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1시간동안 내 딸 죽었는지 확인해"...'묻지마 살인' 유족 호소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른바 ‘서천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은 피의자 이지현(34)의 범행 당일 행적이 매우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했다며 엄벌을 탄원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탄원서를 통해 “평범한 직장인으로 누구보다 가족을 아끼고 열심히 살아온 제 자녀는 일면식도 없는 피의자에 의해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으며, 그로 인해 남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다시 큰 애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으며 하루하루가 죽음과 고통의 나날들”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아버지는 “피의자는 고인과 유족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커녕 오히려 경찰에 검거 직후 즉시 변호사까지 선임하며 본인의 지적장애와 우발 범행을 주장하고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은 거부하는 등 자기방어와 처벌을 회피하는데 급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사건 당일 행적은 매우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했다”며 “피의자는 며칠간 매일 1시간 이상 현장을 배회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저의 자녀가 나타나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얼굴과 목, 복부 등 수십 군데를 찔러 무참히 범행을 자행했으며, 이후 시신을 행인들이나 지나가는 차량에서 발견되지 않도록 산책로 밖으로 유기하고 길가에 있던 헌 이불로 덮어놓았다. 또 제 아이의 휴대전화를 건너편 도로 하수구에 버려 행적조차 찾을 수 없도록 했다”고 했다.
아울러 “(피의자는) 사건 현장에 1시간가량 머물면서 마치 제 아이의 죽음을 마지막까지 확인하는 행동과 지나가는 사람들에 의해 발견 여부를 확인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며 “사건 현장은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피의자의 계획적인 범죄를 반증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피의자 이지현이 범행 전 한 장애인 협회에서 사무보조원으로 일하는 등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다며 “자기 행동이 범죄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상태였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우리 가족의 시간은 사건이 발생한 그 시간에 멈춰 있다. 이후 우리 가족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희망이 없다”며 “생명의 가치를 모르는 저 잔인한 가해자에게 무기징역 이상의 강력한 처벌만이 우리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지현은 지난 2일 오후 9시 45분께 충남 서천군 사곡리의 한 인도에서 마주친 4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지현은 초기 조사에서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가 흉기를 소지하고 특정 대상을 물색한 점과 살해 계획을 적은 메모 등을 바탕으로 계획범죄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CCTV를 통해 이지현이 범행 직전 남성으로 추정되는 행인의 뒤를 밟다 미수에 그치고 다시 돌아오는 장면을 포착했다.
그의 휴대전화에선 세상에 대한 원망과 신변을 비관하는 글과 사람들을 살해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메모가 발견됐다.
또 범행에 쓴 흉기를 길에서 우연히 주웠다는 게 이지현의 주장인데, 일대 CCTV 영상에는 그런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지현이 남성보단 여성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전 초등생을 살해한 교사 명재완(48)처럼 본인의 분노와 원망을 상대적으로 약한 타인에게 위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표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지현의 직접적인 범행 동기는 가상화폐(비트코인) 투자 사기 피해로 파악됐다.
‘원금·고수익 보장’이라는 문구에 혹한 그는 지난 1월부터 두 달 동안 빚까지 내며 온라인 가상화폐 투자 플랫폼에 수천만 원을 입금했다가 사기를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크게 상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현은 경찰에 체포된 뒤 “최근 사기를 당해 돈을 잃었다. 너무 큰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세상이 나를 돕지 않는 것 같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지현에 대한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했으나, 그가 일부 진술을 거부하는 등 방어적인 태도를 보여 ‘진단 불가능’ 판정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성에 대한 부검 결과, 사인은 저혈량 쇼크라는 1차 구두 소견이 나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지현의 공격을 받은 후 1시간 동안 살아 있던 피해자는 이지현이 흉기와 함께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인근 배수로에 버리고 달아나면서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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