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고 싶지 않아… 너와의 달콤한 꿈[이우석의 푸드로지]

2025. 3. 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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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의 푸드로지 - 캔디
단맛, 인간이 추구한 최고의 맛
사탕수수·사탕무 놓고 전쟁까지
설탕 풀린후 빵·음료 적극 첨가
캔디 생산, 18세기부터 본격화
멘토스 역사 1932년부터 시작
막대사탕 츄파춥스는 1958년산
초콜릿과 함께 최고 디저트로
막대사탕의 대표 주자 츄파춥스

예전에 ‘떡배 단배’(마해송 작가)라는 동화책이 있었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어느 날 한 섬마을에 낯선 배가 나타난다. 각각 떡을 실은 배와 단것을 가져온 배였는데, 이들이 번갈아 가며 바다에 정박해 섬마을 사람들과 접촉한다. 처음엔 이들이 떡과 단것을 값싸게 팔더니 나중엔 이에 중독된 마을 사람들로부터 수수깡과 전복 등 엄청난 물자를 요구한다.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졌고 생업을 포기한 채 단것과 떡을 얻기 위해 수수깡 농사만 지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하인 돌쇠는 배들의 착취로부터 섬을 지켜내자고 사람들을 설득한다는 내용이다. 1948년 발표한 이 동화는 제국 열강들이 약소국을 식민지 삼아 수탈하는 과정을 섬마을에 출몰한 ‘떡배’와 ‘단배’로 비유해 풍자한 이야기다.

방울 모양 드롭스의 원조격인 미국 참스 캔디

책에선 단배가 사람들을 현혹한 음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서술은 없다. 그저 ‘단것’이라 서술되어 있다. 다만 수수깡(사탕수수)을 바치라고 했으니 아마도 설탕이 들어간 무엇이었을 듯하다. 동화 속 이야기처럼 단것은 그만큼 귀했고 일단 중독되고 나면 끊기가 어려웠다. 달콤한 유혹은 뿌리치기 어렵다. 아, 절대 무슨 무슨 ‘데이’ 때문에 사탕을 주제로 삼은 것은 절대 아님을 미리 못 박는다. 꽃피고 새가 우는 따스한 봄날, 퍽 어울리는 감미(甘味)의 극치를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기본적인 맛, 5미(단맛·쓴맛·짠맛·신맛·매운맛)에 당당히 속하는 단맛은 가히 예로부터 인간이 추구해 온 최고의 맛이다. 오죽하면 영어로 달다(sweet)가 ‘맛있다’나 ‘즐겁다’ ‘행복하다’ 심지어 연인을 부르는 말(sweetie)을 대체해 왔을까. 우리말에도 달콤한 인생, 단물만 뽑아먹는다 등 좋다는 의미로 달다가 쓰인다. 비단 인간만의 취향이 아니다. 고양이 등 몇몇을 제외하고 동물 대부분이 단맛을 좋아한다. 심지어 곤충도 그렇다.

단맛을 싫어한다는 이들도 있지만 그것은 단맛이 너무 강한 것이 싫다는 얘기고, 적절하게 단맛이 나는 음식은 좋아하게 마련이다. 단맛을 느끼면 기분이 좋아진다. 실제 뇌 활동에 포도당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것을 섭취하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한다. 그래서 잔치, 축제 등 즐거운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단것을 만들어 먹는다.

인간은 줄곧 주변에서 단맛을 찾아냈다. 꿀과 과일을 찾고, 이마저 없으면 곡물로 엿을 만들어 냈다. 특정한 곳에서만 자라는 사탕수수(sugarcane)와 사탕무(sugar beet)를 찾아내 이를 길렀다. 그토록 단맛을 추구하다 보니 이를 둘러싼 전쟁도 불사했다. 태평양과 인도양 여러 섬과 아이티, 쿠바 등 카리브해에서 원당 생산용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위해 서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끌고 오는 등 자행한 인권유린도 모두 단맛 때문에 생겨난 셈이다. 초기 하와이로 이주한 조선인들도 사탕수수 농장에서 헐값을 받고 중노동을 했다. 이런 집착 때문인지 사탕수수 생산량은 대폭 늘어났다. 인류가 얼마나 단맛을 좋아하는지 현재까지도 생산량 및 거래액이 가장 많은 농산물의 지위를 사탕수수가 차지하고 있다. 생산량은 옥수수(2위)의 2배쯤 되고 거래액은 밀(2위)의 무려 30배나 된다.

무설탕 제품도 있는 커피맛 코피코 캔디

자연과학이 발달하면서부터는 자연으로부터 천연감미료를 추출하거나 아예 화학적으로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까지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인류에게 단것의 공급은 급속도로 확대됐다. 유럽에 설탕이 풀리자 세상이 달아졌다(달라졌다가 아니다). 원래 쓴맛의 초콜릿과 커피에도 설탕을 넣어 달게 마시고 제과 제빵에도 널리 쓰이게 된다.

드디어 사탕이 등장한다. 과일과 견과류 등에 꿀, 설탕을 입혀 단맛을 더한 탕후루(糖葫蘆)나 토피(toffee) 같은 간식 종류는 원래 있었지만, 설탕 덩어리를 정제해 만든 사탕이란, 그때까지 없던 물건이다. 캔디(candy), 어원에는 여러 주장이 있는데 라틴어에서 나왔다는 설을 소개하자면 캔(can)이 설탕, 디(dy)는 틀이란 뜻인데 이를 합성한 말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18세기 후반에 이르러서 비로소 본격적인 캔디가 생산되기 시작한다. 인류가 순도 높은 달콤함을 손에 쥐게 된 것. 이른바 단맛의 혁명이 일어났다.

설탕으로 만든 사탕, 사실 ‘모래 같은’ 사탕(沙糖)이란 말은 설탕(sugar) 자체를 뜻하는 말이었다. 이후 정제 기술이 좋아져 순도 높은 하얀 설탕이 등장하며 마치 ‘하얀 눈과 같은’ 백설탕(白雪糖)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꿀도 그만큼 달지 못했으니 사탕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버렸다. 다디단 사탕은 퍽 감미롭게 다가왔다. 우리말 사탕발림은 달콤한 말을 앞세움을 사탕에 비유한 말이다.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육이나 과피를 끓여 설탕에 절이던 탕후루 비슷한 사탕 종류에서 탈피한 정제 사탕이 나왔다. 당시 유행하던 레몬 등 열대 과즙을 섞거나 박하(mint)를 넣었다. 박하사탕은 청량감이 있어 훨씬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그 느낌에 중독되기 쉽다. 그래서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사탕 종류는 대부분 박하사탕이다. 새콤한 과즙보다 깔끔한 뒷맛으로 인기를 끌었다. 크리스마스트리에서 자주 보던 알록달록한 지팡이 모양 사탕도 박하사탕이다. 멘토스, 아이스브레이커스, 이클립스, 호올스, 민티아, 리콜라 등 유명한 사탕 브랜드도 죄다 박하 계열이다. 이 중에서도 박하 잎의 성분에서 추출한 멘톨을 주로 쓰는 것은 약효에 중점을 둔 ‘목캔디’(throat pastilles) 종류로 따로 구분한다.

식품 가공 기술이 발전하며 각양각색 모양도 다양하게 나왔다. 동그란 구(球) 모양의 알사탕(drops), 설탕을 늘여 솜처럼 만든 솜사탕, 작대기를 붙여 손에 붙지 않게 만든 롤리팝, 기포를 넣어 폭신하게 만든 마시멜로, 수분율을 높여 부드럽게 만든 젤리빈 등이 연이어 등장했다. 젤리빈에 설탕 코팅을 한 ‘융복합 사탕’ 스키틀즈도 이때 나왔다. 이전까지 주로 수공업으로 만들던 것을 20세기에 들어서자 공장을 세우고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여러 사탕 브랜드가 나오기 시작한다.

1931년 미국에서 기존의 캐러멜 투시 롤(Tootsie Roll)에 설탕을 씌운 막대사탕 투시 팝스(Tootsie Pops)가 등장했다. 이듬해인 1932년은 멘토스(이탈리아)가 처음 등장한 해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미군에 허쉬 초콜릿 바와 함께 ‘사랑방 사탕’의 원조 격인 참스 캔디(Charms Candy)가 공급됐다.

막대사탕의 대표 브랜드인 츄파춥스(Chupa Chups)는 1958년 스페인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이탈리아 기업이 인수해 멘토스와 의붓형제가 됐다. 당시 작대기가 달린 사탕은 손에 묻어나지 않고 오래 슬금슬금 빨아 먹기에 편했다. 금세 시장을 장악했다. 1969년엔 무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직접 디자인한 로고를 쓰며 사세를 과시했다.

천연 감미료로 맛을 낸 졸리팝 막대사탕

사탕은 인류에게 단맛의 즐거움을 선사했지만, 또 비만과 당뇨 등 성인병도 함께 줬다. 자그마한 사탕에 함유된 당분과 열량은 일반 음식에 비해 매우 높다. 당뇨 환자에게 사탕은 상당히 버거운 음식일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저혈당 위협에 시달리는 당뇨 환자에겐 비상 구급약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저혈당 환자들이 사탕을 몇 개씩 가지고 다니는 이유다.

당분의 과다 섭취에 대응하기 위해 설탕 대신 천연이나 인공감미료를 쓴 사탕이 등장한다. 이른바 ‘제로 캔디’. 보통 자일리톨, 소르비톨 등 천연감미료나 인공감미료를 쓴다. 식물에서 추출하는 자일리톨은 혈당 상승 작용이 설탕의 6분의 1에 불과해 많은 제품에 감미료로 사용되고 있다. 과일에서 나온 소르비톨 역시 소화 흡수가 느린 점에 주목, 설탕의 대체재로 사용되고 있다. 화학감미료인 대체당은 적은 양으로도 어마어마한 당도를 나타낸다. 희석식 소주나 제로 음료 제조에 많이 쓰는 아스파탐은 200배, 옥수수 삶는 데 쓰는 뉴슈가로 익숙한 사카린은 설탕의 300배가 넘는 당도를 나타낸다.

단것에 대한 인류의 끝없는 사랑은 아직도 유효한 듯 보인다. 흔히 ‘달다구리’라 부르는 단 음식의 인기가 사그라들기는커녕 나날이 인기를 키우고 있다. 좀 전에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를 가보니 ‘단맛의 총아’ 사탕 역시, 변신과 진화를 거듭하며 사람들의 미각 속에 여전히 군림하고 있었다. 어느 감미로운 봄날의 이야기다.

놀고먹기연구소장

어떤 사탕이 있을까

♥ 시스캔디

1921년 미국 LA에서 시작한 시스캔디(See’s candies). 워런 버핏이 투자한 사탕 가게로 유명하다. 페퍼민트와 카페라테, 버터스카치 등 다양한 맛의 사탕과 견과류를 곁들인 초콜릿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4000원.

♥ 사포리 디 포지타노

이탈리아 포지타노 마을에서 만드는 레몬 사탕. 사탕을 살살 녹여 먹다 보면 안에 든 레몬 파우더가 터져 나오면서 입안 한가득 새콤달콤한 레몬 향을 풍긴다. 1통 8000원.

♥ 투시 팝스

현존하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캐러멜 회사 투시 롤 인더스트리에서 1930년대부터 생산 중인 막대사탕. 포도, 체리, 라즈베리, 오렌지, 초콜릿 맛 등이 있으며 사탕 안에 작은 투시 롤 캐러멜이 들어있어 먹는 재미가 두 배다. 투시 팝 미니어처 4500원.

♥ 목캔디

글자 그대로 인후가 텁텁할 때 먹는 사탕. 멘톨 등 허브를 넣어 다소 매콤할 만큼 시원한 맛이 나며 입 냄새를 가시게 한다. 운전자들이 주로 운전 때 졸음 방지용으로 먹기도 한다. 목캔디 파워허브용기 1통 3150원.

♥ 참스 캔디

알사탕 드롭스의 대명사 격인 제품. 2차 세계대전까지 미국에서 비상식량으로 보급하기도 했을 만큼 역사도 오래된 제품. 형형색색 다양한 맛의 사탕을 한 캔에 담았다. 1캔 1만 원.

♥ 홍삼캔디

일본과 중국에서 온 관광객이 아주 좋아해 많이 사간다는 홍삼 맛 사탕. 정관장 등 여러 업체에서 만들고 있다. 홍삼 농축액뿐 아니라 허브가 들어 진한 홍삼 향과 함께 청량한 맛을 낸다. 고려 홍삼캔디365 1봉 4000원.

♥ 코피코 슈가프리

진한 커피 맛 사탕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사탕 브랜드. 크게 달지 않고 살짝 쌉싸름한 맛. 입가심으로 식후에 먹으면 바로 커피 향이 그윽하게 퍼진다. 설탕 대신 감미료를 쓴 슈거프리 제품도 나와 다이어터들에게 인기. 1봉 2500원.

♥ 졸리팝 무설탕

미국 캔디 회사 졸리팝에서 출시한 무설탕 막대사탕. 설탕 대신 아스파탐을 넣고 5가지 과일 향을 낸다. 무설탕일 뿐 아니라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등을 함유해 맛은 유지하면서도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3900원.

♥ 카스가이 콘페이토우

별사탕. 건빵 봉지에 함께 들어 있던 것이 아니라 따로 만든 것이라 훨씬 크다. 포르투갈로부터 전해진 사탕이란 뜻의 콘페이투(confeito)를 일본식 콘페이토우(金平糖)로 음차했다. 카스가이 제과에서 나온 제품은 그냥 설탕 맛부터 복숭아, 사과, 포도 등 다양한 맛이 있다. 1봉 3200원.

♥ 스카치캔디

3가지 색상으로 구분한 사탕 3종을 담은 세트. 롯데제과의 가장 오래된 사탕(1974년 출시) 제품 중 하나로 변하지 않는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와 바닐라, 바나나의 향이 사탕에 단단히 녹아 있어 오래 빨아 먹어도 끝까지 진한 맛을 낸다. 1봉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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