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관타나모로 추방 말라”…멕시코, 미국에 외교 공문

윤기은 기자 2025. 3. 1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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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자 제3국 수용시설 압송 “반대”…중남미 국가 반발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절차 준수 없이 무고한 시민 갇혔다”

멕시코 정부가 미국 정부에 불법 이민자를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로 추방하는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강제추방 정책이 외교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8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지 엘데바테에 따르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시티 국립궁전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국민을 쿠바 관타나모만 미군기지로 이송하려는 계획을 멈춰달라’는 외교 공문을 미국 정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어떤 멕시코인도 멕시코가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해외에 있는 멕시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의지가 있으며, 미국에서 이뤄지는 추방이 공정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범죄자로 분류한 이민자 약 3만명을 관타나모만 수용시설로 보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5일에는 227년 전 만들어진 전시법인 ‘적성국 국민법’을 발동해 베네수엘라를 근거지로 한 국제 마약 카르텔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파나마, 에콰도르 등에도 미국이 쫓아낸 제3국 이민자들이 압송되고 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도 지난 17일 미국이 베네수엘라 국적자를 엘살바도르로 추방한 것과 관련해 적법한 절차가 준수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추방된 베네수엘라인들이 미국이나 엘살바도르에서 어떤 범죄도 저지른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국민에게 위협이 되는 중범죄자’를 추방한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카르텔 조직과 관련없는 무고한 베네수엘라인이 엘살바도르 수용시설에 갇혔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 법무법인 ‘이민자 변호 법률센터’의 린지 토칠로프스키 변호사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터뷰에서 엘살바도르 수감자 한 명은 베네수엘라에서 정치적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성소수자 예술가라고 말했다.

제3국 수용시설에 고립된 이민자들은 변호사로부터 법적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 쉽고, 인권침해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적절한 대응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은 ‘국가 안보가 위협을 받을 때’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등 특정 조건에서만 난민 추방을 허용하는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어길 소지도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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