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가 최고의 명상일 줄이야!

방민준 2025. 3. 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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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 이미지입니다. 한 프로 선수가 골프 스윙을 연습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온갖 스트레스 속에 살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명상(Meditation)이 각광받고 있다. 구도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명상이 현대인들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분화·발전하면서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정신 치유법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 초월명상(Transcendental Meditation), 호흡명상(Breath Awareness Meditation), 자애명상(Loving-Kindness Meditation) 등 다양한 방식과 이름이 있지만 개인의 취향과 성정에 맞는 명상법을 생활화하면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명상(冥想)은 인도 고대언어의 하나인 팔리어 '사띠(sati)'를 한자로 옮긴 것이다.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것과 정신을 '차리다'는 의미가 결합된 말이다. 불교의 창시자인 붓다의 설법도 팔리어로 구전되다가 기록된 것이다.



 



사띠의 우리말 번역은 다양하다. 사띠의 어원적 의미는 '기억하여 잊지 않다'이다. 말 그대로 과거의 어떤 사실을 기억하고 재생하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의식의 표면에 떠올라오는 경험된 현상들을 '지금 여기에서 있는 그대로' 자각한다는 의미다. 현대 명상에서는 '알아차림'이나 '마음 챙김' 등으로 번역되고 있다.



 



지난 여름 강원도 정선 인근 휴양시설에서 며칠간 명상 체험을 한 적이 있다. 하루 2시간씩 3일 동안 호흡명상을 했는데 마음이 더없이 명료해지고 평온해지는 경험을 했다. 숨을 쉴 때마다 코로 공기가 들어가 목과 가슴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느끼고 배출되는 공기와 함께 몸속의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인데, 이 단순해 뵈는 호흡의 알아차림이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체험했다. 



 



사띠에서 중요한 것은 경험한 현상을 왜곡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일이다. 알아차림은 어둠 속의 존재에 빛을 던지는 일종의 지각이다. 그 무엇인가를 의도적으로 챙기려 하거나, 지키려는 태도는 바른 명상 수행이 아니라고 가르친다. 사띠는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때 자신의 문화적인 안경을 벗고 대상을 있는 그 자체로 경험하는 것이다.



 



사띠는 언어적인 판단이 개입하기 이전의 순수한 인식, 지각이기도 하다. 대상에 대해서 언어적인 의미 부여나 판단이 없는 상태다. 대상에 대해서 선명하게 깨어있음이며, 안개에 휩싸이거나 애매하지 않고, 명료하게 대상에 집중해, 의식의 지평으로 선명하게 드러남이다. 알아차림이 있으면 그곳에 명상이 있고, 초월적이고 영적인 경험과 마음의 평화가 동반된다. 



 



알아차림은 영어로 'Awareness' 또는 'Enlightment'로 번역되는데 번뇌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와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나 다름없다.



 



우리 마음은 알아챔→ 깨우침→ 행동 순으로 진화한다. 알아챔은 현재를 아는 마음, 깨우침은 본질을 아는 각성, 행동은 깨달은 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다. 우리의 삶 역시 현재의 자기를 알고 진지하게 깨닫고 깨달은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단계를 거친다.



 



쉬운 예로, 술을 먹고 취했다는 것을 알면 알아차림이고, 술에 취하면 인간 구실을 못한다는 것을 알면 깨우침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알아차림이나 깨우침은 의미가 없다. 



 



그동안 40년 가까이 골프를 해오면서 나도 모르게 '골프 사티'를 해왔음을 깨닫는다. 골프야말로 '알아차림→ 깨우침→ 실천'을 무한 반복하는 고도의 명상임을 비로소 알아채고 있다.



 



예를 들어 퍼팅 한 가지만 놓고 봐도 명심해야 할 것이 10여가지가 넘는다. 그린의 기울기, 잔디의 생육 상태, 습도, 바람 등 자연적인 조건에서부터, 퍼팅을 하기 위한 스탠스잡기, 상체의 기울기 정도, 퍼트가 정확히 추 운동을 할 수 있는 축을 지키는 일, 퍼트하는 순간 다리나 허리 가슴, 얼굴, 눈의 움직임, 퍼팅의 세기 등이 정확히 맞지 않으면 퍼트를 성공시킬 수 없다. 골프에서는 모든 동작에 5~10여 개의 볼트와 너트가 제대로 맞아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중에 하나만 맞지 않아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스윙할 때마다 자신의 동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채고 왜 그런 동작이 나왔는지 깨우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내 실천에 옮길 때 비로소 골프의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다. 아침에 깨달았다가도 저녁이면 잊는 골프의 속성을 인정한다면 '알아차림→ 깨우침→ 실천'의 무한 반복은 골퍼의 숙명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스윙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 채 타성에 젖어 습관적으로 연습하는 골퍼에게 개선이란 기대할 수 없다. 고질병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어릴 적에 역 근처에 살면서 철도원이 망치를 들고 멈춰 선 기관차와 객차의 바퀴, 스프링, 연결부위, 등을 두들겨 보며 그 소리를 듣고 살피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매일 달리는 기차도 이렇게 매일 점검하지 않으면 가다가 멈추거나 사고가 날 위험이 있는데 골프라고 예외일 수 있겠는가.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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