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각 부서 특활비의 실체와 심우정의 항소
2023년 6월 23일 뉴스타파 기자들과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활동가들은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에 가서 역사상 최초로 검찰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자료를 받아냈다.
여기저기 가리고 복사하는 바람에 자료를 해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설마 숨겨놓은 또 다른 자료가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검찰은 역시, 상상 이상의 조직이었다. 그 당시에 대검찰청은 중요한 자료의 존재 자체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대검찰청 안의 각 부서가 사용한 특수활동비 자료였다.
검찰 특수활동비가 흘러가는 중요한 통로인 ‘대검 각 부서’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대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중 상당 부분은 대검찰청 각 부서에 지급되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이것은 일선 검찰청에 직접 지급되는 부분과 별개이다.
그리고 대검찰청 각 부서가 받은 특수활동비 중 일부는 직접 쓰고, 일부는 다시 일선 검찰청에 지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검찰 특수활동비의 흐름에서 대검찰청 각 부서는 특수활동비가 흘러가는 또 다른 중요한 통로인 것이다.
대검 각 부서 특수활동비 집행자료의 존재 자체를 숨겨
이런 특수활동비 지급 흐름이기 때문에 2017년 9월 대검찰청은 검찰총장 명의로 대검찰청 각 부서와 일선검찰청에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개선 방안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앞으로는 특수활동비를 배분받는 대검찰청 각 부서와 일선 검찰청은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기록부’라는 장부를 작성하고 현금수령증을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검찰청 각 부서는 이 공문에 따라 특수활동비 장부와 현금수령증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검은 시민단체들과 뉴스타파에 자료를 공개하면서 이 부분은 숨긴 것이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이 대검찰청 각 부서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가 더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은 2023년 8월 무렵 뉴스타파로 들어온 제보를 통해서였다. 제보자를 통해서 내부 공문을 입수해 보니, 일선 검찰청뿐만 아니라 대검찰청 각 부서도 특수활동비 집행 관련 장부와 지출증빙서류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관련기사 : 검찰 특활비 내부 공문 입수① '돈봉투 만찬' 못 막는 '돈봉투 만찬 대책')
법원의 단호한 정보공개 판결
대검찰청 각 부서의 특수활동비 자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대검찰청은 공개를 거부했다. 그래서 필자가 원고가 되어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소송 과정에서 대검찰청은 여러 명의 검사와 수사관들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고,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지난 2월 28일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전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대검찰청 각 부서의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집행일자와 집행금액) 및 현금수령증(집행명목 및 수령인의 성명은 제외)은 공개대상 정보라는 것이다.
판결문에서는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수사 등에 관한 직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구속취소 법원 판단 존중한다던 심우정, 특수활동비 공개는 항소
문제는 그다음이다. 피고인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런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서 지난 3월 13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한 때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던 검찰이 특수활동비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전혀 존중하지 않고 항소한 것이다.
사실 항소를 해도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미 2023년 4월 대법원이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에 관한 확정판결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의 항소는 ‘시간끌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대검찰청 각 부서장은 주요 인사들이 거쳐 간 자리
한편 대검찰청 각 부서가 사용한 특수활동비가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대검찰청의 주요 부서장은 법조계와 정치권의 주요 인사들이 거쳐 간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의 반부패부, 공공수사부, 기획조정부 등을 거쳐서 요직을 맡거나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사례들이 많은 것이다.
예를 들어 심우정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과 차장검사를 거쳤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과 차장검사를 거쳤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과 반부패강력부장을 거쳤다.
따라서 대검찰청 각 부서가 사용한 특수활동비 정보의 공개는 주요 인사들이 공직에서 사용한 예산 사용의 투명성과 적절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최소한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면서 현금지출을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지켰는지, 현금수령증 등 증빙서류는 제대로 구비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검증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대검찰청 각 부서의 특수활동비 정보는 반드시 공개되는 것이 필요하다. 검찰의 항소로 인해 앞으로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소송의 원고인 필자는 반드시 정보가 공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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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하승수 뉴스타파 전문위원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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