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건강 속설들…잠자기 전 음식 먹으면 살찔까?
속설 1. 건강을 지키려면 하루 1만 보를 걸어야 한다
건강을 위해 걷기를 하는 사람들은 지난 수십 년 간 하루 1만보(약 8km에 해당)를 목표로 삼았다. 과학적 근거는 없다. 일본 한 업체의 ‘만보기’ 마케팅 전략에서 나왔다는 게 정설이다. 부담스러운 걸음 수를 채워야만 건강 개선의 이점을 얻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루 2400보만 걸어도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4000보를 걸으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감소한다. 하루 3800보 이상 걸으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효율성을 따지면 하루 7000보에서 8000보를 걷는 것이 가장 이득이 된다.
속설2. 모든 비타민 보충제는 무해하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
때로는 보충제 섭취를 권장한다. 특히 임신부의 미량 영양소인 엽산 섭취를 통해 신경관결손증과 같은 태아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햇빛을 쬐어야 체내에서 합성되는 비타민 D도 부족할 경우 보충제가 유용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식이 보충제를 섭취하면 신장과 간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아울러 ‘면역 강화 제’, ‘장 건강 지원’ 같은 문구로 광고하는 제품들 중에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과장 광고하는 사례도 흔하다. 따라서 다량의 보충제를 복용하는 경우 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좋다.
속설3. 잠자리에 들기 전 먹으면 살이 찐다
소화체계를 감안하면 타당해 보이는 이론이다. 음식을 먹은 지 얼마 안 돼 잠을 자면 몸의 신진대사가 느려져 더 많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해 체중 증가로 이어질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야간 기초 대사율은 주간 기초 대사율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잠자리에 들기 전 먹으면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건 있다. 이는 생리적인 문제와는 관련이 적다.
문제는 늦은 시각에 먹는 사람 상당수가 저녁 식사가 아닌 간식을 추가 섭취함으로써 칼로리 과잉 상태가 되기 쉽다는 점이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부작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살이 찌는 원리는 간단하다. 소비한 칼로리보다 섭취한 칼로리가 많을 때다. 언제 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가 중요하다.
속설 4.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
가장 위험한 건강 상식 중 하나가 백신이 자폐증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수십 년간 백신 반대 운동가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고 있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지휘 아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전 연구에서는 이미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속설을 믿는 사람이 있는 것은 자폐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확대되면서 환자가 증가했으며, 아동 백신 접종과 동시에 자폐증 증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두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주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저녁 식사에 레드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면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될까?
레드 와인의 효능에 대한 기대는 붉은 포도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 때문이다. 항염증·항산화제인 레스베라트롤이 대표적이다. 이 성분은 항암과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섭취량이다. 매일 레드 와인 두 잔을 마셔도 체중 1kg당 레스베라톨 섭취량은 약 27㎍(마이크로는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체내에서 활성화하지 않는다. 레스베라톨을 충분히 섭취해 효과를 보려면 간이 심하게 망가질 정도로 레드 와인을 들이부어야 한다. 잠재적인 항암 효과를 얻기 전에 알코올 때문에 죽을 확률이 더 높다.
속설 6.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루 한두 잔의 음주는 아예 술을 안 마시는 것보다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수십 년 간 진실로 여겨졌다. 적당량의 알코올 섭취가 혈액순환을 돕는 다는 게 믿음의 원천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이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게 드러났다. 외려 단 한 방울의 알코올부터 암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계 보건기구 산하 국제 암 연구소는 알코올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알코올은 최소 7가지 암을 유발한다는 게 연구를 통해 확인 됐다.
속설 7: 유방암은 여성만 걸린다
남성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 전체 유방암 진단 사례의 1% 미만이라 매우 드문 경우지만 발병 위험은 존재한다. 진단 받을 경우 남성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남성 유방암 환자의 사망률이 여성 유방암 환자의 사망률보다 19% 더 높다.
남성 유방암은 정기 검진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 환자들이 암이 만져지는 상태인 3기 이상 단계에서 병원을 찾는다. 심지어 유방암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이는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남성도 정기적인 유방 검사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주요 위험요인은 고령, 호르몬 불균형, 가족력 등으로 알려졌다.
속설 8. 물 하루에 2.5리터 마셔야 한다
적정 수준의 수분 유지는 건강에 필수적이다. 체온조절부터 장기 작동까지 모든 것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기분, 인지 기능, 수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하루에 최소 물 2~2.5리터를 마셔야 한다는 얘기는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됐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하루 수분 섭취량은 2.5리터로 알려졌다. 미국 식품영양위원회가 1945년 작성한 보고서에서 매일 2.5리터에 해당하는 물을 섭취해야 한다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는 섭취해야 할 물의 대부분이 음식, 주스, 커피, 차에서 나온다고 설명되어 있다. 그런데 그 보고서를 잘 못 해석해 매일 물 2.5리터를 마셔야 한다는 오해가 생겼다.
실제 먹고 마시는 식품과 섭취한 음식의 대사과정에서 나오는 대사수를 합치면 1리터 안팎이 된다. 따라서 하루 약 1.5리터의 물만 추가로 섭취하면 된다.
한 전문가는 물은 필요할 때만 마시면 된다고 조언한다. 만약 수분이 부족하다면 신체는 매우 간단한 메커니즘을 통해 이를 알려준다. 바로 목이 마를 때다. 그 때 수분을 보충하면 물 때문에 건강에 탈이 날 일은 없다는 것이다.
속설 9. 체질량지수(BMI)는 믿을만한 건강 지표다
체질량 지수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비만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흔하게 사용한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으로 통한다. 따라서 BMI 수치가 비만 기준(한국은 25㎏/m² 이상으로 정의)에 해당하면 걱정이 된다.
하지만 BMI는 정밀하지 못 한 잣대다. 체중에 영향을 주는 근육량이나 뼈 밀도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BMI를 적용하면 근육량이 많은 운동선수, 이른바 ‘근육돼지’둘은 종종 비만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건강의 핵심 지표 중 하나는 BMI가 아니라 지방이 실제로 저장된 위치라고 지적한다. 배나 장기 주변에 저장되면 위험 신호지만 엉덩이와 그 주변에 저장되면 훨씬 덜 걱정해도 된다는 것이다. BMI는 이를 구별하지 못 한다.
이에 각국 의료 전문가들로 구성된 ‘임상 비만 위원회’(Commission on Clinical Obesity)는 지난 1월 체질량지수라는 ‘허술’한 잣대를 버리고 보다 ‘정확하고 세밀’하게 비만 상태를 측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 했다.
속설 10.손 세정제는 모든 세균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휩쓸 때 손 세정제는 가장 큰 예방 책 중 하나 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손 세정제의 젤은 기대만큼 큰 보호 기능을 제공하지 못한다. 알코올을 함유한 손 세정제는 외피(피막)성 바이러스인 코로나 바이러스 등 일부 병원균을 죽일 수 있지만, 노로 바이러스와 같은 ‘비외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 하다.
세균 예방에는 물과 비누가 더욱 효과적이다. 손에 비누칠을 해 최소 20초간 골고루 씻고 물로 헹구는 것이 손 세정제 보다 훨씬 더 강력한 세균 예방책이다.
(미국 야후 라이프와 영국 건강 잡지 사가(SAGA) 등 참조)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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