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이 시청자 마음을 밀고당기는 '협상의 기술'

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2025. 3. 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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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주)비에이엔터테인먼트, SLL,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배우 이제훈의 백발 변신은 확실히 눈에 띈다.

이제훈이 JTBC 주말 드라마 '협상의 기술'로 돌아왔다. 협상의 최고 고도화된 작업이 M&A라는 관점에서 기업 간의 인수합병을 다룬 작품이다. 이제훈은 M&A 전문가 윤주노 역으로 등장하는데 캐릭터의 킥은 백발이다. 

윤주노의 외관은 M&A의 본질을 시각화해 보여준다. 숫자에 근거해 냉정한 판단으로 기업을 살리고 죽이며, 그에 따라 수많은 종사자들의 삶도 나락에 빠트릴 수 있는 비정한 작업의 특성을 담아냈다.

윤주노는 표정 없는 준수한 얼굴, 수트핏이 완벽한 관리된 몸매, 날카로운 눈빛 등 'M&A스러운' 외모들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그중 제일은 백발이다. '핏기 하나 없는 냉혈한', '돈만 밝히는 사이코 패스' 등의 업계 소문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극도의 냉정함을 연상시키는 윤주노의 하얀 머리다.

이런 모습은 이제훈이 '협상의 기술'에서 악역스러운 면모를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든다. 이제훈의 드라마와 영화 출연작에서 악역을 맡은 경우를 찾기는 극히 힘들다. 연기력을 갖춘 스타 배우가 매력적인 악역에 도전하는 것은 팬들의 큰 관심사다.

사진 제공: (주)비에이엔터테인먼트, SLL,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실제로 16일 4회까지 방송분을 보면 악역 캐릭터의 빌드업 같은 내용들이 없지 않다. 과거 직장으로 돌아온 윤주노에 대해 사내 임직원들과 업계에서는 주가조작 관련설을 제기하고 그를 불편해하는 정서를 드러낸다. 복귀를 지시한 회장은 윤주노를 믿을 수 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윤주노의 아내처럼 보이는 여자는 아들을 아들로 부르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제훈의 악역을 드라마 시청자들이 바랄지는 따져 볼 일이기도 하다. 대중들이 이제훈에게 바라는 이미지는 견고하다. 정의롭고 친근하며 사려 깊고 공감력 높은 모습을 원한다. 때로는 여리고 섬세해 스스로 혼란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의지하고 싶어지는 외유내강의 이미지를 이제훈은 갖고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익숙한 분위기의 인물과 내용을 만나기 원하는 대중 드라마에서 이제훈의 악인 도전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보인다. 이는 악인 연기 도전에 대한 이제훈의 생각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이제훈은 지난해 영화 '탈주' 개봉 관련 인터뷰에서 악역 도전에 대한 질문에 '너무 하고 싶다. 이젠 악의 축에 있는 혹은 선도 악도 아닌 모호한 그런 미스터리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욕망이 크다'라고 답했다. 

사진 제공: (주)비에이엔터테인먼트, SLL,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악역을 매우 원하지만 악 그 자체인 캐릭터에 과감한 도전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선과 악의 경계에 있어 미스터리를 불러일으키는 그 정도가 이제훈이 감당할 수 있는 악의 시도라 여기고 있다. 연기에 대한 일반적 생각이 이러하니 대중적인 드라마로 범위를 좁히면 더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다.              

'협상의 기술'에서 현재까지 윤주노는 선과 악의 경계에 있다. 주변인들이 경계하는 악인의 면모도 있지만, M&A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비정한 판단과 작업에만 갇혀 있지 않고 선한 내면을 느낄 수 있는 행동도 한다. 아파트 재건축 반대 노인 대응 사례처럼 관련자들의 인간적인 사정을 들여다보고 챙기는 경우가 그렇다. 

선하게 보이는 이런 모습들도 결국은 인수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한 협상의 기술 중 하나일 뿐이라 일축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선한 시각이 없으면 인지하지 못할 사안이다. 그렇다고 '협상의 기술'이 이제훈이 바라던 선과 악의 경계에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 연기를 통한 악역 도전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악역 빌드업으로 읽힐 수도 있는 단서들이 사실은 원래 선한 윤주노에 대한 주변의 오해와 말 못 할 사정으로 벌어진 상황이고 작품 후반부에는 반전을 통해 해소되는 그런 플롯 상의 장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주)비에이엔터테인먼트, SLL,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협상의 기술'은 오피스물이고 사내 정치물이기도 하다. 이런 드라마의 주된 재미는 주인공의 난관 극복 도장 깨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협상의 기술' 연출자가 안판석 감독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기대가 생긴다.

안 감독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등으로 멜로 장인 행보를 보이다가 전작 '졸업'에서 비정한 세상 속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있게 다뤘다. 학원 강사와 학생 간의 로맨스가 여전히 중심이었지만 학생이든 강사든 비인간적 경쟁에 지배당하는 학원가에서 교감, 신뢰, 존중 등 인간적 가치들에 대한 고민을 상당한 비중으로 흡인력 있게 담아냈다.

M&A와 학원가는 비정함이 닮아있다. 안 감독이라면 '졸업'에 이어 '협상의 기술'에서도 비정한 세상 속 인간 관계의 가치들을 다룰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훈의 백발은 악인 연기 변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성과 공존하는 냉철함에 대한 은유가 되기도 한다. 드라마를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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