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 아시나요? [새로 나온 책]

1000명이 함께 착한 건물주가 되면 어떨까요?
정원각 지음, 북돋움coop 펴냄
“전국을 누비며 발로 쓴 사회적경제 택리지.”
2025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다.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다. 1990년대 이후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해온 저자는 성공적으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마을기업·사회적기업·자활기업·협동조합 등) 31곳을 방문했다. 사회적경제는 호혜 경제를 기반으로 한다. 장애인 직업교육, 노인 돌봄, 청년 자립, 환경문제 해결,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전통시장 활성화, 생협과 의료생협의 통합, 교육 문제, 농촌의 의료 문제 해결, 태양광발전 등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저자는 창업자나 현 대표 혹은 그 기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사회적경제 예산 감축 상황에서 이들이 어떻게 분투하는지 생생히 알 수 있다.

지우지 마시오
제시카 윈 지음, 조은영 옮김, 단추 펴냄
“전투에서 승리하고 나면 나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세계적인 수학자들의 ‘칠판 예찬론’을 사진과 글로 한데 엮었다. 더 적확하게 말하면, “허연 모방품인 화이트보드 말고” 분필로 쓰는 ‘흑판(黑板)’ 이야기다. 강의실과 연구실, 심지어 응접실과 집 앞 잔디밭까지, ‘수학 하는 사람들’에게 칠판을 준비하는 일은 마치 신성한 ‘의식(Ritual)’을 방불케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칠판의 유용함이 아니라 칠판이라는 도구와 함께할 때 더욱 빛나는 수학의 아름다움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가령 숫자 한 개, 공식 한 줄에 몰두하는 대신 멀리서 전체를 조망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순간이나 혼자만의 학문적 시야에 스스로를 가두는 대신 동료들과 함께 쓰고 지우고 토론하며 답을 찾는 순간 말이다.

냉전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서해문집 펴냄
“제가 이 책에서 개관했듯이 냉전의 결과로 한반도만큼 고통을 겪은 지역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미국과 충돌했던 옛 소련의 붕괴로 냉전은 끝났는가? 현대 국제사 연구자인 저자는 냉전을, 산업혁명에 뿌리를 두고 세계 곳곳에서 반향을 낳고 있는 전 지구적 이데올로기 대결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냉전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중동에서 더욱 깊은 반향을 남겼다. 이 지역들에서는 거의 모든 공동체가 어느 편에 설지를 선택해야 했고, 그 선택은 아직도 많은 곳에서 경제와 체제를 규정하며 영향을 미치고 있다. 976쪽에 달하는 이 책은 지리적·연대적으로 냉전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통찰력과 파노라마처럼 넓은 시각으로 무장한 야심찬 책’이라 평하며 ‘2017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루돌프 디젤 미스터리
더글러스 브런트 지음, 이승훈 옮김, 세종서적 펴냄
“타살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디젤 엔진의 ‘디젤’은 사람 이름이다. 루돌프 디젤은 내연기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 엔진을 개발했다. 그런 그가 1913년 9월 한 여객선에서 사라졌다. 디젤은 자신의 기술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를 원했다. 발명 당시에는 석유가 아니라 견과류 기름으로도 작동하는 친환경 엔진이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상황은 그의 바람을 어긋나게 만들었다. 독일 제국 황제 카이저 빌헬름 2세는 디젤 엔진 기술을 전쟁 무기에 활용하고 싶어 했다. 석유산업의 거물 록펠러는 디젤기관이 석유 이외의 연료를 사용하게 될 경우에 에너지 판도가 바뀔 것을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디젤의 실종은 숱한 의문을 낳았다. 저자는 이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
송복남 지음, 시방사유 펴냄
“50, 60, 70대는 자기들이 만든 이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거든요.”
러일전쟁 당시 일본 승전의 가장 큰 기여자는 누구일까? 독일 태생 유대계 미국인으로 월스트리트 은행가였던 제이컵 헨리 시프다. 제정 러시아에서 자행되던 유대인 대량 학살에 분격한 그는 일본 정부의 전쟁 자금 조달을 전격 지원했다. 일본 덴노로부터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06년 일본과 조선을 여행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실존 인물인 시프가 서울 청계천에서 무당의 ‘영혼’ 결혼식 영상을 남겼다는 ‘허구’를 발단으로, 서울과 미국 월스트리트, 아르헨티나 산하비에르까지 넘나드는 광범위한 시공간을 배경 삼아 한국 사회의 50, 60, 70 세대와 2030 세대 간의 갈등을 부각한다. ‘영혼의 물질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았으나 장르문학적 장치와 서사 덕분에 매끄럽게 잘 읽힌다.

프랑크푸르트학파 100년
연합학술대회 추진위원회 엮음, 사월의책 펴냄
“고립된 개인들은 파괴적 리듬으로 뭉쳐 파시즘에 열광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을 제외하고 현대 인문학을 논의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1920년대 초반 프랑크푸르트암마인 대학 사회연구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 학파는 ‘경제 결정론’에 기반한 ‘정통 마르크스주의(마르크스·레닌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출발해서 ‘독일 민주주의에 대한 나치즘의 승리’라는 비극을 인상적으로 분석해냈다. 아도르노, 베냐민, 호르크하이머 이후에도 2세대 하버마스, 3세대 악셀 호네트 등 주요 사상가들이 등장하면서 파시즘에 이어 불평등, 경제위기 등 시대의 변동에 맞춘 진단과 비판을 갱신했다. 이 책은 한국 학계를 대표하는 프랑크푸르트학파 연구자 20여 명이 참여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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