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가족 소유 신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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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대조적 행보가 화제다.
계엄 직후에는 두 언론사 모두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른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두 매체 모두 사주의 힘이 절대적인 가족소유 신문이다.
본 칼럼에서 '족벌신문'보다 어감이 덜 부정적인 '가족소유 신문'을 굳이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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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민 |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근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대조적 행보가 화제다. 계엄 직후에는 두 언론사 모두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른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길은 탄핵 반대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 지난달 자사의 독자위원회에서조차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렵고, 음모론자들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동아일보는 양비론에 선을 긋는 노선을 택했다. “‘헌법 위에 저항권’ 대놓고 사법테러 선동…이게 제정신인가”(1월21일치) “여 헌법재판관 공격 도를 넘었다”(2월1일치) 같은 사설 제목이 이를 보여준다. 달라진 두 신문의 보도를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는 “동아일보 보도로 조선일보를 반박할 수 있을 정도”라고 요약했다.
두 매체 모두 사주의 힘이 절대적인 가족소유 신문이다. 조선일보의 경영진은 극우 유튜브로 이탈하는 독자층을 잡기 위해 음모론 등 가지 않던 곳까지 넘보고 있다. 소장파 기자 등 구성원 상당수와 정통 보수 독자들의 반발마저 감수한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의 논조에는 경영진과 현 여권과의 불편한 관계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동아는 야당지 유전자와 동아투위 미해결이라는 멍에를 동시에 지닌 복잡하고 내적으로도 다양한 보수 매체다. 이런 역사로 인해 탄핵 시국에 육조거리에 나와 울부짖는 유생의 마음으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학계에서는 동아의 이런 보도가 탄핵 국면에서 보수 언론의 정도를 보여준다는 호평이 나온다. 본 칼럼에서 ‘족벌신문’보다 어감이 덜 부정적인 ‘가족소유 신문’을 굳이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가족소유 신문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가능할까? 이는 저널리즘 학자 사이 영원한 토론 주제다. 일리노이대 로버트 맥체스니 교수는 부정적이다. 그는 상업주의가 언론 시장을 지배하는 한 양심적인 언론사주들 역시 이윤 앞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컬럼비아대 마이클 셔드슨 교수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미국 유수 언론사 상당수가 가족소유 언론으로, 언론인들의 직업적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조성하며 언론의 수월성을 이끌어왔다는 것이다.
2025년 현재 미국 언론은 고군분투 중이다. 설즈버거 가족소유인 뉴욕타임스는 국방부 등 주요 출입처에서 기자들이 쫓겨나는 수모를 겪으며 언론 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2013년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인수한 뒤 몰락을 거듭하고 있다. 인수 당시 베이조스는 편집권 불간섭을 선언하며 “외롭게 워터게이트 보도를 강행한 뚝심의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조스는 근래 사설 등에 전면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고, 이에 반발한 핵심 필진과 구독자 수십만명이 대거 이탈했다. 트럼프 1기 때만 해도 흔들리지 않던 베이조스의 변화 뒤에는 2기 트럼프 정권에서 아마존 주력 사업의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민사회가 보수 신문을 ‘조중동’ 프레임으로 묶지 않고 이들 사이 옥석을 가리는 노력을 이어갔다면 더 건강한 언론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았을까, 이런 상상을 할 때가 있다. 닉슨 정권에서 연방통신위원장을 역임했던 니콜라스 존슨은 말했다.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 현안이 무엇이건 간에 두번째로 중요한 정치 현안은 언론 개혁이어야 한다. 싸움만 일삼는 적대적인 언론 시스템에서는 어떤 정치 현안도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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