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최대 융복합축제 SXSW의 성공 비결은 "창의성에 대한 믿음"
분야의 벽을 허물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창의성에 대한 믿음
한 해 3억7천만달러 경제효과와 혁신 도시 이미지 구축
부산 '페스티벌 시월'이 가야 할 방향성 제시
매년 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을 달구는 세계 최대 융복합 전시·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에서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페스티벌 시월'의 갈 길을 살펴봤다.
분야와 공간의 벽을 허물어 계속해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SXSW 성공의 바탕에는 창의성이라는 가치가 자리하고 있었다.
도심 전체가 축제 분위기…분야의 벽을 허문 오스틴의 기적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도심 동부에 위치한 오스틴컨벤션센터. SXSW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이곳에서 참가 배지를 받고 돌아서면 곧장 세계 최대 융복합 전시·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센터 1층에 위치한 전시장에는 전 세계에서 온 도시와 단체, 기업들이 저마다의 부스를 차려 놓고 기술과 콘텐츠, 문화·예술, 패션, 음식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망라한 전시를 하고 있다.
XR콘텐츠 제작 업체 GiiOii의 이혜원 대표는 "우리의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전시에 참가했다"며 "단순히 전시에 그치지 않고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과 소통과 교류를 하는 데 있어 최적의 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센터에서는 전시뿐 아니라 각종 콘퍼런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인근 호텔에서 열리는 콘퍼런스까지 더하면 하루 200개가 넘는 행사가 열리는 데, 기술과 산업, 문화, 정책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주제는 SXSW의 개방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진작가인 타니엘 포(Daniel Foe)씨는 "제가 관심 있는 모든 것과 관심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많은 것들이 잘 섞여 있기 때문에 이곳에 온다"며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센터 건물을 나서면 SXSW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행사 기간 차량이 통제된 도로 위에는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이 각자의 관심사를 찾아 흥분된 발걸음을 옮긴다. 오스틴의 맑은 하늘과 곳곳에서 들리는 음악은 거리의 경쾌함을 더해준다.
도로 옆 식당과 가게들은 국가와 도시, 기업들의 임대를 통해 홍보 하우스로 변신했다. SXSW 참가 배지를 목에 걸고 있으면 각 하우스에서는 일정량의 음식과 음료가 제공되는 점도 참가자들의 즐거움 중 하나다.
브라질 상파울루주에서 마련한 하우스에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식당을 빌려 마련한 상파울루 하우스에는 남미 특유의 흥이 더해진 이벤트가 시시각각 진행됐다. 핵심은 하우스 한 켠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이뤄진다.
상파울루주 관광 관계자들이 타국에서 온 이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도시를 홍보하고 있다. 상파울루시 루이 알베스(Rui Alves) 관광 담당자는 "상파울루는 세계를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과 함께 40%가 녹지여서 관광하기 좋은 도시"라며 "부산과 상파울루가 관광분야에서 협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파울루하우스 맞은편에 자리한 비영리단체 'Seed AI 하우스'에서는 AI가 가져올 미래와 그 과정에서 맞닥뜨릴 과제를 함께 고민하는 토론의 장이 전개되고 있다.
AI로 인해 우리가 받을 혜택과 그에 따른 폐해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스틴 칼슨(Austin Carson) Seed AI 대표는 "어떤 사람은 AI가 세상과 사람을 구할 것이라고 믿고, 어떤 사람은 AI가 세상을 확실히 파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했다.
다양한 주제를 담은 하우스를 들르다 보면 거리 곳곳에서 음악 공연을 만날 수 있다. SXSW는 전 세계의 유망 뮤지션을 대상으로 초청장을 보내 쇼케이스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또, 이 곳에서 쇼케이스를 한 뮤지션에게 디지털 앨범을 내준다. 지난해의 경우 59개국 1221개팀이 참가해 음악 공연을 펼쳤다. 1221개의 기회가 살아난 셈이다.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솔로 활동을 하고 있는 케빈 우씨도 기회를 찾아 오스틴으로 왔다. 케빈 우씨는 "SXSW 초청을 받아 일주일간 공연을 하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의 많은 분이 오는 곳이라 기회를 찾을 수도 있고, 새로운 팬들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영화도 SXSW의 한축을 담당하는 주요 테마다. 행사 기간 7곳의 상영관에서 수백여 개 영화가 선보인다. 상영장 간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어 시간표를 짜놓고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행사 기간 곳곳에서 등장하는 유명인들도 SXSW의 열기를 끌어 올리는 동력이 되고 있다. 올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와 반도체 기업 AMD의 CEO 리사 수 등이 참여했다.
B급 행사들이 모여 세계 최대 축제로…핵심은 "창의성에 대한 믿음"
지난 1987년 음악 축제로 시작한 SXSW. 38년이 지난 오늘 세계 최대 융복합 전시·축제로 성장했다. 지난해 경제 효과만 3억7천만달러의 경제 효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오스틴이라는 곳을 21세기 미국 내 혁신을 대표하는 도시로 각인시켰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SXSW에는 A급이라고 불릴 만한 단일 행사는 없다. 하지만, 일 인당 수백 달러에 달하는 비싼 참가비를 선뜻 써가며 세계 각지에서 이곳을 찾는 이유는 현대인이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망라돼 있기 때문이다. B급 행사들이 모여 세계 최대 융복합 축제로 거듭난 것이다.
휴 포레스트(Hugh Forrest) SXSW 총괄 기획가는 "저희는 항상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창의성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지켜왔다"며 "단순히 음악에만 집중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련성이 있는 분야로 계속해서 뻗어나갔기 때문에 지금의 성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희는 이벤트가 끝날 때마다 아주 철저하게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못해는지에 대한 평가를 자체적으로 실시한다"며 "뭔가 잘 못한 것도 있었지만, 이것을 어떻게 개선하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늘 생각하며 성장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지역 내 축제와 행사를 연계한 '페스티벌 시월'을 출범시킨 부산은 올해 SXSW에 부산관을 마련하고 '페스티벌 시월 콘퍼런스'를 개최하며 부산과 부산의 축제를 알렸다.
콘퍼런스에서 ''페스티벌 시월, 아시아 페스티벌 플랫폼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성희엽 부산시 정책수석보좌관은 "부산은 오랫동안 세계적인 문화 행사인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의 본거지였다"며 "이 축제들은 도시를 글로벌 무대에 올려 놓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였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SXSW와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같은 글로벌 성공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통합된 문화 경험을 만들 수 있는 '페스티벌 시월'을 탄생시켰다"며 "축제가 영감을 주고 하나가 돼 세상을 변화시키는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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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오스틴=부산CBS 박중석 기자 jspar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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