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안세영, 차원이 다른 자신감…죽음의 대진? "어차피 모두 이겨야 챔피언"

조용운 기자 2025. 3. 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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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전영오픈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의 흐름을 이듬해 올림픽까지 이어간 안세영에게 남은 것은 한 가지, 아시아선수권이다. 4월 중국 닝보에서 예정된 아시아선수권까지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무적. 안세영(23, 삼성생명)이 여자 배드민턴 단식 세계랭킹 1위의 면모를 과시했다. 국제대회 4연속 우승의 대업을 장식했다.

안세영은 지난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끝난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전영오픈(슈퍼1000) 여자단식 결승에서 왕즈이(2위•중국)를 게임 스코어 2-1(13-21, 21-18, 21-18)로 제압하며 2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전영오픈은 1899년 시작해 126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월드 투어 파이널에 이어 가장 큰 대회에 속한다. 안세영은 '배드민턴계 윔블던'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 권위 무대를 2년 전 이미 정복했다.

당시 한국 선수로는 방수현(1996년) 이후 27년 만의 여자단식 우승을 달성하며 여제 반열에 올랐다. 안세영은 이때 전영오픈 우승과 함께 셔틀콕 무결점으로 한층 더 도약했다. 이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당시 최강자였던 천위페이(중국)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해 파리 올림픽까지 최고 자리에 유지하며 현 시점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 안세영의 체력은 이미 검증이 됐다. 모래사장 위를 납 주머니를 달고 뛰었던 어린 시절부터 단련이 됐다. 영리한 호흡 조절과 특유의 수비로 상대의 맥을 끊는 경기 운영 능력은 세계 최강이다. ⓒ연합뉴스/AP

올림픽 이후 심신을 재정비한 안세영은 올해 기세가 아주 무섭다. 앞서 열린 말레이시아오픈과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를 잇달아 거머쥐었다. 이번 결승까지 포함해 국제대회 19연승을 달성하면서 새해 들어 4개 대회 연속 우승 질주를 이어나갔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각종 천적이라 불리던 경쟁자를 차례대로 제압했다. 8강에서 옛 라이벌인 천위페이를 단 43분 만에 2-0으로 잡고 4강에 안착했다. 준결승에서는 지난해 전영오픈 준결승에서 발목 잡혔던 야마구치 아카네(3위•일본)에게 설욕했다. 경기 도중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문질러 우려를 안겼으나 2-0으로 가볍게 승리했다.

결승에서는 세계랭킹 2위로 안세영을 위협하기 시작한 왕즈이를 만났다. 왕즈이를 상대로 경기 전까지 통산 9승 4패로 앞섰던 안세영은 자신과 격차를 확실하게 심어줬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안세영의 무서움을 다시 느낄 만한 한판이었다.

▲ 독보적인 존재인 안세영은 한국 여자 단식에 다른 유망주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동시에 남자 단식이나 복식, 여자 복식, 혼합 복식 등도 조금 더 앞으로 나갈 힘을 전달했다. ⓒ연합뉴스/AFP

안세영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탓에 결승을 비등하게 풀어갔다. 다리가 무거운 게 느껴질 정도였다. 결국 첫 게임을 13-21로 내주고 2게임에 돌입했다. 벼랑 끝에서 강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장점인 지구력을 앞세워 왕즈이의 체력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두 번째 게임을 21-18 극적으로 거머쥔 안세영은 세 번째 게임 강인한 정신력으로 시작부터 분위기를 탔다. 꽤 격차를 벌리며 무난하게 이기는 듯했다. 왕즈이가 마지막 힘을 짜내면서 후반부 난전으로 흘렀다. 상대 추격에 18-18 동점이 됐을 때는 분위기가 넘어갔다 싶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내리 3점을 따내며 21-18로 대역전승의 대미를 장식했다.

안세영은 우승 직후 왕관을 쓰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후 "이제 내가 여왕(I'm a queen now)"이라고 포효했다. 안세영의 말처럼 자신에게 도전하는 상대들을 하나씩 다 꺾으면서 들어올린 트로피이기에 여왕을 자처하기 충분했다.

▲ 아직 전성기가 아니라는 안세영이 얼마나 더 많은 대회를 우승할 것인지가 올해 남아 있는 대회들을 흥미롭게 보는 관전 포인트다. ⓒ연합뉴스

확실히 여제의 마음가짐은 달랐다.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안세영은 "2023년에는 내가 우승할 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그래서 더 멋지게 여왕처럼 세리머니를 했다"라고 당당함의 배경을 전했다.

그래도 죽음의 대진에는 제법 놀랐다. 안세영도 산 넘어 산으로 숙적만 만나는 일정에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어차피 모두 이겨야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라는 말로 세계 최강다운 남다른 배짱을 보여줬다.

정상에 오른 뒤에도 안세영은 멈출 줄 모른다. 올해 공식전 20연승을 달리며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점차 배드민턴계 최고의 선수(GOAT•the Greatest Of All Time)로 지목받고 있다. 안세영은 "GOAT 수식어가 내 이름 뒤에 붙을 때는 기분이 정말 좋다.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 안세영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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