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는 대세…트럼프, ‘보기 흉하다’고 막을 수 있을까

Q. 재생에너지를 미워하는 트럼프, 정말 화석연료를 부활시킬까요?
A.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1월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했어요. 한데 이 선언은 ‘에너지 또는 에너지 자원’을 “원유, 천연가스, 콘덴세이트(액상 탄화수소), 액상 천연가스, 정제 석유 제품, 우라늄, 석탄, 바이오 연료, 지열, 흐르는 물, 필수 광물”로 정의했어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정의에서 아예 제외해버린 거에요. 트럼프가 화석연료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반대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는 얼마나 미워하는지 잘 알 수 있죠. 이뿐만 아니라 파리협정 탈퇴, 화석연료 개발 재개 등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에너지 전환’ 노력을 뒤엎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죠.
일단 트럼프가 그간 “보기 흉하다”고 비난해왔던 풍력발전이 대표적인 표적이 된 상태에요. 취임 첫날 그는 모든 해안 지역을 해상풍력 개발권 임대에서 제외하고 연방정부의 풍력 프로젝트 개발권 임대와 허가 절차를 재검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어요. 또 연방기관이 모든 풍력발전소의 허가를 중단하도록 하고, 이미 낙찰된 풍력발전 개발권도 종료 또는 수정하게 했어요. 한마디로 연방정부가 간여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육상·해상풍력 사업을 가로막겠다는 거에요.
풍력은 국가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빠르게 키울 수 있는 재생에너지로 꼽혀요. 미국에선 2010년 47기가와트(GW)였던 발전용량이 2024년 150.1GW로 늘어났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왔어요. 지금은 전체 발전량 가운데 10%가량을 차지해요.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총 30기가와트(GW)의 해상풍력 설비용량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1개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단지의 건설을 허가하기도 했었죠. 그러나 새로 들어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이 같은 풍력발전의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와요. 마침 풍력산업이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차이기도 하고요.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은 풍력처럼 노골적인 공격 목표가 되진 않았어요. 다만 트럼프가 후보 시절 폐지 공약을 했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축소 또는 폐지 시도를 하는 등 전 행정부가 추진했던 ‘청정에너지’ 지원 사업을 전반적으로 철회하려 하면서 태양광 역시 어려움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왔어요. 저소득층의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거용 태양광에 70억달러(약 10조원)를 지급하기로 했던 보조금을 환경보호청이 동결한 것이 대표적인 조처로 꼽혀요. 이밖에 또 어떤 구체적인 정책들이 나와 재생에너지의 성장을 가로막을지 미국 안팎에선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에요.
다만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가 그대로 현실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그간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왔던 세력의 반발력도 만만찮은 것이죠. 예컨대 청정에너지 지원 보조금 동결 조처는 법원에서 “즉시 복원하라”는 판결을 받아 지난 4일 해제됐어요.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나왔어요.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청정에너지 개발은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 달성에 매우 중요하다”며 폐지 시도에 제동을 건 거에요. 현재 하원은 공화당 218석, 민주당 214석이라 공화당 의원 21명이 반대하면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폐지할 수가 없어요.

지난해 미국에 새로 추가된 발전용량 가운데 재생에너지는 무려 94%를 차지했고, 이런 추세는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에요.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이 최근 내놓은 전망을 보면, 2025년 새로 추가될 발전용량 63GW 가운데 태양광이 52%, 배터리저장장치가 29%, 풍력이 12%를 차지했어요. 천연가스는 7%에 그쳤고요. 참고로 2023년 미국의 발전원별 비중은 화석연료 59.1%, 재생에너지 22.6%(풍력 10%, 태양광 5.6%, 수력 5.5%, 바이오매스 1.1%, 기타 신재생 0.4%), 원자력 18.2%였어요. 이미 ‘대세’로 자리잡고 있기에, 미국 안팎에선 재생에너지가 트럼프의 정책으로 과연 쉽게 거꾸러질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요.
환경·기후에 대한 고려가 아니더라도, 재생에너지는 이미 경제적으로도 대세가 됐다는 분석도 나와요. 뉴욕타임스는 최근 “화석연료를 확대하려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풍력·태양광 업체들이 ‘화석연료에 견줘 빠르고 저렴하게 건설할 수 있다’는 경제성을 앞세우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놨어요. 인공지능 산업 등으로 미국 내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천연가스처럼 비싸고 오래 걸리는 화석연료론 이를 맞출 수 없다는 거에요. 다만 재생에너지는 24시간 내내 전력을 생산할 수 없기에, 당분간 천연가스 의존도 지속될 거란 관측이 나와요.
미국의 정책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와도 무관할 수 없어요. 트럼프 시기의 미국, 과연 원하는 대로 화석연료를 부활시킬까요, 아니면 재생에너지의 ‘대세’를 인정하게 될까요.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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