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만들고, 딱지치기하니 어려웠던 한글이 친근해졌어요

백경열 기자 2025. 3. 1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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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배경학생 적응 돕는
대구 ‘교육센터’ 가보니
대구 달서구에 개설 예정인 ‘한국어교육센터’의 한 교실에서 지난달 24일 이주배경학생들이 자신의 한글 이름을 보드판에 붙이며 익히고 있다.
대구교육청, 개관 앞두고 시범 운영…한국어 ‘오감’ 교육
이달 중 교사 3명 배치…최대 30명 대상 체험활동 지원

“빨간색? 레드…인가요?”

지난달 24일 오후, 대구 달서구에 있는 한국어교육센터(옛 신당중학교) 1층 ‘이음반’에서 이주배경학생인 칸주나이라(10)가 교사를 보며 서툰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교실 바닥에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딱지가 4장씩 깔려 있었다. 같은 반 이주배경학생인 파탄(10)도 쪼그려 앉아 딱지를 응시했다. 둘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잠시 후 교사의 시작 신호와 동시에 둘이 딱지를 뒤집은 결과 파란색 딱지가 더 많았다. 교사는 “칸주나이라는 졌어요. 파탄이 이겼어요”라고 말했다.

‘이겼다’는 단어를 들려줄 때 교사는 두 손을 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고, ‘졌다’는 단어에는 시무룩한 표정을 덧붙였다. 수업을 듣던 학생 6명은 교사의 말을 천천히, 또박또박 따라 했다. 교사 김주호씨는 “아이들이 보다 기억하기 쉽도록 오감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면서 “놀이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세 속에 ‘이주배경학생’이 늘면서 지자체별로 교육 전담기관을 마련해 언어교육을 강화하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전담교육을 통해 이주배경학생들의 학교와 사회 적응을 도우려는 취지다. 이주배경학생은 본인 또는 부모가 외국 국적이거나 외국 국적을 가졌던 적이 있는 학생을 의미한다.

17일 교육부의 ‘2024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초중등학교의 이주배경학생은 19만3814명으로 전년 대비 1만2636명(7.0%)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학생 중 차지하는 비중은 3.8%로, 조사가 시작된 2012년 이후 계속 확대되고 있다.

현재 서울·경기·부산·충북·경북 등 지자체들이 별도 공간을 갖추고 이주배경학생 전담교육을 진행하거나 지역 대학 등에 교육을 위탁해 운영 중이다.

대구교육청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달 중 한국어교육센터를 공식 개관하고 이주배경학생을 대상으로 전담 언어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구지역 이주배경학생 수는 2019년 5229명(1.8%)에서 지난해 7246명(2.7%)까지 늘었다.

지난달 24일은 센터 공식 개관을 앞두고 한국어교육캠프를 시범 운영한 날이었다. 교육 내용 중 일부를 학생들에게 미리 선보여 반응과 개선책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을 통해 모집된 초중등 이주배경학생 1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센터를 찾은 학생들은 여권을 만들어 자기소개 표현을 연습하거나, 김밥·떡볶이·어묵 요리를 통해 맛을 표현하는 어휘를 익히기도 했다. 가위바위보와 판뒤집기, 비석(딱지)치기 등 놀이를 하며 규칙과 약속 표현을 배우거나 감정 어휘 등을 보고 듣고 즐기는 체험을 했다.

지금까지 대구교육청은 일선 학교에서 한국어 학급(27개) 및 한국어 집중배움과정(방문교육 등)을 운영해 이주배경학생을 가르쳐왔다. 한국어교육센터를 통해 언어교육 수준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센터는 최대 30명의 이주배경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집중교육(3개월 60일·연장 가능)을 진행할 예정이다. 1일 6시간가량 생활·언어·교과 등 한국어 교육과 체험·놀이·스포츠·정보·미술·음악 등 창의적 체험활동이 이뤄진다.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온 교사 3명(초등2·중등1)이 수업을 맡는다. 센터 위치도 접근성을 고려해 이주배경학생 밀집 지역으로 정했다.

대구교육청은 지역 대학과 연계한 진로교육 운영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이주배경학생의 사회 적응도 도울 계획이다.

이현주 대구교육청 미래교육과 장학사는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매년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들이 교육 현장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며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이주배경학생들이 한국어를 잘 깨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다듬는 등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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