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 5년만 버티면 벌금 '0원'?…이렇게 못 걷은 돈 3700억

조준영 기자 2025. 3. 20.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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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벌금형 확정판결에도 끝내 받아내지 못한 금액이 최근 10년간 총 3700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대검찰청의 '벌금형 집행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집행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집행되지 못한 금액은 총 3720억4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벌금형 집행대상 6조8062억원 중 현금납부액은 1조1921억원으로 전체의 17.5%에 그친 반면 노역장 유치로 대체된 금액은 3조7243억원으로 전체의 54.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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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벌금형 집행 현황/그래픽=이지혜

법원의 벌금형 확정판결에도 끝내 받아내지 못한 금액이 최근 10년간 총 3700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벌금형 선고를 받고 잠적하거나 돈이 없다고 버티는 경우가 반복된다.

19일 대검찰청의 '벌금형 집행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집행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집행되지 못한 금액은 총 3720억43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집행불능액이 611억5700만원으로 최근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납, 압류 등의 방법으로 벌금을 집행하지만 완납되지 않은 미제금액이 2019년 6573억원에서 2020년 1조5000억원으로 2배 넘게 뛰었고 지난해엔 1조7860억원을 기록하는 등 제때 걷히지 않은 벌금액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검찰은 △납부명령 △납부독촉 △미수령시 공시송달 순으로 미납자에게 고지 후 부동산·채권압류 등 재산에 대한 강제처분을 시도한다. 이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노역장 유치를 위해 형 집행장이 발부되고 지명수배 및 검거활동에 나선다. 노역장 유치는 벌금을 낼 능력이 되지 않는 범죄자들에게 일정기간 노역을 시키고 벌금을 변제해주는 제도다.

이같은 노력에도 미납자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거나 은닉한 재산을 찾지 못한 채 집행시효 5년이 흐르면 더이상 벌금을 집행하지 못한다. 재산을 타인명의로 돌려놓는 등 은닉하고 잠적하면 결국 벌금이 사라지기 때문에 '5년만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한다.

미납자 검거와 재산추적 등을 위해 전국 검찰청에 250명 규모의 벌금검거팀이 운영되지만 연간 60만건에 달하는 벌금집행을 담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고액벌금 미납자 중심으로 검거가 이뤄진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미납자를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한 탓이다. 형 확정자에 대한 형집행시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법적으로 제한돼 은닉한 재산을 추적하는 일도, 신병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일부에선 벌금형 집행금액 중 현금납부액보다 노역장 유치 집행금액이 크게 높은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지난해 벌금형 집행대상 6조8062억원 중 현금납부액은 1조1921억원으로 전체의 17.5%에 그친 반면 노역장 유치로 대체된 금액은 3조7243억원으로 전체의 54.7%에 달했다.

형법상 노역장 유치기간은 최대 3년으로 정해져 있어 짧은 기간 노역장 유치로 거액의 벌금을 면제받는 일명 '황제노역' 문제도 계속된다.
대법원은 벌금 1억원 미만은 노역일당이 10만원, 그 이상은 전체 벌금의 0.1%를 넘지 못하도록 하지만 유치기간이 제한된 탓에 초고액벌금 미납자들의 일당은 수억 원에 달한다. 실제 지난해 2조원대 금괴밀수로 벌금 6669억원이 확정된 사건의 경우 1일 환형유치금은 무려 6억6690만원이었다. 3년만 노역장에 있으면 6000억원 넘는 벌금이 면제되는 구조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벌금 미집행을 방치할 경우 법적 형평성이 깨지는 것은 물론 '무조건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다"며 "검거인력을 강화하거나 재산추적을 위한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는 등 벌금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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