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모레퍼시픽 최초의 해외 M&A 결국 실패로, 구딸 14년 만에 넘긴다

아모레퍼시픽이 2011년 인수한 프랑스 향수 브랜드 ‘구딸’의 지식재산권(IP)을 14년 만에 인터퍼퓸에 매각한다. 인터퍼퓸은 미국 나스닥과 프랑스 유로넥스트에 상장된 향수 회사로 그라프, 오프화이트, 반클리프앤아펠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향수 제조와 유통을 맡고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미국과 프랑스에 상장된 인터퍼퓸사와 구딸의 IP 양도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을 통해 글로벌 상표권과 도메인, 사업관련 노하우 등 구딸의 IP가 인터퍼퓸사에 귀속된다.

아모레퍼시픽 유럽 법인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구딸의 IP를 넘기고, 아모레퍼시픽이 구딸 이용료를 지불하며 사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사업을 언제까지 이어갈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유통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이 구딸의 국내 판매망을 올해 안에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구딸은 1981년 프랑스에서 탄생한 향수 브랜드로, 감각적인 향과 디자인으로 유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고 향수 라인을 다각화하기 위해 이 브랜드를 인수했다. 한때 니치 향수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기도 했던 이 브랜드를 통해 아모레는 향수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의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이후 조말론, 르 라보, 메종 프란시스 커정 등 새로운 브랜드들이 급부상함에 따라 구딸은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경쟁력이 약화되자 아모레는 2019년 구딸 프랑스 공장을 디올에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프랑스 법인을 청산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 유럽 법인이 이 브랜드를 관리해 왔다. 하지만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자 IP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인터퍼퓸사는 다수의 글로벌 향수 브랜드 독점 라이센스 보유사로 럭셔리 향수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구딸 브랜드 헤리티지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최적의 매수자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