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벚꽃…꽃잎 흩날리는 고창 ‘일곱빛깔 여행’
3월엔 붉은 열정 안고 지는 동백
연분홍 벚꽃길 따라 4월초 축제
청정습지·고인돌·갯벌도 볼거리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후략).’
일찌기 가수 송창식은 춘삼월 가장 붉은 열정을 쏟아내다 소리 없이 툭 떨어지는 고창 선운사 동백의 순정을 노래했다. 봄맞이에 붉거나 푸르게 나대던 마음은 선운사 동백꽃을 배경 삼아 지장보살전 앞 툇마루에 앉으면 어느새 평온하게 바뀐다.
동백·벚꽃 함께 웃는 아름다운 고창
봄은 꽃이다. 고창은 선운사의 동백말고도, 람사르습지의 야생화, 석정지구 일대의 벚꽃, 고창읍성의 철쭉이 장식한다.
봄을 알리는 대표 축제인 고창벚꽃축제가 다음달 4~6일 석정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 슬로건인 ‘기다렸나, 봄’은 지난 겨울 폭설과 한파, 각종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간절히 기다린 봄이 끝내 오고야말았다는 희망과 기원을 담았다.
축제장을 둘러싼 1㎞가량의 벚꽃 터널과 축제장 가는 길에 펼쳐진 2㎞ 벚꽃길이 ‘우리 꽃길만 걷자’고 유혹한다. 축제 때에는 감성적인 벚꽃 로드, 피크닉 쉼터, 다채로운 먹거리의 푸드트럭 등이 조성되고, 아간 경관조명과 다양한 포토존이 운영되면서 고창의 밤 역시 빛날 것이다.
실제 고창은 꽃보다 아름답다. 자연관광·인문여행 자원 모두 풍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7관왕’의 명예가 빛난다.
국내 서울·안동·제주는 물론 프랑스 파리·이탈리아 로마·이집트 카이로·튀르키예 이스탄불·스페인 마드리드·중국 베이징도 이루지 못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7관왕 기록을 갖고 있는 인구 5만 남짓의 고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대한민국 고인돌 중에서도 고창의 그것은 가장 규모가 크고 많으며, ‘이것이 뭣이 중헌지 모를 때 고추를 널어 말렸다’던 탁자형, 즉 북방형도 남부지방인 고창에 있다.
이에 대해 시인인 강복남 고창 문화관광 해설사는 “고창 매산 기슭을 따라 무려 500여 기가 있으며, 굄돌이 땅속에 들어가 있고 지하 돌방(석실)이 만들어진 것 중 바둑판식도 있고, 개석식도 있으며, 남방식 고인돌 외에도 북방식이라는 탁자형 고인돌 등 한민족과 문화과 풍속을 공유한, 여러 나라에서 발견되는 모든 종류의 고인돌이 고창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민족의 고인돌은 ‘단군전’ 동전을 발행했던 카자흐스탄 적석총과 고인돌, 튀르키예 괴베클리테페, 영국 스톤헨지로 이어진다. 누가 먼저인지 따지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도대체 왜 고창엔 ‘고인돌 올림픽’ 하듯, 여러 형태의 고인돌이 골고루 포진해 있는지, 수천년 미스테리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고창갯벌은 갯벌 계곡, 풀 등이 가장 파란만장하게 펼쳐진 곳이다. 세계유산구역에 포함된 고창갯벌은 습지보호구역 10.4㎢와 고창군 주변갯벌 30.2㎢를 포함한다. 만돌마을을 비롯해 도시민과 도시의 청년, 어린이 등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이 유난히 많은 곳이 바로 고창갯벌이다.
‘판소리 명창’ 신재효·김소희 선생 배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판소리 중에서 고창은 근세 판소리의 중시조라 불리는 신재효(1812~1884), 현대 판소리의 최고 명인으로 불리는 김소희(1917~1995) 선생을 배출한 곳다.
신재효 선생의 8년 후배로 많은 명창들을 길러낸 이날치(1820~1892) 선생은 이웃 담양에서 태어나 고창의 명창들과 함께 소리를 연구했고, 김소희 명창이 이날치 선생의 계보를 이었다.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 지구촌홍보영상으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노래 ‘범 내려온다’를 부른 국악 밴드가 스스로 이날치라 이름지었을 정도다.
농악 역시 고창이 가진 인류무형유산이다. 고창 농악은 다른 지역 농악에 비해 개개인의 임무가 매우 분명하고, 가장 조직적인 30~40명 규모의 K-오케스트라이다. 이 타악·관악 오케스트라 구성원은 군총 또는 치배라 하는데 ▷기수(영기·농기·단지) ▷취수(나발·새납) ▷악기수(쇠·징·장구·통북·소고) ▷잡색(12명) 등으로 구성된다.
고창의 계곡과 바다의 환상적인 조화 속에 펼쳐진 서해안권 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다. 병바위, 선운산, 소요산, 심원갯벌, 명사십리, 구시포 등이, 부안 변산반도·채석강 등과 합쳐져 지정됐다.
기암괴석이 병풍 처럼 호위하는 가운데 동백꽃 연정을 품는 선운산 여행은 ‘고창 형, 길 위의 인문학’ 필수 코스이다.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 훗날 진흥왕이 된 삼맥종이 수도하던 진흥굴이야기도 흥미롭다.
반암리 병바위는 ‘마을 잔치때 대취한 신선이 소반을 걷어차 술병이 거꾸로 꽂힌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신선이 대취하신 것을 보니 필부필부처럼 멋대로 살고 싶은데, 우아하고 근엄하며, 모두를 보살펴야만 하는, 신선이라는 극한직업이 힘겨웠던 모양이다.
높이 35m 병바위 주변엔 소반바위·전좌바위(두락암)와 함께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경관이 형성돼 있다. 2021년 말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이 됐다. 전좌바위의 ‘전좌’는 ‘전(煎) 꼬치’를 말한다. 지질학적으로는 절벽형인 병바위와 소반바위·전좌바위가 하나의 화산암 덩어리에서 분리됐다. 여러 암석종류가 혼재돼 있던 병바위는 단단한 유문암이 더디게, 화산재로 만들어진 응회암이 빠르게 풍화돼 지금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위가 벌집 형태로 패이는, 완주 해골바위 같은 타포니 현상도 나타나 신비감을 더하고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람사르습지
‘녹두장군’ 전봉준의 고향인 고창의 동학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개항기 고창 지역에서 동학교도와 농민이 합심해 사회적·경제적 불평등과 수탈에 맞서 무장봉기 동학혁명을 일으켰다. 고창 지역은 지역의 시위가 전국적인 규모로 확장되는 중심이었으다. 전봉준 장군 등은 그 개혁투쟁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고창운곡람사르습지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고창운곡습지생태길에는 800종 이상의 식물·곤충·조류는 물론 수달·황새·삵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도 서식하고 있다.
봄은 습지 생물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계절로, 청초한 숲의 호흡이 인간의 흉금을 씻어내는 때다. 연못, 둠벙, 조류관찰대, 소망의종을 도는 동안, 탐방안내소의 숲 해설사가 생물들의 속삭임을 전해준다.
자연을 호흡하기 위해 습지위로 미로 같은 나무데크길을 놓았지만,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 한 사람만 갈수 있도록 좁게 만들었다. DMZ 혹은 제주 곶자왈을 닮은 생태 풍경이 여행자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는 이곳은 MZ세대의 데이트코스로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행을 마치고 나면 국내 최고의 품질로 평가받는 고창 풍천장어가 여행자의 원기를 충전해준다.
고창 만의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12월 한국의 장 담그기가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국내 발효문화 명소 중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고창 역시 주목받고 있다.
풍천장어는 ‘장류의 메카’인 고창형 소스를 발라 구워 먹어도, 있는 그대로 소금구이도 즐겨도 좋다. 고창 장어는 관광공사의 ‘국가대표 음식관광 콘텐츠 33선’에 꼽혔다.
조선 인조가 걸어놓은 공중법당을 스스로 추락시켰다는 영험한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 대숲으로 스며드는 봄 햇살이 따사로운 고창읍성 이야기를 듣고, 고창 구시포로 달려가 석양을 감상한다면, 동백·벚꽃으로 시작해 붉은 노을로 매조지하는 봄 여행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고창=함영훈 기자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진호, 故김새론 유족 고소에 “연애 ‘자작극’이라고 한 적 없어. 법적 조치할 것”
- ‘이혼’ 이시영 “매일 이렇게 평화롭다면”…파리서 근황 공개
- 심현섭 “이병헌, 고교 선배…결혼식 사회 봐주겠다고 약속”
- 김갑수 ‘김수현-김새론’ 교제 의혹에 “비린내 나, 개인 특성 아니냐” 발언 논란
- ‘솔로’이수경, 신동엽도 사로잡은 ‘술생술사’(?) 애주가…120병 넘는 와인,수천만원대 위스
- 돈스파이크, ‘2년 형기’ 마치고 출소…용산 레스토랑 경영참여
- 김연자 “행사 많을 때는 헬기타고 하루 5군데 다녔다”
- ‘폭싹’ 문소리의 열연도 있다…진정한 현실 우리 엄마 ‘애순’
- “아들도 나중에 하반신 마비?”…강원래, 선넘은 악플에 분노
- 김새론 ‘살려달라’ 했는데…“김수현 측, 이튿날 2차 내용증명 보내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