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의 잔치, 조선의 전통에 현대기술 덧입다 …‘봉수당 진찬연:그 움직임의 포말’ 기획공연
‘원행을묘정리의궤’ 궁중정재무…AI 등 현대기술 만나
정조와 사도세자, 혜경궁 홍씨의 이야기 감각적 재해석

1795년 화성(지금의 수원 성곽)에서 큰 잔치가 벌어졌다. 정조는 자신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이해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만년(萬年)의 수(壽)를 받들어 빈다’는 뜻의 ‘봉수당’을 짓고, 성대한 회갑 잔치를 벌였다. 왕의 어머니의 회갑연은 백성들에게도 큰 기쁨이 돼, 마을의 노인들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축제를 즐겼다. 정조는 8일간 벌어진 잔치에 대한 기록을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상세히 남기도록 지시했다.
봉수당 진찬연의 기록이 인공지능(AI), 3D 영상, 인터랙티브 등 미디어아트 기술 및 현대무용과 만나 감각적인 작품으로 재탄생 했다. 오는 29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선보이는 수원문화재단 기획 공연 ‘봉수당 진찬연 : 그 움직임의 포말’은 ‘원행을묘정리의궤’에 기록된 궁중정재무를 영상기술과 비쥬얼 아트,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하고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체, 확장한 작품이다.
작품은 앞서 2024 경기문화재단 ‘예술을 위한 기술사업’ 쇼케이스에 선정돼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날의 축제는 기록을 바탕으로 6개의 주요 장면으로 그려지며 시공간을 초월해 관객과 만난다. 십장생도, 일월오봉도, 모란도 병풍 등 동양의 이미지는 3D 애니메이션 기법 등으로 구현돼 관객들은 눈앞의 살아 움직이는 무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정조의 상징인 달빛 속에 피어난 춤사위를 다룬 ‘만천명월주인옹(달빛 아래 펼쳐지는 춤)’, 3천년 만에 꽃이 피고 다시 3천년 만에 열매를 맺으며 한 개라도 먹으면 1만 8천살까지 살 수 있다는 신선의 복숭아를 바치는 ‘헌선도(꽃이 피어나는 무대)’, 용과 호랑이의 치열함 검무를 그려낸 ‘검무(용과 호랑이의 운명적 대결)’, 정조와 사도세자의 애틋함을 다룬 ‘무고(운명을 담은 북소리)’ 등이다.
이처럼 ‘봉수당 진찬연 : 그 움직임의 포말’에는 조선 후기 실용의 관점에서 융합을 추구한 정조의 시대정신이 반영돼 있다. 공연의 제작사이자 경기도 지정 전문 예술단체인 ‘아트컴퍼니 예기’의 안영화 단장은 “봉수당 진찬연에는 당시 잔치를 벌이기 위해 수원과 서울 각 지역의 예술가들이 한데 모였다는 점, 수원의 유수부 기생과 악사 등 민간의 연희가 도입됐다는 점 등 예술적인 의미도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당시를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 안 단장은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기록을 현대적으로 해체,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얼마만큼의 파도가 이는지 ‘포말’을 담아낸 것. 작품에는 젊은 무용수들을 중심으로 의상부터, 몸짓까지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혜경궁 홍씨와 봉수당 진찬연 등의 역사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도 과거를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공연은 만 7세 이상 관람가이며, 티켓 가격은 1만원으로 자세한 사항은 수원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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