려서 중간가를 계산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2000원 미만 주식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중간가로 주문을 내는 과정에서 거래소 시스템상 '자전거래'로 오인한 게 결정적이었다. 예를 들어 A라는 인물이 어느 종목에 대해 1000원에 1000주 매수 주문을 넣고, 가격을 지정하지 않은 중간가로 1000주 매도 주문을 넣었는데 이 매도 중간가가 1000원이 된 경우다. 중간가는 주문 시 가격을 지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연히 가격이 맞아 떨어질 수 있다. 업계는 거래소가 이런 상황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고 '자전거래' 주문으로 판단했다고 풀이했다.

이런 오판 탓에, 결과적으로 예상 체결가능 주식과 실제 체결된 주식수간 괴리가 생긴 것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자전거래와 1원 단위 중간가가 충돌날 상황을 미리 확인하지 못한 문제"라고 말했다.

유용한 '중간가' 주문…거래소·증권사별 차이 유념해야 

한국거래소 거래 시스템 오류로 코스피 매매 체결이 전면 중단된 사고는 1956년 한국증권거래소 출범 이래 최초다. 이번 사태가 새로 도입된 '중간가'를 다루는 과정에서 생긴 만큼 투자자들 관심이 주목된다.

중간가는 올 3월 들어 넥스트레이드와 거래소가 모두 처음 선보인 주문유형이다. 시장가 주문은 무조건 체결되는 대신 불리한 가격에 체결될 가능성이 높고, 지정가 주문은 합리적인 가격을 미리 지정해 두고 주문을 넣는 것이어서 체결이 되리라고 보장하기 어렵다. 두 유형의 합의점을 찾은 게 중간가다. 중간가 호가는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보다도 우선적으로 체결된다. 때문에 시장가보다 유리한 값이 매겨지면서도 체결 가능성이 높아 휴대전화로 시세를 계속 확인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중간가 호가 관련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의 차이 설명. /자료=미래에셋증권


다만 거래소의 중간가와 넥스트레이드의 중간가는 서로 미묘하게 달라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경우 같은 가격에서 '중간가 호가'가 '지정가 호가'보다 우선시된다. 하지만 거래소의 경우 지정가와 중간가 호가 중 더 먼저 접수된 주문을 체결한다. 중간가 주문이라고 무조건 지정가 주문보다 먼저 체결되는 건 아닌 셈이다. 또 중간가를 매기는 시세 기준도 각 시장의 것을 따르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 있다.

투자자가 매번 비교하지 않아도 이들 두 거래소 중 더 나은 중간가로 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만 모든 증권사에서 가능한 건 아니다. 중간가가 신규 주문호가인 만큼, 아직 중간가에까지 스마트주문시스템(SOR)을 적용한 회사가 많지 않아서다.

중간가에 대한 SOR 적용 여부는 증권사의 재량에 달려있다. SOR이란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의 가격으로 체결하는 것으로, SOR 적용 땐 주문 시 더 나은 중간가로 자동 체결된다.

각 증권사에 확인한 결과 중간가도 SOR로 주문할 수 있게 한 회사는 대신증권과 KB증권, 키움증권 등이다. 아직 적용하지 않은 곳은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더 유리한 가격으로 사고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간가 주문을 넣으려면 중간가 SOR 도입 증권사를 이용하는 게 좋다"면서도 "다만 거래소별 중간가 호가 제도가 달라 추후 가격 왜곡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주문안정성을 더 중시한다면 미도입 증권사를 통하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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