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신뢰 깨져…과열 집값 결코 못 끌어내릴 것” [토허구역 재지정]

홍승희 2025. 3. 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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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토허구역 재지정 시장 혼란
용산까지 묶어 주변 ‘풍선효과’ 가능성
주말 거래 폭증 ‘최악 통계’ 발생 우려
“대출관리안, 현금부자만 기회 주는 꼴”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에 3월 기준 아파트 거래가격 현황 자료가 부착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시가 한 달 만에 주택 정책을 사실상 번복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을 재지정하면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장 신뢰가 깨졌을 뿐 아니라, 이미 오를대로 오른 강남권의 집값을 오히려 고착화시킬 거라고 분석한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용산까지 일괄적으로 규제로 묶으면서 되레 마포, 강동 지역의 집값이 급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주말 거래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혼란에 빠진 시장=19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합동브리핑을 열고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전체 아파트 약 2200여채에 대해 6개월간 토허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강남구의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 291곳에 대해 토허구역 지정을 해제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토허구역 재지정 소식이 알려지자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대치동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아파트 가격은 4억원 이상 올랐는데 주말에라도 매매 가능한 물건이 있는지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그 사이에 팔고 떠난 사람들은 ‘노났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토지거래허가제도(토허제) 재개로 시장이 혼란을 겪으면서 이주 주택 거래량이 급증할 거라고 봤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르면 토허구역 지정은 공고한 날부터 5일 후에 그 효력이 발생한다. 사실상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에선 이번 주말이 규제 없이 주택을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실제 서울 주간 거래량이 약 1000건에서 2000건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작년에는 13주 소요됐으나, 최근에는 그 기간이 4주로 단축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토허구역 재지정이 발표되면서 향후 며칠간 거래량이 더 폭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예측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토허제가)24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팔아야 될 사람들은 일주일 내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고 최악의 통계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등포·마포·광진·강동으로 갭투자 번질 것”=시장은 이번 토허제 재지정이 결코 과열된 집값을 다시 끌어내릴 수는 없다고 확신한다. 토허제 자체가 집값을 잡는 데 효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강남 3구와 용산 등 규제 지역에 대한 강한 확신을 시장에 남겨줬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권 등의 매매가가 하향 조정 수준까지 이끌어 내기엔 한계가 있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은선 직방 데이터랩실장도 “강남 핵심지의 희소성과 탄탄한 실수요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 역시 “정부의 정책은 ‘강남3구와 용산이 좋은 지역이니 묶겠다’고 시장에 알려주는 꼴”이라며 “사람들의 관심이 더 부각되기 때문에 가격이 더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강남3구와 용산을 토허구역으로 일괄 지정하면 거래 수요가 그 주변부로 옮겨가 가격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정부의 규제를 상급지의 ‘시그널’로 인식한 시장이 그 주변부의 집값을 밀어 올려 일종의 거품이 생성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함영진 랩장은 “서울 주택 구매 수요는 토허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한강변 등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등포(여의도)·마포·광진·강동·동작·서대문구 일대 등으로 갭투자 주택 구매가 우회하는 풍선효과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같은 풍선효과를 대비해 현재 강남과 서초, 송파, 용산만 해당하는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타 지역으로 확대하는 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조정 국면을 형성하는 데만 그칠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은선 실장은 “규제를 피해 강남 인근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토허제가 속한 지역의 다른 단지나 인접 지역으로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인해 꿈틀대던 수요를 단기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는 가질 수 있지만 일시적인 조정 국면을 형성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했다.

▶실수요자 집 사기 더 힘들어져…전월세 가격도 오른다=문제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검토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과 같은 안이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까지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날 월별·분기별 가계대출 관리체계에 더해 수도권은 지역별로 가계대출 모니터링·관리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실상 주거 수요가 몰려드는 수도권의 핵심지에서 대출 총량이 급증하지 않게 특별관리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출이 막히면 실수요자들은 주택 매입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뿐 아니라, 임대차 가격까지 상승해 주거에 위협을 받게 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은 원래부터 ‘그들만의 리그’라 불리며 부의 대물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가계대출 문턱까지 높여버리면 중산층 이하는 직격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현금부자들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함영진 랩장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취급 점검이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으로 대출이 줄어드는 현상이 야기되면 매입수요가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임대로 상승이 꾸준할 전망”이라며 “특히 연내 전년 대비 4만가구 입주량이 감소하면, 경기 외 수도권의 임대차 시장에 수요가 집중되며 월세와 전세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승희·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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