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 독소 “강을 이 지경까지 방치하는 게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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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국립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구실과 실험실 사이의 복도에는 식당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양문형 냉장고가 서너 대 놓여 있다.
그 안에는 전국의 어민들과 환경운동 활동가들이 보낸 녹조 샘플 병이 가득하다.
한강에 녹조가 잘 생기지 않는 건 위도가 높아 수온이 낮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강 전체가 상수도 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후위기로 수온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전국의 어느 강에서라도 녹조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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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국립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구실과 실험실 사이의 복도에는 식당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양문형 냉장고가 서너 대 놓여 있다. 그 안에는 전국의 어민들과 환경운동 활동가들이 보낸 녹조 샘플 병이 가득하다. 2월3일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함께 사람의 콧속에서 녹조 독소가 발견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승준 교수를 만났다.
샘플이 몇 병이나 있나?
한 해에 600병 넘게 온다. 농도가 너무 높아서 푸딩처럼 떠지는 녹조도 있고 각양각색이다. 보내주시는 분들 덕분에 지난 3년 동안 연구 체계가 좀 잡혔다. 솔직히 한국에서 녹조 연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환경문제는 곧 정치문제로 뒤바뀌어 버리니까. 녹조는 물이 더러워서 생기는 건데, ‘물이 더럽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해결책 말고 책임 소재를 따지는 데로 넘어가버린다. 보 때문에 녹조가 더 심해지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다 보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요인도 있나?
수질관리가 실패한 거다. 한강에 녹조가 잘 생기지 않는 건 위도가 높아 수온이 낮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강 전체가 상수도 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낙동강은 중간중간 보호구역이 지정돼 있다. 그 구역만 피해서 공장이나 축사를 지으면 된다. 그럼 뭐 하나. 물은 흐르는데. 결국 전체가 깨끗해져야 한다. 부산 물이 깨끗해지려면 대구가, 대구가 깨끗해지려면 경북이, 경북이 깨끗해지려면 그 위의 강원에서부터 수질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미국 이리호는 4개 주와 캐나다까지 접해 있는 호수인데, 관리 기준을 세우는 데만 10년 넘게 걸렸다.
10년이나?
어느 주는 공업, 어느 주는 농업, 어느 주는 관광이 주요 산업이니 각자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주 정부는 농부에게 ‘비료가 녹조의 먹이가 되니 적당히 쓰라’고만 하는 게 아니라 생산량이 줄지 않는 만큼의 비료량을 계산해서 알려주고 교육했다. 이제는 오히려 농민들이 연구를 지원한다. 물이 오염되면 결국 그 물을 먹고 자라는 농작물이 피해를 입으니까. 낙동강을 쓰는 지역도 모두 모여 합의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낙동강이 흐르는 대구, 경북, 경남만의 문제도 아니다. 여기서 재배된 농수산물이 전국으로 팔려나가지 않나. 게다가 기후위기로 수온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전국의 어느 강에서라도 녹조가 생길 수 있다. 이제 녹조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녹조가 없는 곳에 가서 조사하면 당연히 깨끗하다. 가장 더러운 지점을 봐야 전체가 깨끗해지는데 가장 깨끗한 지점만 보고 있으니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금의 녹조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실패한 결과이기도 하다.
연구자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원 헬스(one health)’라는 개념이 있다. 환경이 아프면 동식물도 아프고 사람도 아프다는 뜻이다. 지금 녹조 상태는 너무나 위험하다.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 해외 학회에 가서 한국의 녹조 수치를 말하면 믿지 않을 정도다. 강이 아니라 작은 연못이나 저수지에서 떠온 물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사실 강을 이 지경까지 방치하는 게 어려울 정도다.
부산·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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