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입틀막’ 1년, “그것은 작은 계엄이었다” [사람IN]

전혜원 기자 2025. 3. 2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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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16일 대전 카이스트 졸업식.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의 당사자 신민기씨(28)는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그때, 좋아하던 게임의 새 버전을 켜고 있었다.

비상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5일,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는 성명에서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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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박미소

2024년 2월16일 대전 카이스트 졸업식. 대통령 윤석열이 축사 연설을 하고 있었다. 한 졸업생이 일어나 피켓을 들고 외쳤다. “R&D 예산 복원하십시오!” 윤석열이 R&D(연구개발) 예산을 전년 대비 14.7% 삭감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한 경호원이 손으로 그 졸업생의 입을 막았다. 이어 졸업식 가운을 입고 있던 경호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해당 졸업생을 넘어뜨리고 사지를 들어 끌고 나갔다.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은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당시 경호처장이던 김용현은 이후 국방부 장관에 임명되어 12·3 비상계엄에 핵심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의 당사자 신민기씨(28)는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그때, 좋아하던 게임의 새 버전을 켜고 있었다. “계엄이 선포됐다기에 뉴스를 찾아봤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적혀 있었다. 포고령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었다. 이진우 수방사령관은 윤석열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국회의원을)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라는 지시를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그런 단어들을 들으면서 신씨는 자신이 겪은 일이 국민 전체에게 확대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때 시민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사실상의 예행연습을 한 것 아닌가. 내가 겪은 사건도 ‘작은 계엄’이었겠구나 생각했다.” 신씨 사건 당시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는 대통령경호처의 과도한 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총장의 입장 표명과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준비했지만 재적 교수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발표를 포기했다.

비상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5일,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는 성명에서 이렇게 썼다. “지난 2월 이곳 학문의 전당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민주적 가치가 훼손되었음에도 침묵했다. 이 같은 횡포가 온 국민을 향하는 지금 우리는 반성하며 목소리를 낸다.”

사건 당시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었던 신민기씨는 현재 정의당 대전시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AI 개발자로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진보정치 활동가’로서 일과 활동을 병행하고 싶다는 그는 “지금의 AI 논쟁이나 정책은 기업과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 영역에도 진보 세력이 할 일이 많다. 데이터를 생산하는 노동자·시민들과 기업 간 힘의 균형을 맞춰주는 일부터 AI로 생산된 가치의 분배, 환경에 대한 영향까지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탄핵 이후의 사회에 대해서는 이런 바람을 남겼다. “광장은 평등을 위한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광장의 시민들, 그리고 남태령과 지하철역, 동덕여대 등 민주주의가 가장 취약한 곳에서 권리를 요구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치가 되었으면 한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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