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직장갑질119에 들어오는 야근 갑질 관련 상담 유형은 크게 두 종류다. 도저히 계약된 근로시간 내에 처리할 수 없는 양의 업무를 부여한 뒤 연장근로를 통해 업무를 처리할 것을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것. 혹은 대표, 임원, 관리자가 업무 실적 혹은 일정과 무관하게 '연장근로를 해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는 시대착오적 논리를 앞세워 노동자를 압박하는 것.
직장인 A 씨의 경우 채용 공고,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업무 외 추가적인 업무까지 떠맡게 되었는데, 이 상황에서 매일 야근을 하지 않자 관리자로부터 "네가 야근을 하지 않아 회사 매출이 떨어지면 책임을 질 거냐"는 말을 들었다. 첫 번째 유형의 야근 갑질이다.
직장인 B 씨의 경우 특별히 연장근로를 해가며 처리해야 할 업무가 없는 상황에서조차 대표로부터 "야근을 왜 하지 않냐. 열정이 부족하다"라는 말을 매일 들었다.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는데 오후 6시 20분에 퇴근해도 "칼퇴를 한다"라는 비난이 돌아왔다. 이건 두 번째 유형의 야근 갑질이다.
다양한 형태, 다양한 이유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회사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주로 활용되는 것은 포괄임금 계약이다. C 씨는 포괄임금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6개월가량 매일 야근을 하고도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연이은 야근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정시 퇴근을 하기 시작하자 팀장은 C 씨를 불러 "제 발로 나가지 않으면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들어줄 것"이라 경고했다.
이런 포괄임금 오남용을 통한 '공짜 야근'에 대해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강력 대처를 공언하고 있다. 이 공짜 야근을 막을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방법은 포괄임금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후 예외적으로만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고용노동부가 하는 '강력 대처'는 신고가 접수되거나 의심되는 몇몇 사업장을 단속한 뒤 그 성과를 전시하는 수준이다. 의지가 없다는 의미다. 돈을 주지 않고도 일을 더 시킬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하니 기업은 추가 채용보다는 현재 채용한 직원들에게 더 많은 일을 부여하고, 더 긴 시간 일할 것을 강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새우등이 터지는 것은 일도 해야 하고 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뿐이다.
수당이 문제가 아니라 장시간 노동 그 자체로 몸과 마음을 다쳤다는 상담도 적지 않다. 반복된 야근 지시로 수개월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상담자, 업무 과다로 몸이 망가져 휴직하다 복귀했는데 예전 그대로 과도한 업무를 부여해 건강 상태가 더 악화되었다는 상담자. 이들은 설령 회사가 수당을 준다고 해도 이렇게 연장근로를 하며 살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일·가정 양립을 불가능하게 해 저출생 문제를 심화시킨다. 반면 이렇게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 삶을 갈아 넣어 주당 노동시간을 늘리면 늘릴수록 오히려 노동 생산성 손실이 커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노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주 최대 69시간(연장근로 포함) 개편안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되었지만, 연장근로 한도 위반 기준에 대한 행정해석은 일주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주 2일 하루 21.5시간씩 일을 몰아 시킬 수 있도록 변경했고, 최근에는 내란에 따른 혼란을 틈타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 주 최대 64시간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