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방치… 인천 도심 흉물 된 ‘공사중단 건축물’ [현장, 그곳&]
건축주 부도·자금부족 등 원인... 전문가 “중장기방안 마련 절실”
“공사 멈춘지 벌써 20년이 넘었어요. 아주 흉물이죠 뭐.”
18일 오전 10시께 인천 동구 만석동 14의13. 쓰레기들 사이로 우두커니 서 있는 4층짜리 흰색 건물은 페인트칠이 다 까져 우중충한 회색 빛에 벽면 곳곳엔 금이 쩍쩍 가있다. 당초 4층의 다가구 공동주택을 지으려던 이 건물은 건축주의 자금난으로 지난 2001년 공정률 70%에서 멈춰선 뒤, 무려 24년 동안 방치 중이다.
더욱이 이 건물은 주민들의 안전도 위협한다. 외벽 군데군데 부서져 석면가루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으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A씨(60)는 “10여년 전 학생들이 건물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 날뻔한 이후 구청에서 입구를 막은 것이 고작일 뿐, 계속 쓰레기 건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날 때마다 건물이 부서지면 어떻게 하나 싶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계양구 계산동 1073 일대도 마찬가지. 이곳은 당초 대규모 어린이테마파크 시설을 만드려고 했으나 사업자의 부도로 2010년부터 공사를 중단했다. 현재 9만8천961만㎡(약 3만평)의 부지는 회색 펜스가 가로막고 있고 내부에는 철골 등만 남겨진 채로 방치 중이다. 주민 B씨(68)는 “10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올 때부터 계속 저 상태”라며 “철거를 하던지 뭘 만들던지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의 공사 중단 건축물들이 수십년간 방치,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이 같은 장기 방치 건물로 주민 피해가 없도록 안전관리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에는 착공신고 이후 공사가 2년 이상 중단 및 방치가 이뤄진 공사 중단 건축물이 모두 11곳이다. 지역별로는 강화군 1곳, 중구 3곳, 동구 1곳, 미추홀구 1곳, 연수구 1곳, 부평구 2곳, 계양구 2곳 등이다.
연수구 동춘동 783의22 일대는 지난 2006년 공정률 80%로 공사가 멈춰 창문 등이 깨진 빈 건물만 남아 있고, 중구 인현동 1의1 건물은 2012년 공사를 중단해 주변을 둘러싼 펜스 위로 철근만 솟아 있다.
시가 조사한 결과, 이들 공사 중단 건축물의 평균 방치 기간은 무려 13년에 이른다. 5~10년이 5곳, 10~20년이 4곳, 20년 이상 건물은 2곳이다.
공사의 중단 이유는 대부분 건축주의 부도와 자금 부족 때문이다. 건축주와 토지주, 시공사 등 이해관계자 간 자금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장기간 소송이 이어지거나 유치권 행사 등으로 공사 재개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장기 공사 중단 건축물은 사실상 도심 속 흉물로 전락했다. 인근 주민들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쓰레기까지 쌓여 자칫 화재나 붕괴 등을 우려, 구청 등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어 공사 재개는 기약이 없다.
전찬기 인천대학교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는 “이런 짓다 만 건물은 우범 범죄 발생 등은 물론이고, 장기 방치시 일대를 더욱 침체시키는 문제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 범죄, 붕괴 등의 사고가 나면 1차 책임은 건물주지만, 지자체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지자체가 나서 적극적인 안전관리는 물론 중장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구 관계자는 “당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인천도시공사(iH)가 부지를 매입해서 자체 사업으로 연결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으나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한 뒤 아직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우범 방지를 위해서 출입구 등을 막아놓는 조치는 해놨다”며 “시는 물론 건축주 등과 주기적으로 연락해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양구 관계자는 “시와 분기별로 합동 안전점검은 나가고 있지만 민간문제다보니 지자체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현재는 건축주가 바뀌었고, 당초 문화시설로 계획한 용도를 공동주택 등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시와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인천 공사중단 건축물, 인천시 정비계획도 무용지물…대책 마련 시급
https://kyeonggi.com/article/20250318580348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이정엽 기자 ranstar2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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