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돈 풀라"는 일본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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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예산·세제 정책을 짜는 재무성은 요즘 시위로 몸살을 앓는다.
시위대는 "재무성은 국민의 적"이라며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재무성이 세금 감면과 적극 재정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해 먹고살기 힘들다는 게 시위대 주장이다.
일본 국민의 재무성 해체론은 재정 중독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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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재무성 해체론의 교훈
김일규 도쿄 특파원
일본 예산·세제 정책을 짜는 재무성은 요즘 시위로 몸살을 앓는다. 도쿄 관청가 가스미가세키에 있는 재무성 앞에 1000명 넘게 모여 ‘재무성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시위대는 “재무성은 국민의 적”이라며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작년 12월 시작된 시위는 이달 들어 일본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재무성에 성난 민심은 세금 때문이다.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연간 비과세 소득 한도를 103만엔에서 178만엔으로 높이자는 야당(국민민주당) 요구를 재무성이 반대하면서다. 재무성이 세금 감면과 적극 재정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해 먹고살기 힘들다는 게 시위대 주장이다.
재무성이 비과세 소득 한도 인상에 반대한 것은 세수 펑크 때문이다. 한도를 178만엔으로 올리려면 연간 7조~8조엔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계산이다. 소비세율 기준 2~3%에 해당하는 세원을 잃어버린다는 게 재무성의 우려다. 일본 여야는 결국 160만엔으로 절충했다.
일본은 그럼에도 올해 20조엔가량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올해 국채 상환과 이자 지급에 충당하는 국채 비용으로만 28조엔가량을 써야 하는 처지다. 오랫동안 돈을 푼 대가다.
일본은행은 금융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며 분기마다 국채 매입을 4000억엔씩 줄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채를 추가 발행하면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최근 연 1.5%를 넘어 16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일본의 국채 발행 잔액은 작년 말 1105조엔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60%로 세계 최악이다. 세출이 세입을 계속 초과하는 상태에서 적자 국채 발행 확대와 국채 금리 상승은 일본 재정의 국제 신용을 무너뜨린다. S&P, 무디스, 피치는 올 들어 눈에 불을 켜고 일본의 재정 건전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긴축재정 탓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금융 완화, 재정 확대, 구조 개혁 등 ‘세 개의 화살’을 부양책으로 썼다. 그러나 정치권의 방만한 재정 정책 때문에 경제 체질만 약화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 정부 부채는 국제 비교가 가능한 ‘일반정부 부채’ 기준으로 2023년 1217조3000억원까지 늘어 GDP 대비 50.7%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정부 부채는 문재인 정부 5년간 331조원 불어나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건전재정을 내건 윤석열 정부에서도 단 2년 만에 151조1000억원 증가했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분리론’까지 나오고 있다. 예산 기능을 분리해 재정 고삐를 더 풀겠다는 의도다. 이재명 대표의 ‘전 국민 25만원’을 반대하는 기재부는 민주당에 눈엣가시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반(反)기재부 정부’가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일본 국민의 재무성 해체론은 재정 중독 탓이다. 현금 살포는 당장 인기를 끌지 몰라도 결국 국민을 재정 중독에 빠뜨린다. 뒤늦게 고삐를 죄면 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선 해체론이 언젠가 민주당을 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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