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이후 민심 풍향계 어디로…4·2 재보궐선거, 20일부터 선거운동
4·2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20일 시작된다. 이번 선거는 부산시교육감과 기초단체장 5명,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을 뽑는다. 12·3 내란과 탄핵 정국에서 치러지는 전국 단위 첫 선거여서 민심의 풍향계가 읽힐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교육감 선거는 진보와 보수 단일후보 간 대결이고, 충남 아산시장, 경북 김천시장, 경남 거제시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서울 구로구청장과 전남 담양군수 선거는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아 야당 후보끼리 경쟁한다.
아산시장 선거, ‘탄핵 찬성’ 대 ‘탄핵 반대’ 격돌
충남 아산, 경북 김천, 경남 거제시장 선거는 각각 4명씩 출마했다. 이 가운데 아산시장 재선거는 ‘탄핵 민심’의 척도가 될 전망이다. 여야 후보가 각각 탄핵 반대와 찬성 입장을 뚜렷이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현 전 아산시장을 공천했다. 오 후보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박경귀 후보에게 1314표(1.12%)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당선된 박경귀 시장이 지난해 10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오 후보가 다시 기회를 잡았다. 오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무력으로 권력을 침탈하려 한 행위를 아산시민이 심판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는 전만권(63) 전 천안부시장은 최근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탄핵 반대 입장을 보이며 보수세력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탄핵에 대한 시민 여론이 재선거 당락을 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새미래민주당은 조덕호 전 충남도지사 정무보좌관, 자유통일당은 김광만 전 충남도의원을 각각 공천했다.
거제시장 선거, ‘전 시장’ 대 ‘전 부시장’ 대결
거제시장 재선거는 국민의힘 소속 박종우 전 시장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당선무효가 되면서 치러진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에 무소속 2명까지 4명이 자웅을 겨룬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민선 7기 거제시장과 거제부시장의 맞대결이다. 박환기 국민의힘 후보는 2020년 12월31일부터 2022년 8월3일까지 거제부시장을 지냈다. 당시 민선 7기 거제시장은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다. 여기에 거제시의원 출신 김두호 후보와 거제시발전연구회장을 맡은 황영석 후보가 무소속으로 도전장을 낸 상태다. 거제시는 경남 지역에선 진보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대선 당시 김해에 이어 두번째로 더불어민주당의 표가 많았다.
김천시장 선거, ‘보수 3명’ 대 ‘진보 1명’ 구도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인 경북 김천시장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보수 3명과 진보 1명이라는 구도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재선한 김충섭 전 김천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잃게 돼 치러지는 이번 재선거에는 모두 4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황태성 중앙당 정책위 상임부의장을, 국민의힘은 배낙호 전 김천상무프로축구단 대표이사를 낙점했다. 보수색이 짙은 지역이지만, 이창재 후보가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바람에 보수표가 분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천시의원 출신 이선명 후보까지 출사표를 던져 황 후보가 ‘어부지리’를 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 황 후보와 무소속 이창재 후보는 “국민의힘이 소속 자치단체장의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깨고 이번 재선거에 후보를 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표심을 흔들고 있다.
국힘 후보 없는 구로구청장 선거
서울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는 진보 진영에서만 3명의 후보가 격돌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장인홍 전 서울시의원이 민주당 깃발을 들고 출사표를 던졌고, 조국혁신당은 서상범 전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을 내세웠다. 진보당도 빠지지 않고 최재희 지역위원장을 등판시켰다. 여기에 자유통일당은 청년최고위원인 이강산 후보를 전선에 배치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소속이던 문헌일 전 구청장이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에 반발해 사퇴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국민의힘은 이에 책임을 지고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민주당 장 후보는 시의원 경력과 구로구 토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조국혁신당 서 후보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에서 국회 대리인단으로 활동한 점에서 주목된다. 일각에선 ‘탄핵심판을 선거운동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혁신당은 이번 선거에서 성과를 거둬야만, 야권 내 당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담양군수 선거도 국힘 후보 없이 치러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는 이병노 전 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죄 확정에 따라 치러진다. 서울 구로구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담양군수 선거에서도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종 후보와 조국혁신당 정철원 후보가 출마했다. 담양 수북면 출신 이 후보는 광주광역시의회 보좌관을 시작으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광주선거대책위 수석대변인을 맡았고, 2020년 6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행정관으로 일했다. 이 후보는 49살로 당선되면 광주·전남 단체장 중 최연소다. 금성면 출신 정 후보는 고향 이름을 딴 ‘금성건설’을 운영하다 2014년 무소속으로 담양 나선거구 군의원에 당선됐고 3선에 성공했다. 지난달 조국혁신당에 입당했다.
광역·기초 각각 1곳 무투표 당선
광역의원은 △대구(달서6) △인천(강화) △대전(유성2) △경기(성남2, 군포4) △충남(당진2) △경북(성주) △경남(창원12)에서 모두 8명을 새로 뽑는다. 이 가운데 경북도의원 선거는 무소속 단독 후보여서 이미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 기초의원은 △서울 3곳(중랑 다·마포 사·동작 나) △인천 1곳(강화 가) △전남 3곳(광양 다·담양 라·고흥 나) △경북 1곳(고령 나) △경남 1곳(양산 마) 등 모두 9명을 선출한다. 기초의원도 담양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단독 입후보해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됐다.
정치평론가 정기남 교수(조선대 정외과 객원교수)는 “이번 재보선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직후 열릴 가능성이 크다. 탄핵 찬성과 정권 교체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도층의 여론은 조기 대선의 성패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본다”며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최대 결집이 이뤄진 상태에서 열리는 선거인 만큼 무당파와 중도층의 표심 향배 또한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부산시교육감 선거 진보-보수 성향 후보 간 맞대결
정당 후보 없이 치러지는 부산시교육감 선거에는 애초 8명이 출사표를 냈다. 하지만 후보자 등록은 김석준·정승윤·최윤홍 등 3명만 했다.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는 하윤수 전 부산시교육감이 사전 선거운동 등의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벌금 700만원이 확정되면서 성사됐다.
진보 성향 후보로 알려진 김석준(전 부산시교육감) 후보와 경쟁이 예상됐던 같은 성향의 차정인(전 부산대 총장) 전 예비후보가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출마를 접었다. 보수 지지층이 겹치는 정승윤(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최윤홍(전 부산시교육감 권한대행) 후보는 23일까지 여론조사를 해 2위를 차지한 사람이 출마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진보-보수 성향 후보 간 맞대결이 이뤄진다.
이번 4·2 재보궐선거는 지난 13~14일 후보 등록에 이어 20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사전투표는 28~29일, 본투표는 4월2일 실시된다. 투표 시간은 사전투표 오전 6시~오후 6시, 본투표는 오전 6시~오후 8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를 보면, 이번 재보선은 23개 선거구에서 67명이 등록해 평균 2.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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