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투중단 없이 미러관계 진전까지 챙겨…'영토' 언급 없어

전면 휴전 대신 '에너지·인프라'만 수용…쿠르스크 탈환 등 시간 벌어
'우크라 재무장 반대' 등 기존 요구도 포기 안해…"핵군축·이란 문제 등 러 협력 미지수"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장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에너지 인프라(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30일간 우선 멈추는 부분 휴전에 합의했다고 백악관과 러시아 크렘린궁이 밝혔다.

이날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평화와 휴전 필요성을 논의했고 지속적인 평화를 통해 이 분쟁을 끝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미·러 양자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또 "이 분쟁은 결코 시작되지 말았어야 했으며, 성실한 선의의 평화 노력으로 이미 오래전에 종식됐어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특히 '평화로의 이동은 △에너지·인프라 휴전 그리고 △흑해 해상 휴전과 전면 휴전 및 영구적 평화에 대한 기술적 협상에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며 단계적 평화론을 전했다. 그러면서 '협상은 중동에서 즉각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지난번 회담이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후속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인프라 일시 휴전과 관련해 일각에선 푸틴은 러시아에 상대적으로 아쉽지 않은 카드로 우크라이나 내에서 쿠르스크 수복 및 점령지 확대를 위한 시간을 버는 동시에 미-러 관계 정상화의 진전이라는 대가를 얻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자국에 대한 무력 공격에 관여하는, 러시아 영토 내 시설들을 지속해서 공격해 왔다. 특히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국가 수입원에 피해를 줬다. 또 러시아의 크림반도 지배를 상징하는 케르치 다리, 일부 도심 목표들에도 손상을 입혔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전력 생산 시설과 도시들을 공격해 왔다.

백악관은 또 "향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잠재적 협력 지역으로 중동에 대해 대략적 논의했다"고 했다. 이어 '전략적 무기 확산을 중단하고 이를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다른 국가들과 협력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CSIS는 미국은 러시아가 전쟁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핵기술을 북한과 이란에 이전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 몇 주간 한국과 폴란드, 일본, 심지어 독일까지 여러 나라에서 자체 핵 능력 개발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파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안 된다는 의견을 공유했다"고 했는데 이란이 이스라엘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는 핵무기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이란과의 핵 협상에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미 행정부는 최근 예멘 친이란 후티 반군에 공습을 가했고,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도 지지했다. 다만, 지난 수년간 러시아와 이란 간 관계를 감안할 때 러시아가 이를 위해 적극 협력할지는 미지수다.

백악관은 '미·러 간에 관계가 개선된 미래는 큰 이점이 있고, 평화가 달성되면 막대한 경제 거래와 지정학적 안정을 가져온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이날 크렘린궁도 별도의 자료를 내고 트럼프의 30일 휴전 선언 제안과 관련해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에 강제 동원 및 우크라이나 군대 재무장 중단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타협이 이뤄진 협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했고 우크라이나 무장 세력이 쿠르스크 지역 거주 민간인에 대해 야만적인 테러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은 특히 푸틴이 외국 군사 원조와 정보 제공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 분쟁의 격화를 막고 정치적·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CSIS는 이는 푸틴이 당초 요구인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를 고수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크렘린궁은 또 러시아가 선의의 표시로 중상을 입은 군인 포로 23명을 우크라이나에 넘기겠다고 했다. 오는 19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175명 대 175명의 포로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크렘린궁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미국 아이스하키 선수 간의 경기를 미국과 러시아에서 개최하자는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도자료에는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점령지 처리에 대한 부분은 빠져 있다. 워낙 민감한 데다 견해차가 커 언급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인에 "우리는 땅에 관해서 이야기할 것 같다. 전쟁 전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 발전소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다. 그건 큰 문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자산의 분할에 대해서 이미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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