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심각한 명예훼손 당해, 정정 않으면 법적 조치”…강남 재건축조합에 경고장 보냈다

정해용 기자 2025. 3. 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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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포주공6·7단지 조합에 공문
시공 입찰 참여 않자 삼성물산 비난 메시지
“사업 지연, 클린 수주 방해” 주장

국내 최대 건설사인 삼성물산이 강남의 재건축조합에 대표이사 명의의 경고장을 발송했다. 삼성물산은 공문 형태의 문서를 통해 이 조합이 삼성물산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정정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합은 최근 조합장이 본인 명의의 단체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삼성물산이 재건축 사업을 지연, 훼방했다며 다른 정비사업장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1위 삼성물산이 특정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법적 조치까지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런 배경에는 다수의 정보가 알음알음으로 공유되는 정비사업장의 특성 때문에 삼성물산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그대로 뒀다가는 다른 사업장에서도 시공권 획득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 전경(왼쪽)과 삼성물산 본사 / 사진 = 정해용 기자, 뉴스1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에 ‘입찰 관련 허위사실 공지에 따른 조치의 건’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오세철 대표 명의의 공문에서 삼성물산은 “귀 조합에서 조합원님들을 대상으로 발송한 조합장 명의의 문자 서신에서 ‘당사가 입찰 절차에 참여하지 않아 시공사 선정 일정이 지연’되었고, ‘타 사업장에서도 은밀한 방법으로 클린 수주를 방해하는 조합장의 비리 및 특정사 밀어주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귀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허위의 정보를 안내함으로써 당사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당사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이에 모든 조합원에게 오해가 없도록 근거 없는 제보 내용에 대해 즉시 정정 공지를 요청한다”며 “정정 공지가 안될 경우 당사는 관련하여 모든 법적 조치 등을 취할 수밖에 없음을 안내한다”고 했다.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 1월 21일 현장설명회를 거쳐 3월 12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지만, 현대건설만 단독 입찰하면서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삼성물산은 현장설명회에 참석했고 1월 말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시공사 선정이 불발된 다음 날인 3월 13일 윤모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단체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며 삼성물산을 비난했다. 윤 조합장은 문자 메시지에서 “그동안 수주 의지를 표명하며 입찰의향서를 제출했던 2개사 중 1개사(삼성물산)가 막판 입찰을 포기하여 결국 유찰이 되었고 그로 인하여 당초 계획했던 시공자 선정 일정도 4월에서 6월로 일정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 “이번 입찰을 포기한 1개사는 우리 단지뿐 아니라 여러 타 정비사업장에서도 동일 혹은 유사한 방식으로 입찰을 포기하여 논란이 되고 있고 이로 인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다양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클린 수주를 방해하는 조합장의 비리 및 특정사 밀어주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제보도 입수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 조합은 조합을 좌지우지하려는 건설사들에 휘둘리지 않고 향후 절차에 따라 내일(3월 13일) 조속히 시공자 선정 재입찰공고를 진행함으로써 조합원님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오니, 조합원 여러분께서는 우리 조합을 믿고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정비업계에선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후에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조합이 아쉬움을 드러내지만, 공개 메시지를 통해 특정 건설사를 비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윤 조합장의 메시지가 업계에 알려지면서 강남권을 비롯한 정비업계에선 논란이 발생했다. 삼성물산이 실제 입찰에 응할 듯한 태도를 보이다 입찰에 응하지 않는 행위를 반복하며 사업을 훼방했는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것이다.

앞서 지난 4일 마감된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에서도 삼성물산의 응찰이 예상됐지만, 삼성물산이 참여하지 않아 이 단지도 시공사를 정하지 못했다. 잠실우성 1·2·3차는 잠실동 최대 재건축 사업장 중 하나로 총사업비는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삼성물산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윤 조합장이 공식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자 삼성물산이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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