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무역 상대국을 ‘더티 15’라고 칭한 美 재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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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관세 전쟁'의 다음 무기는 4월 2일로 예고된 상호 관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개념의 관세인데,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적용하는 관세만큼 미국도 똑같이 상대국에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국가마다, 품목마다 관세율이 제각각이어서 상호 관세 부과는 AI 프로젝트급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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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18일 현지 인터뷰에서 나라별로 상호 관세율이 다를 거라고 설명하면서 “대미 무역량이 많은 15%의 국가들, ‘더티 15’라고 부르는 국가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과거 미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더러운 철강(dirty steel)’이라고 언급한 적은 있지만 무역 상대국을 싸잡아 지저분하다고 지칭한 건 이례적이다. 남의 나라 총리를 ‘주지사’라고 조롱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례함이 행정부 전반으로 옮겨간 듯하다.
▷베선트 장관은 ‘더티 15’에 어느 나라가 포함됐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미국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고, 관세 못지않게 중요한 ‘비관세 장벽’을 치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미국에 불리한 세금이나 규제, 정부 보조금 같은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한 상호 관세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미국에 여덟 번째로 많은 무역 적자를 안긴 한국도 ‘더티 15’에 올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진위를 떠나 “한국의 평균 관세가 미국의 4배”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까다로운 농산물 검역 규제와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제한 등은 미국 측이 꾸준히 문제 삼아 온 한국의 비관세 장벽 이슈들이다. 최근 국무장관, 상무장관, 백악관 핵심 참모 등이 돌아가면서 한국을 콕 집어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배경이다. 일본 대만 등이 미국에 더 큰 무역 적자를 떠안겼는데도 한국을 향한 칼날이 유독 매섭다. 국정 리더십에 구멍이 난 한국이 동네북이 된 신세다.
▷베선트 장관은 “사전에 협상하면 상호 관세를 피해갈 수 있다”며 “일부 국가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미 관세를 대폭 낮추겠다고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교역국들을 상대로 4월 2일 전까지 선물 보따리를 가져오라고 압박한 셈이다. 일본, 인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관세 면제를 요청하면서 각각 1조 달러 투자와 미국산 에너지·무기 수입을 약속했다. 대만은 정부 대신 반도체 기업 TSMC가 나서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이 ‘더티 파트너’가 아니라 ‘대체 불가 파트너’임을 설득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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