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충격적인 솔직한 마음…'영광+부담의 공존' 역사적 등판과 마주하는 이마나가 [MD도쿄]
[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시카고 컵스의 이마나가 쇼타는 17일 도쿄시리즈 개막을 하루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개막전, 그것도 모국에서 진행되는 첫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는 것은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나가는 이 부담을 좋은 추억으로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015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에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마나가는 통산 8시즌 동안 165경기에 등판해 64승 50패 4홀드 평균자책점 3.18의 성적을 남긴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노크했다. 당시 오타니 쇼헤이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손에 넣었고, '라이벌'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빅리그행을 선언하면서, 이마나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이마나가는 4년 5300만 달러(약 768억원)의 결코 적지 않은 계약을 손에 넣었고,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시범경기를 비롯해 정규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야마모토를 향해 있었다. 하지만 이 관심도가 이마나가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마나가는 지난해 4월에만 5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98이라는 압권의 성적을 거두며 '이달의 루키'로 선정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적극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마나가는 데뷔 시즌 개막전 9경기에서 1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 등 지난해 29경기에 등판해 15승 3패 평균자책점 2.91로 활약하며 컵스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수상과 연결되진 않았으나, 신인왕과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표까지 손에 넣었다. 그리고 일본에서 열리는 개막전이기 때문이 아닌, 실력으로 도쿄시리즈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분명 메이저리그에서 개막전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마나가에게도 이는 꽤 부담이 되는 모양새다. 특히 자국인 일본에서 개막전이 열리게 되고, 그 상대가 같은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이기 때문이다. 두 선수 모두 같은 결과를 남기게 되는 것이 아닌 이상 당연히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마나가는 도쿄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건강하게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첫 번째 책임이라는 것은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인 경기가 될 것이고, 그 자리에 나서는 것이 영광이다. 자신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내면서도 "팀에 멘탈 코치가 있는데, 나는 멘탈 코치와 자주 상담할 정도로 강하지 않다. 때문에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계속해서 이마나가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저스틴) 스틸에게 한 번은 부담감에 대해서 상담을 한 적이 있는데 '100년 뒤에는 아무도 기억하는 놈이 없다'고 말을 해주더라"며 "경기를 생각하면 긴장감이 생기기도 하고, 책임감도 있다. 내 투구를 기대해 주고 있는 이상으로 '다치지는 않을까', '괜찮을까'하고 지켜봐 주는 가족과 트레이너가 있기 때문이다. 그분들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부담이 크지만 이마나가는 18일 경기를 반드시 '좋은 추억'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마나가는 '커리어에 중요한 순간이 있다. 내일은 몇 위 정도인가'라는 물음에 "1등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니폼을 벗고 야구를 그만두는 순간에 도쿄돔에서 선발을 했던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추억이 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야마모토와 맞대결도 관전 포인트이지만,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은 이마나가와 오타니의 맞대결이다. 하지만 이마나가는 최대한 부담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오타니를 잡아낸 것으로 성취감을 얻는 것보다 다저스의 한 선수를 잡아내고 아웃을 만들어내는 게 내게는 성취감이다. 오타니의 아웃도 큰 아웃이고, 다른 선수의 아웃도 크다. 아웃에는 차이가 없다"며 "내가 해야 할 일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그걸 완수해 나갈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마나가는 "그리고 야마모토와의 싸움은 두 번째다. 야마모토는 팀을 고무시킬 수 있는 투수다. 야마모토의 투구로 다저스 타선이 기세를 올릴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나도 자신 있게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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