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77살, 랩하기 딱 좋은 나이~ ‘수니와칠공주’ 막내는 누구?

김규현 기자 2025. 3. 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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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새 멤버를 뽑는 공개 오디션이 18일 오전 경북 칠곡군 지천면사무소 3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심사는 수니와칠공주 리더 박점순(85) 할머니, 노인회장, 부녀회장, 랩 지도 선생님 등이 맡았다.

본격적인 심사에 앞서 수니와칠공주 멤버 이옥자(80) 할머니가 서 할머니에 대한 추모시를 낭독했다.

지난 2023년 8월 데뷔한 수니와 칠공주는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4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평균 연령 85살의 할머니들로 이루어진 래퍼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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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수니와칠공주’ 공개 오디션에서 참가자들이 막춤을 추고 있다. 김규현 기자

“나도 할매 래퍼가 되고 싶습니더. 남은 평생 건강하게 살고 싶어예∼”

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새 멤버를 뽑는 공개 오디션이 18일 오전 경북 칠곡군 지천면사무소 3층 강당에서 열렸다. 지난해 10월 멤버인 서무석(87)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생긴 자리를 이어받을 주인공을 뽑는 날이다. 알록달록한 옷과 선글라스, 금목걸이 등으로 꾸미고 온 참가자 6명은 일찍부터 현장에 도착해 취재진과 인터뷰하며 자신의 끼를 뽐내고 있었다. 오디션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77.5살이었다.

“아이고, 제가 마이 떨립니다. 아무쪼록 오늘 새로운 멤버와 함께 수니와칠공주가 더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면 좋겠십니더.” 안창호 칠곡 지천면장의 떨리는 개회사로 오디션이 시작됐다. 안 면장도 오디션 심사를 해보기는 처음이다. 이날 심사는 수니와칠공주 리더 박점순(85) 할머니, 노인회장, 부녀회장, 랩 지도 선생님 등이 맡았다.

18일 ‘수니와칠공주’ 공개 오디션에 멤버들이 객석에 앉아 참가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김규현 기자

본격적인 심사에 앞서 수니와칠공주 멤버 이옥자(80) 할머니가 서 할머니에 대한 추모시를 낭독했다. “그리운 무석이 형님. 오늘 형님 자리를 채우려고 새 멤버를 뽑아요. 아무리 그리워하고 기다려도 형님은 오지 못하니 어쩌겠어요. 새로운 멤버와 건강하게 즐겁게 잘 놀다가 형님한테 갈 테니, 그땐 하늘에서 랩 한번 때려 보자고요.” 이 할머니는 눈시울을 붉혔다.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에게 자기소개와 건강 상태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건강은 할매래퍼 그룹에 랩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맨날 헬스도 댕기고, 수영도 댕깁니다. 건강은 자신있어예!“ 1번 참가자 강영숙(77) 할머니가 자신 있게 답했다. “보시다시피 건강해 보이지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안 빠지고 맨발 걷기를 합니다.” 2번 참가자 강정열(75) 할머니가 이에 질세라 답했다. 강 할머니 대구 수성구에 사는데 오디션에 합격하면 칠곡군으로 이사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18일 ‘수니와칠공주’ 공개 오디션에서 한 참가자가 받아쓰기를 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받아쓰기와 글쓰기 심사도 이어졌다. 랩 가사를 읽고 쓸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니와 칠공주’ ‘나 어릴 적 친구들은’ 등 심사위원들이 문장을 읽어주자, 참가자들은 이내 웅성웅성했다. “안 듣낀다.(들린다.) 클나따.(큰일 났다.) 우야꼬.” 소리가 무대 위까지 잘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객석에서는 “아이고, 글 쓸 줄 알아도 귀가 어두워가 안 되겠네”라며 웃음이 터졌다.

내내 긴장감이 흐르던 오디션장은 곧 흥겨운 트로트 소리로 가득 찼다. 참가자들의 끼와 재능을 보기 위한 노래와 막춤 심사 순서다. ‘내 나이가 어때서’ ‘드라마’ ‘소양강 처녀’ 등이 나오자, 경쟁자를 지켜보던 참가자들도 모두 박수를 치며 즐겼다.

18일 ‘수니와칠공주’ 공개 오디션에서 우승한 이선화(77) 할머니(왼쪽)가 꽃다발과 모자, 티셔츠를 받으며 웃고 있다. 김규현 기자

이날 최종 우승은 지천면 신1리에 사는 5번 참가자 이선화(77) 할머니였다. 이 할머니는 서 할머니와 같은 동네에 살며 수니와칠공주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봤다고 한다. “서무석 어르신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앞으로 살아가면서 봉사할 일이 있어서 너무 좋아예. 수니와칠공주 막내로서 심부름 열심히 하겠십니더.” 개인 무대 때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외워 낭독했던 그는 “어릴 때 김소월 시를 참 좋아했다. 60년 전에 배운 시가 절로 입에서 나온다. 진달래꽃도 랩으로 불러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현장에서 ‘쇼미더할머니2’라고 적힌 모자와 단체 티를 받아 입고 멤버들과 함께 ‘우리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를 선보였다. 박점순 할머니가 그를 환하게 웃으며 맞이했다. “우에끼나(어쨌거나) 우리한테 와줘서 고맙고, 잘 해 보입시데이∼“

지난 2023년 8월 데뷔한 수니와 칠공주는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4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평균 연령 85살의 할머니들로 이루어진 래퍼 그룹이다. 이들은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배운 뒤, 직접 쓴 시와 랩 가사로 큰 인기를 끌었다.

18일 ‘수니와칠공주’ 공개 오디션에서 참가자들이 리더 박점순(85) 할머니의 랩 구호에 맞춰 랩을 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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