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명 넘었던 신입생, 올해 '0명'…사라질 위기 산골 초교[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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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남자아이들이 운동장을 빽빽이 채워서 여자아이들은 뒤편에서 고무줄놀이했지요."
경남 밀양시 산내면 산내초등학교 배움터지킴이 손제주씨는 17일 오전 텅 빈 학교 운동장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70대인 손씨는 이 학교 졸업생이기도 하다.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경남 내 신입생 없는 학교는 26곳, 신입생이 1명인 학교는 36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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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남자아이들이 운동장을 빽빽이 채워서 여자아이들은 뒤편에서 고무줄놀이했지요."
경남 밀양시 산내면 산내초등학교 배움터지킴이 손제주씨는 17일 오전 텅 빈 학교 운동장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70대인 손씨는 이 학교 졸업생이기도 하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에 위치한 산내초는 50여년 전 입학생이 700명을 넘을 정도였지만, 현재 전교생은 18명에 불과하다. 올해 입학생은 단 1명도 없다. 학생이 급감하면서 학급이 5개로 줄었다. 3년 전 학교 인근 어린이집은 문을 닫았고, 유치원생은 7세 3명만 남았다.
산내면 주민 김모씨는 "예전에 산내초를 다녔는데 그땐 오전반, 오후반이 나뉘어 있었다"며 "마을에 장가를 못 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누가 촌에 오려고 하냐. 나 같아도 안가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경남 내 신입생 없는 학교는 26곳, 신입생이 1명인 학교는 36곳이다. 지역별로는 통영·고성이 각 4곳으로 가장 많았고 밀양은 산내초와 상동초 2곳이 신입생이 없었다.
학생 수 60명 이하 학교는 '작은 학교'로 불린다. 지난해 밀양시 전체 초등학교 대비 작은 학교 비율이 62%에 달했다. 산내초처럼 전교생 30명 이하인 초등학교는 7곳이다.
작은 학교는 여러 교육적 어려움이 처한다. 학생 수가 적어 학생들이 상호작용할 기회 자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학생 부족으로 학년별 학급 구성이 어려워 인접한 학년이 함께 수업받는 '복식학급'을 구성해야 할 수도 있다. 학교 구성원을 채용할 때에도 단기 계약직을 뽑을 수밖에 없다.
작은 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산내초는 △생태프로그램(제비탐사활동, 텃밭 가꾸기 등) △학생자치활동(학년 구분 없이 활동하는 6남매 활동 등) △책 만들기 프로젝트(그림책, 시집 출판 등) 등 여러 학교 프로그램을 꾸렸다. 이길아 산내초 교장은 "산내남명초와 3년째 외발자전거 타기 활동도 하고 있는데 올해는 좀 더 교육 수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양교육지원청은 산내초 인근에 있는 산내남명초와 함께 공동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두 학교 학생들이 만나 체육활동 등 다수가 모여야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펼친다. 학생들이 방과 후 함께 오케스트라, 태권도 등을 함께 배울 기회도 제공한다.
이 교장은 "밀양시 인구 분포를 보면 시내를 중심으로 계란 노른자처럼 인구가 분포한다고 하더라. 중심가에 80~90% 인원이 살고 있고 바깥쪽으로 흩어져 있다"며 "학년 없는 무학년제 활동으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남매 활동을 하는데 올해 신입생이 없으니 아이들이 '이번엔 5남매네' 이렇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밀양(경남)=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밀양(경남)=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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