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 부담 덜고 환승 쉽게 … 대중교통 패러다임 바꾼다 [심층기획]

강승훈 2025. 3. 19. 06: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지자체 ‘할인정책’ 주목
서울시가 2024년 도입한 ‘기후동행카드’
시범 서비스 석 달 만에 100만장 판매
K패스 기반한 ‘더경기패스’·‘아이패스’
月 환급횟수 제한 없애 할인혜택 강화
부산시 ‘동백패스’ 등 비수도권도 가세
일각 “단체장 치적 삼으려 경쟁” 비판
인천 연수구에 거주 중인 김연자(73·여) 어르신은 인근 지역의 친지들과 자주 만난다. 자녀들이 각자 가정을 꾸려 출가하고, 집에서는 홀로 지낸 지 10년째다. 그렇다 보니 말벗이나 안부를 챙겨주는 이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한다. 매월 40회가량 버스에 오르는데 이때 ‘아이(i)패스’로 쏠쏠한 재미를 본다. 지출금의 30%를 그대로 돌려받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국내 최대 광역생활권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933만명, 경기도 1369만명, 인천시 302만명으로 다 합치면 주민등록인구만 따져도 2604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515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 3개 도시에 절반 넘게 사는 것이다. 이들 지역 간에는 사람들이 활발하게 오간다. 근무지를 향하고 등교나 업무, 일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등등. 서민들의 발이자 저렴한 비용으로 넓은 범위를 이동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무엇일까. 바로 대중교통이다.
인천 연수구에서 서울 강남역을 운행하는 광역버스를 타려는 시민들이 정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서울·인천시, 경기도는 시민들의 교통비 절감 및 이동수단 간 연계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지금까지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부과 방식은 교통수단과 관계없이 이용거리에 비례해 요금을 부과해왔다. 도입된 지 20년이다. 그간 고물가·불경기 여파에 더해 대중교통 요금도 거듭 줄줄이 올랐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내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 완화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환승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와 경기도의 ‘더(The) 경기패스’, 인천시 ‘아이패스’가 그것이다.
1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는 지난해 1월27일 서비스를 개시했다. 6만원대 가격의 무제한 통합정기권이다. 시범사업 3개월 만에 100만장 판매를 넘어서며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유용성을 입증한 바 있다. 서울연구원 분석 결과를 보면, 이용자들에게는 한 달 3만원의 절감 혜택이 돌아갔다. 월평균 약 11.8회 승용차를 세워둠으로써 연간 3만t 규모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박성순(54)씨는 매일 여의도로 출근한다. 집을 나서 지선버스로 가까운 지하철역에 닿으면 한 차례 환승해 최종 목적지까지 20㎞, 총 1시간이 걸린다. 그는 주말에 종종 시내에서 공공자전거 ‘따릉이’ 페달을 밟는다. 박씨는 “한 달에 지출하는 돈은 6만5000원으로 매번 같다”고 전했다. 그 이유가 뭘까. 기후동행카드를 쓰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 일 사용자는 2024년 1∼2월 22만명, 4월 47만명, 6월 47만명, 8월 50만명, 10월 56만명, 12월 58만명이었다. 이 기간 활성화 카드 수는 33만개, 56만개, 58만개, 62만개, 68만개, 70만개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시는 앞으로 다자녀 부모와 저소득층에 4만∼5만원대 기후동행카드를 내놓는 등 할인혜택을 늘리고 편의성 향상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더경기패스와 아이패스는 국토교통부의 K패스를 기반으로 한다.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 시 요금의 20%(청년 30%, 저소득층 53%)를 돌려주고, 월 60회 환급 제한을 둔 K패스와 달리 한도가 없다. 전국 대중교통에 대해 지출액의 정률 적립 및 사후 환급이라는 비슷한 콘텐츠를 담아 지난해 5월 본격 시행됐다.
더경기패스 가입자는 시행 5개월 만인 10월16일 1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같은 해 12월 110만명이 넘었다. 이들 중 약 80%(88만명)가 환급받았고, 1인에게 일반적으로 2만원이 돌아갔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파주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에도 혜택이 적용된다. 주민들의 출퇴근 편의 향상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며 호응이 높다. 경기도는 6∼18세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별도의 교통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24만원 한도로 지급한다.
인천 아이패스 가입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청년층(19∼39세)이 60.3%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15.4%, 50대 14.3%, 60대 이상 10.0% 순이다. 연간 21만원 정도 대중교통 요금을 아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회원은 올해 2월 현재 23만6844명이었다. 인천시가 후속으로 내놓은 ‘광역 아이패스’는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시민들의 높은 교통비를 감안한 사업이다. 해당 전용카드에 8만원을 채우면 30일간 직행좌석, 광역급행(M버스), 간선급행(BRT) 등 광역버스 26개 노선의 210여대를 마음껏 탈 수 있다.
일각에선 수도권 교통망이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데도 단체장들이 자신의 치적으로 삼기 위해 ‘제로섬’ 경쟁에 나선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가 경기도 내 일부 시·군과 손잡고 기후동행카드 적용 지역을 넓혀가자 경기도가 반발한 게 대표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후동행카드가 “수도권 광역 교통기능 향상과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며 “경기도와 일부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가 동참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경기도는 더경기패스가 지역의 교통 특성에 가장 적합하다며 오히려 오 시장이 정치적 이유로 국민의힘 소속 경기 지역 기초단체장들을 끌어들여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비수도권 도시들도 교통비 할인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산시는 환급형 정기권인 ‘동백패스’를 2023년 8월 내놨다. 후불형은 교통수단을 쓰고 그다음 달에 동백전(정책지원금)으로 돌려준다. 선불형의 경우 미리 요금이 충전된 카드를 쓰면 즉시 잔액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은행계좌 개설이 필요하지 않아 저신용자와 외국인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시킨 게 특징이다. 월 4만5000원 초과분에 한해 나머지가 환급된다. 사용액이 7만원과 9만원이면 각각 2만5000원, 4만5000원이 돌아온다. 가입자는 2023년 10월 25만6000명에서 매월 평균 2만여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종시 ‘이응패스’는 월 2만원으로 5만원 한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 충전 액수보다 적게 쓰면 차액을 도로 받는다. 다만 5만원 미만을 쓰더라도 남은 금액은 이월되지 않다. 세종과 대전, 충남 공주·천안·계룡, 충북 청주를 오갈 수 있다. 외국인도 시청에서 수기로 거주지 인증이 이뤄지면 내국인과 같은 서비스가 제공된다. 시는 절약형 1만원권 출시를 검토 중이다. 전북 전주시는 2020년 7월부터 특정 기간에 제한 없이 시내·마을버스를 탑승할 수 있는 정기권을 시행 중이다.

박준식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외 사례 분석으로 대중교통을 많이 탈수록 더욱 큰 할인 혜택이 주어지면 자발적인 유인 수요가 나타났다”며 “지자체는 이용자 증대의 더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