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시간', 알다가도 모를 내 자식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5. 3. 2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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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소년의 시간' 스틸 컷 / 사진=넷플릭스

부모는 아이를 사랑으로 키운다. 같은 가정, 같은 부모 아래에서 자란 아이들이라면, 같은 가치관과 도덕적 기준을 공유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때때로 잔혹하다. 여기,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남매가 있다. 한 아이는 선하고 배려심 깊게 성장했지만, 다른 아이는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이 됐다. 부모는 혼란스럽다. '어떻게 우리가 키운 아이가 이런 짓을?'이라는 질문 앞에서 길을 잃는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의 시간'은 이 근원적인 질문을 중심으로 시청자를 몰입의 소용돌이로 빠뜨린다.

'소년의 시간'은 13세 소년 제이미 밀러(오언 쿠퍼)가 동급생 소녀를 살해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충격적이다. 평범한 하루, 평범한 가정의 문을 두드리는 경찰. 가족의 일상을 산산이 부수는 체포 과정. 부모의 눈앞에서 어린 소년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고 총구가 겨눠진다. 두려움과 공포에 질린 소년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린다. 부모는 가슴이 찢어진다. 제이미는 결백을 주장하며 울먹인다. 부모는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찰이 제시한 CCTV는 처참한 현실을 보여준다. 제이미는 무참히, 무자비하게, 일곱 번이나 소녀의 몸에 칼을 욱여넣었다. 부모의 믿음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소년의 시간' 스틸 컷 / 사진=넷플릭스

그러나 작품은 단순한 범죄 서사를 따르지 않는다. 가장 큰 무게 중심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에 벌어지는 가족의 붕괴와 심리적 소용돌이에 있다. 특히 아버지 에디 밀러(스티븐 그레이엄)의 감정선은 이 작품의 핵심을 관통한다. 그는 모범적인 가장이었다. 가족을 부양했고, 자식을 사랑했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제이미의 범죄가 드러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다. 그는 자신을 향한 질문을 멈출 수 없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나는 좋은 아버지였나?',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든 건 결국 나인가?' 이러한 의문은 부모라면 누구나 던질 법한 보편적 공포를 자극한다.

작품은 한편으로 제이미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그는 단순한 가해자로 그려지지 않는다. 청소년 보호 훈련 센터 소속 심리학자 브라이오니(에린 도허티)와의 상담 장면은 섬뜩할 정도다. 그는 한없이 나약한 아이처럼 보이다가도, 젊고 아름다운 성인 여성 앞에서는 조숙하고 교활한 태도를 보인다. 마치 포식자가 먹잇감을 탐색하듯, 브라이오니를 유혹하고 조종하려 든다. 이 장면은 단순한 범죄물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한가, 혹은 악한가. 악은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것인가, 아니면 타고나는 것인가.

'소년의 시간' 스틸 컷 / 사진=넷플릭스

이러한 질문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강렬하게 부각된다. 결정적인 장면은 누나 클로이(아멜리 피즈)가 부모를 위로하며 아버지의 생일상을 차리는 순간이다.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 린다(크리스틴 트레마코)는 남편에게 묻는다. "우리가 어떻게 저런 애를 만들었지?" 이에 대한 에디의 대답은 단 한 문장이다. "제이미랑 똑같은 방법으로."

이 짧고 강렬한 대사는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응축한다. 부모는 아이를 사랑으로 키운다. 그러나 그 사랑이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환경, 같은 교육, 같은 애정 속에서도 한 아이는 선하게, 다른 아이는 악하게 성장할 수 있다.

'소년의 시간' 스틸 컷 / 사진=넷플릭스

'소년의 시간'은 범죄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상은 가족의 붕괴와 인간 심리의 어두운 이면을 철저히 파헤치는 작품이다. 이를 더욱 강렬하게 만드는 것은 연출 기법이다. 원테이크 촬영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장면 속에서 시청자는 극한의 몰입감을 경험한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이를 완벽히 뒷받침한다. 특히 신예 오언 쿠퍼는 어린 소년의 순수함과 잔혹함을 넘나들며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의 연기는 단순한 범죄자의 얼굴이 아니다. 때로는 순진한 아이 같고, 때로는 소름 끼치는 괴물 같다. 이 이중성은 작품을 더욱 소름 돋게 만든다.

원테이크 촬영이 만들어낸 극한의 몰입감, 배우들의 압도적인 열연, 심리적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는 연출력. 스티븐 그레이엄의 애달픈 얼굴로 결말을 맺는 '소년의 시간'은 그 장면 자체로 코끝 시큰해지는 해석을 쥐며 마지막 1초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총 4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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