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X신현빈 '계시록'을 펼칠 때…"연상호 세계관 응축, 판타지보다 현실"[종합]

▲ 류준열 신현빈 연상호 감독 신민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인디 애니메이션 시절부터 해 온 저의 이야기가 '응축'됐다고 생각합니다."(연상호 감독)

연상호 감독의 신작 '계시록'이 베일을 벗었다. 그는 판타지를 걷어낸 현실적인 이야기라며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 등 배우들의 연기에도 주목해달라고 주문했다.

18일 오전 서울 마포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감독 연상호)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연상호 감독과 배우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가 참석했다.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동명 원작 만화가 바탕인 '계시록'은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지옥' 이후 다시 협업한 작품으로, '로마'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로 작품에 참여해 더 관심을 모은다.

연상호 감독은 "'계시록'에 대해 여러가지 '계시'로 여겨지는 것들의 연속이다. 그 측면에서 제목을 택했다"면서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고 믿고 싶어하는 것만 믿는 인물들의 파멸과 구원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전에 했던 영화들과 달리 판타지적 요소를 배제하고 사실적인 톤과 연기로 내밀한 심리스릴러 형태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 연상호 감독 ⓒ곽혜미 기자

연 감독은 "'계시록'은 원작의 큰 내용을 따라가지만 톤에서 차이가 많다. 성민찬 캐릭터가 원작에선 세속적 인물에서 시작하는데, 류준열이 세속적 인물보다는 평범하고 신실한 입장이면 캐릭터가 더 강렬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런 부분을 반영했다"며 "이연희 역시 원작에선 좀 더 강인한 인물처럼 묘사됐는데, 죄의식에 짓눌려서 언제 바스라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내내 지매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함꼐 작업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 대해 "저희 또래에게 많은 영향을 주셨다. 롱테이크의 대가인 데다 작품마다 새로운 역량을 발휘하신다"면서 "감독님 제작사를 통해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을 주셨다"면서 "그 전 영화들이 강한 장르성이 있었고, '계시록'은 오히려 한국적 면이 많아 글로벌하게 갈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님은 이 이야기를 좋아하셨고, 단순히 한국적인 게 아니라 보편적일 수 있다고 해주셔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편집본 등도 여러 버전을 보내면서 소통했다"고 말했다.

또 "해외에선 '부산행'이 널리 알려져서 혹시 '부산행' 같은 영화를 같이 하자는 말씀인가 하고 '부산행'과는 다른 영화라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은 오히려 다른 영화를 하겠다는 게 좋았다면서 '돼지의 왕' 시절부터 봐왔다고 하시더라. 그것이 놀라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영화의 비전이 무엇인지 들으시려 하셨다"며 "최초의 비전을 마지막 론칭까지 이루기 위해 노력하신 분 같다"고 설명했다.

▲ 류준열 ⓒ곽혜미 기자

류준열이 목사 성민찬 역을 맡았다. 연상호 감독과 처음 작업한 류준열은 "배우 스태프 모두가 행복한 현장이라고 소문은 많이 들었다. 소문 이상으로 즐겁게 촬영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연니버스' 안에서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해, 합리적이기도 하고 번쩍이는 순간이 내내 가득했다"며 "상상 그 이상"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류준열은 "목사에 대한 여러 이미지가 있다. 신실하고 직업관에 있어 투명하고 그런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이 인간이 계시라고 믿는 무언가에 있어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디까지 가는지가 재밌는 지점"이라고 했다. 크리스천인 류준열은 아는 목사님들에게 녹음을 부탁하고 직접 기도문을 작성하기도 했다고.

그는 "석민찬에게 저를 투영해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믿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계속 물었다. 인간은 순간순간 선택해야 하는데 자신이 아는 것, 믿음을 토대로 한다. 믿음과 선택이 곧 자신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석민찬은 자기다운 선택을 한 건데, 어떤 믿음인지 그것이 무엇인지가 핵심이었다"고 덧붙였다.

신현빈은 형사 이연희로 분했다. 신현빈은 "마냥 즐거울 수 있는 내용은 아닌데 즐겁게 촬영했다. 감독님이 편하게 또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믿어주시고 열어주신 면이 많았다"며 "알폰소 쿠아론 감독님 이야기는 촬영 전 이야기를 듣고 신기하기도 하고 안 믿기기도 했다. 여러 작품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전해듣고 하며 이런 작업도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 신현빈 ⓒ곽혜미 기자

신현빈은 "장르적인 재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 안의 인물들이 맞딱뜨리는 믿음이 있다. 각기 하는 선택의 순간이 흥미로웠고, 보는 분들에게도 재미나 생각할 거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에 했던 캐릭터와는 다른 면이 많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보시는 분들께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형사를 표현한 신현빈은 "자신을 가꾸는 데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무심하게 비춰지길 바랐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주근깨나 다크서클은 분장의 도움을 받았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도움을 받았다. 메이크업을 전혀 받지 않다보니까 감정씬에서 피부 톤이 달라진다는 걸 느꼈다. 이렇게까지 메이크업을 안 한 게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원작에서됴 숏컷이다. 더 짧게도 해보려고 했는데 그 느낌이 아니더라. 지금의 무심한 느낌을 찾아보려고 분장팀과 노력을 했다. 머리를 자른 모습이 제게도 새로워서 캐릭터에 이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신현빈은 "그와 별개로 머리를 자르니까 너무 편하더라. 감고 말리는 데 시간이 엄청 단축돼서 편했다. 심지어 메이크업도 안 하니, 머리 좀 말리고 주근깨와 다크서클만 그리면 준비가 끝났다. 평소에도 수월하고 캐릭터에 몰입하기에도 수월함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현빈은 자신에게 '계시록'이란 "새로운 것이 많았다. 보는 분들에게도 그렇게 다가갔으면 한다. 새로운 도전으로 기록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신민재 ⓒ곽혜미 기자

신민재는 실종사건 용의자로 의심받는 전과자 권양래로 분했다. 연상호 감독과는 '정이' '선산' '기생수 더 그레이'에 이어 이번이 4번째 인연이다.

신민재는 "다른 작품에 비해 이번엔 롤도 커졌다. 현장이 너무 편안하고 재밌고 의지도 많이 했다. 더 재미나게 촬영할 수 있었다"면서 "권양재는 막 출소한 범죄자인 데다 감독님이 시청자분들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외형부터 중점을 뒀다. 탈모가 있는 것처럼 머리도 밀고, 흉터도 그렸다"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은 '계시록' 예고편 공개 이후 '감독이 직접 출연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신민재와 닮은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해 "'기생수' 때 감독님이 분장실에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는 거다. 나는 계속 여기 있었는데. 그때부터 스태프는 도플갱어라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눙쳤다.

신민재 또한 "현장에선 그런 에피소드가 없었는데, 어떤 분 결혼식에 갔더니 알은 체를 해서 누구신가 했는데 '어이쿠' 하시더라. 그런 일이 벌어지니까 닮긴 닮았나 하게 된다"면서 "닮아서 캐스팅되는 게 아이냐는 이야기도 하시는데 아니다"고 했다. 둘의 닮은꼴 비주얼에 류준열은 "시선을 뺏길까봐 초조하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한편 연상호 감독은 "세트보다는 로케이션, 조명보다는 자연광에 신경을 썼다. 고간은 너무 좋은데 해의 방향이 좋지 않다거나 하면 로케이션을 다시 구해야 했다. 반복하면서 조명이나 공간을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계시들은 CGI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만, 최대한 촬영분을 쓰려고 했다. 소품과 조명만으로 계시의 형상을 만들어내려고 전체 스태프가 집착하다시피 하며 찍었다"고 했다.

류준열은 "감독님의 순간순간 선택에 대해 많은 감명을 받았다. 촬영 직전까지도 고민하는 타입인데, 감독님 입장에서는 까다롭다고 느끼실 수 있으실 거다. 그런데도 끝까지 들어주시고 마지막 순간 현장을 다시 세팅하시기도 할 정도였다. 놀라웠다"고 했다. 신현빈은 "세트나 미술에 많이 감탄했다. 화면에 잘 잡히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써서 세팅해 주셨다. 민찬의 교회 이름이 찍힌 물티슈까지 쌓여 있었다. 화면에는 다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 연기하는 저희는 그렇게 보이는 현실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 그 모습이 보는 분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 한다"고 소개했다.

▲ 류준열 신현빈 연상호 감독 신민재 ⓒ곽혜미 기자

연상호 감독은 세 배우들의 연기에 주목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류준열 감독은 질문이 정말 많다. 나중엔 귀에서 피가 날 정도다. 그런데 그 질문의 퀄리티가 좋다. 그에대한 답을 찾으려고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면서 "류준열은 처음 중간 후반부를 가장 중요한 장면을 촬영 시작하고 3일만에 찍어야 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석민찬의 영기적 '아치'가 명확하게 서 있더라. 중간중간 연기를 채워놓으니 딱 맞더라. 연기와 영화에 대한 집요함이 있고, 그에 대한 확고한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감탄했다.

이어 "신현빈 배우의 경우 죄의식에 잠식된 인물인데,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니 가장 힘드셨을 것 같아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두 분이 노메이크업을 선택하셔서 온갖 분장팀이 신민재 배우에게 매달렸다. 제가 디렉션을 한 건 많지 않고 어떻게 할 거야 묻곤 했는데, 권양래가 범인인가 아닌가, 그런 미묘한 순간을 잘 연기해주셔서 의외로 범죄자의 연기로 독보적 캐릭터를 만들어주신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은 오는 21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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