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달러→0.8달러 폭락에도 몰렸다…서학개미들 증시 오징어게임

박수현 기자 2025. 3. 1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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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스닥 상장사 애클라리온(ACON).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 직원 수가 여섯 명에 불과한 미국 의료 기술 회사다.

애클라리온 외에도 리투스 테크놀로지 홀딩스(LYT), 비트 오리진(BTOG), 선내션 에너지(SUNE), 헤피온 파마슈티컬스(HEPA), 수트로 바이오파머(STRO) 등 미국에 상장된 동전주 다수가 한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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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년간 애클라리온 주가 추이. /그래픽=이지혜

129.6115달러(1월3일 )→0.874달러(3월17일).

미국 나스닥 상장사 애클라리온(ACON).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 직원 수가 여섯 명에 불과한 미국 의료 기술 회사다. 올해 초만 해도 주가가 장중 129.6115달러까지 올랐으나 지난 11일부터 1달러 밑으로 떨어져 동전주가 됐다. 시가총액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에도 못 미치는 88만7000달러(약 12억 8700만원)다.

애클라리온은 서학개미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다. 한국과는 아무런 접점도 없는 기업에 한국인 투자자가 몰린 이유는 순전히 변동성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아파트 한 채 가격에도 못 미치는 탓에 주가가 하루에도 수십퍼센트(%)씩 움직이자 단기간 고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뛰어들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애클라리온은 전 거래일 대비 13.21% 오른 0.87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초에 기록한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주가는 두 달여 만에 99.32% 내렸다. 한국시각 18일 오후 2시20분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52주 최고가 대비 23%대 하락했는데, 이보다 변동성이 네 배 이상 높다.

이 종목이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라는 점도 개인 투자자를 자극했다. 이날 기준으로 애클라리온의 전체 유통 주식 수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46.20%에 이른다. 테슬라(2.40%), 엔비디아(1.03%), 쿠팡(1.36%), 알리바바(2.07%), 게임스탑(6.97%) 등과 비교하면 확연히 공매도 비중이 높다.

개인 투자자는 주식을 매수하며 '숏 스퀴즈'(Short Squeeze)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숏 스퀴즈란 공매도 주체가 포지션 청산을 위해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의 밈(Meme) 주식으로 유명한 게임스탑 주가가 2021년 1월 한달간 1785.15% 오른 것이 숏 스퀴즈의 대표적인 예시다.

국내 포털사이트에도 숏 스퀴즈를 기다린다는 개인 투자자의 글이 올라온다. 전날 애클라리온의 종목토론방에는 "공매도 (세력)한테 공포를 보여줍시다", '오늘 공매(도) 상환을 기대한다", "공매도와 전쟁 중", "오늘 1만% 간다" 등 숏 스퀴즈를 통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애클라리온 외에도 리투스 테크놀로지 홀딩스(LYT), 비트 오리진(BTOG), 선내션 에너지(SUNE), 헤피온 파마슈티컬스(HEPA), 수트로 바이오파머(STRO) 등 미국에 상장된 동전주 다수가 한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은 시가총액이 작아 변동성이 높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증시에서 특정 종목의 주가 급변동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한국인 개인 투자자를 꼽기도 한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ACADIAN)의 오웬 라몬트 수석 부사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국 개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미국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라몬트 부사장은 "미국 주식 시장에서 개별주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와 가상자산 ETF로 투자가 쏠리고, 양자컴퓨팅 관련 주식이 급등락을 보인다"라며 "이는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시장에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투자 행태가 빠르게 부자가 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과 비슷하다고 평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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