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4’도 치고 나간다…세계 최초 12단 샘플 공급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 12단 샘플을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하고, 인증 절차에 돌입했다.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샘플을 출하한 데 이어 양산 준비도 올해 하반기 안으로 마무리하고 고객사가 요구할 때 적기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 경쟁력과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HBM4 12단 샘플을 출하했다”며 “양산 준비 또한 하반기 내로 마치고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19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번에 샘플로 제공한 HBM4 12단 제품은 AI 메모리가 갖춰야 할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를 갖췄다.

처음으로 초당 2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을 구현했는데 이는 풀HD(FHD)급 영화(5GB) 400편 이상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5세대 HBM3E 대비 60% 이상 빨라졌다.

이번 제품은 12단 기준으로 용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기존 HBM 양산 과정에서 경쟁력이 입증된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 공정을 적용해 HBM 12단 기준 최고 용량인 36GB를 구현했다. 이 공정을 통해 칩의 휨 현상을 제어하고, 방열 성능도 높여 제품의 안정성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4세대 HBM3를 시작으로 2024년 HBM3E 8단, 12단도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HBM4 샘플도 고객사에 가장 먼저 제공하면서 HBM의 적기 개발과 공급을 통해 AI 메모리 시장에서 리더십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HBM4는 향후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베라 루빈(Vera Rubin)’에 탑재될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5’ 기조연설을 통해 오는 2026년 하반기 ‘베라 루빈’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루빈 GPU’에는 HBM4 12단 제품 8개가 탑재된다. 업계는 향후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트렌드가 블랙웰에서 루빈으로 옮겨가면서 주력 HBM도 HBM3E에서 HBM4로 세대교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 사장(최고마케팅책임자)은 “당사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꾸준히 기술 한계를 극복하며 AI 생태계 혁신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며 “업계 최대 HBM 공급 경험에 기반해 앞으로 성능 검증과 양산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